최근 광양항 위기론이 해운항만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양항 물동량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부두운영사들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으며 적자경영을 견디지 못한 운영사들의 철수로 용도를 바꾸거나 일손을 멈춘 부두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09년 홍콩계 글로벌항만운영사(GTO)인 허치슨포트홀딩스(HPH)가 사상 초유의 부두 반납 카드를 꺼내든 이래 2~3년 주기로 부두를 반납하는 운영사가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한번 전례가 만들어진 만큼 허치슨 이후 부두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들이 반납 의사를 밝히면 항만당국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허치슨은 지난 2002년 광양항에 진출한 뒤 선석을 늘리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지만 항만 파업과 덤핑하역료를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고 말았다. 2년 뒤엔 동부익스프레스가 광양항에서 빠져나왔다. 동부익스프레스는 2-1단계 4선석을 운영해오다 지난 2011년 3월 말 부두운영권을 반납하고 철수했다. 2-1단계 부두의 연간 처리능력은 110만TEU에 이르지만 동부익스프레스가 당시 처리한 연간 물동량은 20만TEU에 불과했다.
지난해엔 한진해운이 광양항 부두 일부를 반납했다. 한진해운은 1단계 3번과 4번 선석의 운영권을 지난해 7월 말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되돌려 줬다. 나머지 2-1단계 4개 선석만을 운영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한진해운은 동부익스프레스가 빠져나간 뒤 2-1단계를 넘겨 받아 총 6개 선석을 운영 중이었다. 1단계 포기는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한진해운이 되돌려준 2개 선석의 지난해 처리실적은 1만TEU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 부두의 연간처리능력은 80만TEU에 달한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셈이다. 이로써 운영 중인 광양항 컨테이너부두는 2-1단계 4선석과 2-2단계 4선석, 3-1단계 4선석으로 줄어들었다. 2-2단계는 허치슨과 한진해운 현대상선이 공동투자한 한국국제터미널(KIT)에서, 3-1단계는 CJ대한통운에서 각각 운영 중이다.
광양항은 부두하역능력에 비해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운영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적다보니 운영사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역료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부두반납 당시 30억~4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익스프레스 철수 이후 하역료 인상이 기대됐으나 실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광양항의 하역료는 수년 째 3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광양항 활성화를 위해 유관기관들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한다. 광양항의 현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해운항만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광양항 활성화의 최우선 선결 조건은 24열 갠트리크레인 설치다. 선박 크기는 2만TEU를 향해 가고 있지만 광양항에서 1만5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처리할 수 있는 24열 갠트리크레인은 달랑 1기에 불과하다. 나머지 30기는 모두 22열 이하에 머물고 있다. 광양항은 올해 머스크와 MSC가 결성한 2M 유치에 나섰다가 초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하역시설이 없어 실패의 쓴맛을 봤다.
사실상 휴업상태인 1단계 부두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컨테이너부두로서의 활용가치가 떨어진다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능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물동량 유치가 아닌 물동량 창출로 이끌 수 있는 배후산업단지 개발도 시급한 과제다. 지리적인 우수성과 투포트정책이란 국가전략을 배경으로 지어진 광양항의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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