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9 17:41

기자수첩/ 새로운 물류환경에서 살아남는 법

국제물류업계의 물량 유치 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열되고 있다. 과열경쟁은 운임하락을 부추겨 수익성 악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화물혼재기업(콘솔사)들의 LCL(소량화물) 유치 경쟁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중국과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마이너스 운임은 급기야 유럽항로까지 확산됐다. 화주들의 국제물류업체(포워더) 선정방식도 수의계약에서 공개입찰로 전환되면서 치열한 단가 경쟁을 유발해 포워더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이전투구식 경쟁을 불사하고 있는 국제물류시장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주력상품에 따라 기업들의 성격도 세분화된다. 우선 어떤 운송수단을 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항공과 해상전문 포워더로 나뉜다. 또 미주 구주 아시아 북방물류 등 지역도 포워더들의 성격을 규정짓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콘솔, 프로젝트 등 화물의 종류로 이 시장은 또 나뉜다.

수천여개의 포워더가 난립해 있다고 하지만 시장을 세분화하면 경쟁 포워더는 수십 곳에 불과하고 또 그 중에서 비슷한 규모의 경쟁 포워더는 손에 꼽힌다. 각기 다른 자신들만의 물류영역에서 치열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포워더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동지에 가깝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시장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포워더들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에 직면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한 포워더의 몸부림은 프로젝트물류, 북방물류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사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신규업체들의 시장 진입은 항상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요즘 포워더들의 사업확대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신들의 주력 포지션에서 벗어나 전방위적인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성공하는 업체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터줏대감을 자처했던 기존 포워더들이 오히려 전전긍긍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아예 경쟁노선을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로 바꿔버린 업체들도 늘고 있다. 그 동안 하드웨어 없이 운임 경쟁력으로만 영업하던 포워더들은 최근 하드웨어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인프라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워딩은 회사설립에 인력 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진입이 쉬운 장점이 있지만 거래처를 많이 가진 우수인력에 따라 심한 기복을 보이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동안 물류주선업에 주력해오던 포워더들은 창고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창고를 통해 국제물류, 운송, 보관 등의 일괄된 작업이 가능하게 되면서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국제물류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 자명하고 수익창출은 지금보다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3천~4천개 기업이 경쟁하는 국제물류시장에서 포워더들은 주력시장에 느끼는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주력사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신규업체의 진입을 배척만 할 뿐 그에 대비하지 않는 행태는 오히려 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은 틈새시장은 사라졌다. 블루오션도 찾아보기 힘들다. 언제 자신의 주력시장이 이전투구의 격전지가 될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시장봉쇄에 급급한 수동적인 영업전략에서 벗어나 신규업체에 짐을 뺏기지 않을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류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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