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과 예선은 항만을 드나드는 선박의 안전을 관장하는 핵심 산업이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도선이 숙련된 경험과 풍부한 지리적 지식을 바탕으로 좁은 항계 내에서 본선이 무사히 이동할 수 있도록 조종하는 것이라면 예선은 덩치 큰 선박을 끌어당기거나 밀어 부두나 계류시설에 안전하게 최종 이접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하는 일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인명과 선박, 항만시설의 안전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건 매한가지다. 예도선을 일컬어 바늘과 실 같은 관계라고 부르는 이유다. 2만TEU짜리 컨테이너선 출현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예도선의 해양안전 지킴이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안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업종이지만 제도적인 환경은 차이가 크다. 정부는 도선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해 지난 1961년 도선법을 제정했다. 도선을 하나의 독립적인 제도로 만들어 국가적으로 관리해온 것이다. 더욱이 도선시장은 면허제를 통해 신규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면 예선시장은 지난 1995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 뒤 신규사업자가 크게 늘면서 경영 환경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최근 예선 시장의 환경이 악화되면서 예선업 종사자들의 불만도 고조되는 실정이다. 선박 대형화와 해운 불황으로 선박 척수가 줄면서 예선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 빠졌다. 2008년 41만8000척이던 전국 항만 입출항선박은 2012년 39만5000척으로 2만척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2008년 132척이던 예선은 지난해 227척으로 늘어났다. 6년 새 100척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허가제였던 1995년(36척)에 비해선 6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항만의 적정 예선규모는 155척이다. 무려 70여척의 잉여 예선이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진입장벽을 배경으로 신규사업자의 예선시장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예선업에 진출할 수 없는 화주나 선사의 우회적인 진출 사례가 늘고 있는 데다 당진항만관광공사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지방공기업마저 예선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경쟁은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국내 예선시장 전체 순이익 규모는 2010년 421억원에서 2012년 114억원으로 73%나 하락했다. 60여곳의 예선회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 미뤄 업체 한 곳당 평균 1억원대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음을 알 수 있다. 본선 대형화에 대응해 예선의 마력을 높이고 싶어도 열악한 수익성으로 인해 투자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예선업체들의 하소연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유승우 의원이 이 같은 예선시장 경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유 의원은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을 손질해 예선업의 등록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개정 법률엔 지방정부나 공기업, 선사의 성격을 띠는 해운대리점은 예선업진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운부대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선박관리산업발전법을 제정하는 한편 등록갱신제도를 도입했다. 물류창고의 난립을 해소한도는 명분으로 물류창고업을 등록제로 전환했으며 컨테이너하역시장 안정화를 위해 요금 인가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선업은 앞서 정부가 보호코자 한 다른 해운물류업과 비교해 그 중요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 공공재 성격의 산업이다. 예선시장의 건강한 발전이 해양안전의 전제조건임을 인식해 하루빨리 예선업 체질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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