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대륙의 본격적인 연구 수행을 위해 건설된 남극 제2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12일 준공 1주년을 맞았다. 장보고과학기지는 남극 대륙의 예측 불가능한 극한 환경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지난 1년간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남극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남극은 지구 담수의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 등과 같은 환경변화 연구의 최적지로, 인류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공간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작년 2월 장보고과학기지 준공 축하메시지를 통해 “남극은 과학영토, 자원영토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개척해내야 할 핵심지역”이라고 언급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장보고과학기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미국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인근 기지보유 국가들과 지난해 5월 ‘4개국 보급·운항 협력회의’를 정례화했으며 11월에는 기지보급과 응급환자후송 등을 위한 협력센터를 뉴질랜드에 설립하는 등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지운영 시스템을 조기에 정착시켰다.
그간 우리나라 남극연구는 킹조지섬에 위치한 세종과학기지를 기반으로 한 ‘해양연구’가 중점을 이뤘으나 장보고과학기지 준공 이후 운석, 화산, 빙저호 등 남극 ‘대륙연구’를 본격적으로 착수함에 따라 해양연구와 대륙연구를 연계한 ‘남극 종합 연구체계’를 완성하게 됐다.
특히 지난 12월 하계연구대가 ‘태양계 행성의 발달 과정’ 연구를 위한 남극대륙 탐사 중 기지로부터 300km 떨어진 엘리펀트 모레인(Elephant Morain) 지역에서 발견한 무게 36kg의 대형 운석 등 81개의 운석은 우리나라가 남극에서 발견한 운석 중 가장 큰 것으로 태양계 초기 물질 진화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시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 올해 1월에는 남극의 3대 활화산으로 꼽히는 멜버른(Melbourne) 화산에서 25년 만에 가스가 분출되는 것을 처음 관측함에 따라, 국내에서는 연구자체가 불가능했던 활화산 연구가 드디어 가능하게 됐다.
해양수산부는 향후 미국 독일 등 주요 극지연구 선도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그램 활동을 확대하고 연구 수행을 지원할 항공망 구축 등 인프라 확충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자 안전사고 예방과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세계 최초로 극지종합상황실을 운영해 기지 운영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남극점(South Pole) 진출을 위한 독자 육상연구루트인 ‘코리안 루트(Korean Route)’를 개척해 대륙종단 지질조사를 위한 연구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장보고과학기지 운영이 대폭 안정되고 연구 활동 기반이 조성됨에 따라 올해에는 보다 활발한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극과학기지가 기초과학연구 뿐만 아니라, 극한지 융복합 기술개발(장비·신소재 등)의 가늠터(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는 등 실용화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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