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8 10:25

슬픔은 그대 가슴에 (Imitation of Life - 1959)

서대남과 함께하는 추억의 명화 산책

‘슬픔은 그대 가슴에(Imitation of Life)’ - 원제와는 사뭇 다른 제목으로 국내 개봉된 이 영화는  순수 아마추어 영화 마니아로서 일흔셋이란 이 나이까지 살아오는 동안 영화 얘기가 화제로 떠오르기만 하면 필자가 줄곧 1순위로 되뇌이는 넘버원이 바로 이 작품이다. 아마 20대 초반께로 추측되지만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적었기에 안타깝게 여기며 더욱 감명 깊게 마음과 가슴에 담아 온 터이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다행히도 얼마전 실버극장에서 이를 다시 상영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필자는 단박에 ‘에버그린7060’ 카페의 영화 관람 동아리에 번개를 쳐서 함께 즐기는 기회를 누렸고 동행한 초로의 남녀 회원들로부터도 이렇게 감명 깊은 영화를 뒤늦게라도 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고맙단 인사도 들어 다시 한번 흐뭇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흑인과 백인의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혼혈인들의 현실과 고단한 삶, 특히 결혼을 전제로 하는 남녀 관계에서 파국으로 치닫게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는 피부색깔의 위력을 호소력 있게 보여주며 이로 인한 자기 컴플렉스나 타의에 의해서 겪는 삶의 갈등을  은근히, 그러면서도 절망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결론짓고 싶다.  

배우를 지망하는 백인 미망인 로라(Lora Meredith/라나 터너:Lana Turner)와 딸 수지(Susie/산드라 디:Sandra Dee)는 피서지에서 우연히 흑인 미망인 애니(Annie Johnson/주아니타 무어:Juanita Moore)와 혼혈아 딸 사라(Sara Jane/수잔 코너:Susan Kohner)를 만나 한집에서 살게 된다. 

매번 오디션에서 떨어지다가 용케 무대에 설 기회를 잡은 로라는 피서지에서 길 잃은 딸을 찾아준 인연으로 알게 되어 자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진 작가 스티브 (Steve Archer/존 개빈:John Gavin)의 프로포즈를 뿌리치고 오로지 스타의 길로만 매진한다. 

한편 사춘기를 넘어 이성에 눈뜰 나이가 된 사라와 수지는 늘 화제가 남자친구 이야기다. 어느 날 수지는 사라가 사귀는 남자를 알고 싶어 겉으론 백인 같지만 흑인 피가 흐르는 그녀의 상대가 백인이냐고 묻는다. 그동안 백인 행세를 하며 부잣집 딸이라고 친구들을 속여오던 그녀는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서 교실로 찾아오는 바람에 흑인 딸이란 게 탄로 났기에 그날부터 흑인 어머니는 자기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저주스런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고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래. 난 백인이야. 그래서 백인  친구와 사귀고 있으니 결혼도 백인과 할거야!” 라고 굳게 다짐한다. 그러나 흑인의 딸이란 걸 알게 된 그녀의 남자친구 프랭키는 어느 날 사라를 만나서  “네 엄마가 검둥이라고 쑥덕대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며 다그치자 “남의 눈을 피해 함께 도망가서 살자!”고 애걸하지만 그는 작심이라도 하고 온  듯 다짜고짜 폭우가 내리는 골목길에서 사정없이 사라를 마구 주먹질로  구타하고 쓰러뜨려 발길로  마구 짓밟아 처참하게도 반죽음에 이르게 하고는 유유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다.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늘 백인이 되고 싶어 했던 사라에게 백인으로 행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외모는  그녀가 백인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가능한 것처럼 부채질 했고  흑인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자기분열증으로 몰아가다가 드디어 아무도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살아야만 한다는 변신에 집착한다.. 

수지의 졸업식에는 로라와 애니와 스티브가 와서 다채로운 일정으로 축하를 해 주지만 흑인 딸이란 이유만으로 비참하게 버림받은 사라는 한동안 외롭게 지내며 홀로 춤과 노래를 익힌 후 어머니에겐 멀리 떨어진 도서관에 근무한다는 거짓 편지를 보내고는 해리스 클럽이란 유흥업소에서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며 춤추고 노래하는 밤무대의 여인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사라가 선택한 백인으로서의 삶 역시 그녀에게 행복을 안겨다 주지는 않는다. 자신의 죽음이 임박함을 직감하고 스티브의 도움으로 끈질긴 추적 끝에, 꼭 선생이 되길 바라던 하나 밖에 없는 딸에 집착하는 애니는 밤무대를 옮겨 다니다가 드디어 헐리우드의 물랑루즈에서 넓적다리를 높이 쳐들고 요염하게 댄서로  춤추며 노래하는 딸을  찾아가지만 사라는  친구들에게 옛 유모가 찾아왔다고  속이며 적대시하고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다시는 찾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며 엄마 때문에 일자리마저 잃겠다고 역정을 내며 짐을 싼다. 그리고 제발 가 달라며 앞으로는 길에서 만나도 모르는 체 하라며 자기는 백인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애니는 사라에게 언제든 힘들 땐 꼭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딸이 바라는 대로 다시는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결심하고 이어 딸을 부둥켜 안고 흐느껴 울며 작별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와 몸져눕게 된다.  

한편 일약 스타가 된 로라는 스티브와 재회하고 다시 사랑을 이어가려 하지만 딸 수지 역시 스티브를 좋아한다고 애니에게 털어놓은 후 드디어는 엄마의 연인 스티브에게 직접 사랑을 고백까지 하게 돼 모녀간에 삼각관계로 얽히는 실연을 겪은 뒤 이를 비관하며 수지는 진학의 길을 택해 일부러 멀리 있는 대학으로 도피 행각을 떠난다. 단연 이 영화의 압권은 무엇보다 애니의 장례식이다. 

사랑하는 딸 사라를 두고 눈을 감기  전에 그녀는 목사님 부인에게 스카프를 남기고 옛 우유 배달부에게 50달러를 전해 달란 부탁과 함께  세상 태어나 자기로선 죽는 날의 장례식이 가장 큰 행사라며 꽃으로 곱게 장식하고 4마리의 백마가 이끌며 고적대도 함께 행진하되 슬프지 않은 음악을 연주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엄숙한 장례식이 거행된다. 특히 세계 3대 슬픈 장면의 하나로 손꼽힌다는 가스펠의 여왕 마할리아 잭슨(Mahalia Jackson)이 부르는 흑인영가,  험한 세상(Trouble of the World)을 부르는 장면에 관중들은 영혼의 울림을 경험하며 쏟아지는 눈물로  손수건을  적시게 한다. 

엄마의 장례식에 뒤늦게 나타난 사라는 운구차에 매달려 관을 두드리며 “저희 엄마예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내가 엄마를 죽였어요, 집에 오고 싶었어요”라고 외친다.

리무진에 탄 스티브는  검은 상복을 입은 로라, 수지, 사라 등 세 여인을 함께 처연하게 바라본다. 출연진 5명 모두가 좋아하는 배우들에 너무나 감격적인 작품이었기에 필자는 지금도 슬픈 영화의 첫째로 이 작품을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아의 정체성 그 내면에 담긴 슬픔을 고스란히 담아서 영상화 한 이 작품에서 흑인 모녀로 출연한  주아니티 무어와 수잔 코너가 나란히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수잔 코너는 골든 글로브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미국의 여류 소설가 훼니 허스트(Fannie Hurst)의 원작을 1934년 영화화 한 것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바람에 쓴 편지’와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등 멜로물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덴마크 태생의 더글라스 셔크(Douglas Shirk)가 메가폰을 잡아 그만의 색깔과 테마로 멜로를 배경으로 깔지만 인간의 삶과 정치 사회적 상황을 함께 연계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이 작품도 셔크의 명성을 드높이며  남녀노소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흥행에도 성공한 수준작으로 크게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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