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配達)을 거꾸로 읽으면 달배(達配)가 된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배송원들이 자신을 비하하여 부르는 말이었다. 배달은 고객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가져다 주면 끝나는 어찌보면 단순한 일이다. 단순한 작업이 반복되고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크게 요구되지 않으며 대우도 시원치 않다보니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해 그렇게 부른 것 같다. 잘못된 일본말에서 온 “노가다, 운짱 ” 하역 작업을 낮추어 부르는 “ 까데기 ”와 같은 분위기의 명칭이다. 물류의 위상이 높아졌고 업무의 영역도 크게 확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물류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는 높은 편이 아니다. 택배가 일반화 되어 택배기사 또는 택배 아저씨등으로 우리와 많이 친근해졌다. 하지만 명칭만 바뀌었지 그들의 근무환경과 대우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 안타깝다.
엄밀하게 말하면 택배아저씨들 대부분은 사장님이시다. 대형 운수회사나 우체국의 로고가 그려져 있는 차량은 택배아저씨의 소유이다. 택배사업을 하는 기업이 직접 차량을 보유하고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운수사업관련 법규가 하도 복잡하고 자주 바뀌어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우며 현실과도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배송차량의 실질적인 주인이 배송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근로자와 비슷한 상황에서 일을 하면서도 국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입제와 다단계 계약의 틀을 벗어나 실제로 일하는 곳의 사업주와 직접 계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갑과 을의 공평한 계약체결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배송업무는 대표적인 3D 업종 중 하나이다. 그러나 배송( 배달 )은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에서 일어나는 업무이기 때문에 상품뿐만 아니라 보내는 사람의 마음까지 잘 전달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한때 물류업계에서는 심배( 心配 ) 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말이 일본어로 ‘걱정, 근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물류, 그중에서도 배송은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기능에서 보내는 사람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고 쿨택배(냉장배송), JIT 배송, 화물추적등, 서비스의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패턴은 줄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와같이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과 소비자의 직접적인 만남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배송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국가는 물류산업 관련제도를 개선하여 국민의 편의를 증진시킴과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기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는 물류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규제의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운수사업권에 엄청난 프레미엄이 붙어 성실한 물류업 종사자들을 힘들게 하고 물류비 증가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에서는 부족한 택배차량을 증차하고 관련 법규를 개정하여 불합리한 업계의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고 한다.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지만 행정편의나 관행의 틀을 벗어나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아저씨들과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검토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물류기업은 스튜어디어스의 선발과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항공사처럼 전문 배송원을 육성하는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여야 한다. 택배아저씨가 아닌 전문 배송원을 육성해야 한다. 전문 배송원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배송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운전과 차량과 교통법규에 대한 지식, 그리고 고객과의 접점에서 회사를 대표하여 고객에게 좋은 인상과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친절과 예의 범절에 대한 내용이 포함 돼야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 능력과 취향이 다르고 직업에 대한 가치 기준이 서로 다를 터이니 주관적인 잣대로 직업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보다는 어렵고 힘든 일이 더 많다. 그러나 소위 3D 업종이라고 부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이 사회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D의 대표적인 일을 하고 있는 택배아저씨들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주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달배, 까데기, 운짱과 같은 말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보내는 사람의 마음까지 전달되는 택배시스템이 구축 될 때 우리 모두의 삶도 더불어 윤택해 질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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