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란 영화 또는 소설을 보지 못했거나 보진 않았지만, 제목이나 스토리만이라도 알고 있지 않은 성인은 거의 없을거란 게 필자의 추측이라면 이는 이 영화를 너무 치켜 올리려는 필자의 과장된 표현일까?
하다 못해 전편에 흘러넘치는 배경음악 ‘라라의 테마’ 한 구절을 기억하거나 주연을 맡았던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클리스티’ 의 이름이라도 대개는 기억하리란 생각이다. 이 작품은 시인이자 작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노벨상 수상작품인 동명 소설, 위대한 서사시로 일컫는 ‘닥터 지바고’를 ‘데이빗드 린’ 감독이 메기폰을 잡고 1965년에 개봉한 희대의 고전적 명화라 할 수 있다.
우선 린의 작품 ‘콰이강의 다리’나 ‘아라비아의 로렌스’, ‘인도로 가는길’, ‘위대한 유산’ 에서도 알려졌듯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버금가는 추억의 명작으로 손꼽혔으며 러시아의 차가운 설원에서 펼쳐지는 지바고와 라라의 비극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1966년 MGM이 제작, 아카데미에서 10개부문을 노미네네이트, 최우수각본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음악상 등 5개부문을 수상했고 골든 글로브에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역시 5개 부문을 차지한 우수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스토리는 볼세비키혁명으로 한바탕 역사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난 러시아의 ‘예프그라프 안드레이비치 지바고(알렉 기네스)’ 장군이 이복동생인 ‘유리 안드레이비치 지바고(오마 샤리프/Omar Sharif)’와 그의 연인 ‘라라 안티포바(줄리 크리스티/Julie Christie)’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찾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동생이 죽은 뒤 그가 운명적으로 사랑했던 여인을 만나면서 그에게 딸이 있다는 걸 안 장군은 감화원 출신의 노동자 중에서 ‘토냐 코마로바’란 소녀를 찾아내 동생의 파랑만장했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눈덮인 설경과 함께 장엄한 대하 로망을 펼친다.
시베리아지방의 유복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죽은 후 어머니마저 병으로 사망하게 되자 지바고가(家)는 몰락하게 되고 8세의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유리 지바고’는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후 그로메코가에 입양이 되어 성장한다.
그 집에는 또래의 ‘토냐’란 딸(성장후 ‘제랄딘 차프린/Geraldin Chaplin’분)이 있었고 그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다. 때는 러시아혁명이 일어나던 격동기로 노동자 파업이 확대되고 모스크바도 무장세력에 의해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등 무질서한 싱황으로 치닫는다.
의학을 공부한 지바고는 파리유학을 마치고 온 소꿉동무 토냐와 결혼하게 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의관으로 종군하게 된다. 야전병원에서 일하던 중 간호사로 일하는, 이 영화를 두고 흔히 일컫는 바로 그 운명의 여인 ‘라라’를 만나고 숙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라라는 남편인 파벨을 찾고저 간호사를 지원했으나 뜻밖의 제2의 남자 지바고를 만나 서로가 피할수 없는 아름다운 불륜(?), 깊은 사랑의 심연으로 치닫게 된다.
라라의 어머니 ‘기사르’부인은 모스크바로 이주해서 그간 옛 남편의 친구로 생계를 도움받던 ‘코마로프스키(롯드 스타이거)’란 냉혹한 사업가이자 악덕 변호사에게 농락을 당하여 정부 노릇을 하게 되고 어느날 몸이 불편한 어머니 대신 파티에 동행했다가 파렴치하게도 16세의 앳된 라라마저 범하고 만다.
청순하고 쾌활한 소녀 라라는 코마로프스키에게 몸을 뺏긴후 계속해서 그가 육체관계를 요구하자 저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세상은 규칙과 질서로 진행돼야 한다고 믿으며 혁명을 꿈구는 정의파 청년 ‘파벨 안치포프’와 결혼을 했으나 라라를 남겨둔 채 그는 전쟁터로 떠났던 것. 3년후 지바고는 병영을 떠나 아내와 애기가 있는 모스크바로 돌아오지만 희망이 없음을 깨닫고 가족과 함께 우랄지방에 있는 시골마을로 옮겨갔다. 다시 유부남 지바고와 유부녀 라라의 격랑의 사랑은 계속 이어졌고 삶의 터전을 모스크바로 옮겨 7-8년을 홀로 정착하여 그를 따르던 옛 하인의 딸 마리아란 세번째 부인을 만나 딸까지 낳고 살았으나 실의와 좌절 속에서 직업인 의사보다 시와 집필에 열정을 바친다. 그러나 토냐와 라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던 지바고가 유리아틴의 도서관에서 일하던 라라를 다시 만나 운명의 이끌림을 거역하지 못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끈질긴 사랑을 재확인하게 되었고 빨치산 캠프를 벗어나 단 둘이 된 이들이 황홀한 사랑을 나누지만 코마로프스키가 라라와 어린 딸을 극동의 안전지대로 보내주겠다고 제안하자 오로지 라라를 지키기위해 그녀를 떠나 보내고 그리움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낸다.
영화의 백미 라라와의 마지막 헤어지는 장면, 그녀가 탄 마차가 눈덮인 대설원의 들판으로 사라지는 동안 이를 끝까지 지켜보기 위해 2층의 창문을 깨고 목을 내밀어 장시간 응시하던 처절한 장면은 오랫동안 이 필자의 기억에 새롭다. 그 후 8년뒤 지바고는 모스크바에서 전차를 타고 병원으로가다가 길을 걷는 라라를 발견, 급히 내려 소리높여 부르며 뒤따르지만 만나지 못하고 비틀거리가다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며 쓰러져 숨을 거둔다. 러시아 혁명기의 풍운아 같은 기구한 운명의 지바고, 그 파란만장한 삶이 한마디로 비극적인 결말에 이른 것이다. 1956년, 10여년만에 완성한 원작은 볼세비키혁명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회주의건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자국에서 출판이 금지됐다. 파스테르나크는 1957년에 이태리에서 번본판으로 발표했고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자유와 열정을 쏟아낸 지바고의 삶을 시적으로 극화시킨 작품은 단숨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1905년 러시아혁명과 1914년 제1차세계대전, 1917년 2월혁명과 10월의 볼세비키 혁명을 겪으면서 평생을 표류하고 혼란을 겪어야했던 시인이자 의사인 ‘유리 지바고’의 파랑만장한 삶과 열정적인 사랑을 자서전적으로 노래한 대서사시적 작품이었지만 노벨상을 거부한 기록을 남겼다. 이 영화에선 어머니의 정부가 젊은 딸을 탐하며 집착하는 한 늙은이의 빗나간 사랑, 혼란속에서도 믿고 헌신하는 부부의 사랑, 아내보다 혁명을 사랑하는 이데올로기적인 사랑, 기품있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지성인이 유부녀와 벌이는 걷잡을 수 없는 운명적 사랑도 있어 필자가 보기엔 사랑의 백화점을 보는 것 같았다.
한편 영화음악 불멸의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는 ‘라라의 테마(Somewhere My Love)’도 일흔 고개를 훌쩍 넘긴 필자의 시야와 귓전에 다가와 지금도 황량한 대설원의 러시아 풍경에 라라와 지바고를 오버랩시켜 펼쳐보이며 흘러간 반세기를 압축시킨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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