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1 10:21

블랙 스완 (black swan - 2010년 작)

 

 

“당신의 심장을 할퀴는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 흑조를 탐한 백조의 핏빛 도발” 이란 포스터에 이어 “강렬하고  관능적이며 독약처럼 관객을 마비시키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올해(2010년) 최고의 영화” 라느니 “완벽한 연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완벽한 백조여왕을 해 낸 최고의 주연” 등등  ‘블랙스완(Black Swan)을 알리는 선전 문구는 그 어느 영화보다도 자극적으로 강렬했고 전 세계 평단과 언론에서 쏟아낸 찬사와 호평 릴레이도 파격적이었다.

그래서 그간 4~50년 전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해 오던 ‘클릭무비’를 무턱대고 묵혔다가 나이든 필자가 생전에 혹시라도 놓칠세라 이번에는 바짝 당겨 근년의 ‘가까운 옛 영화’를 골랐음을 밝힌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간  단순한 차이코프스키의  명곡과 함께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지는 ‘백조의 호수 (Swan Lake)’란  고정관념의 모티브, 그 틀을 깨고 엄청나게 벗어나 백조(白鳥)가 흑조(黑鳥)로 변신하여 종국에는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되는 비극적 어두운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 영화가 화두에 올라 상영되기까지 1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거나 주역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이 촬영 시 무용을 지도해 준 ‘벤자민 마일필드’ 코치와 열애 끝에 임신을 한 채 2011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선사하며 헐리웃 최고의 배우로 부상, 성인 신고식을 치른 역작 ‘클로저’로  골든글로브 최우수 여우조연상, 런던 영화비평가 선정 최고 여배우상과 비평가상을 받았고 이어 연속으로 ‘블랙 스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까지를 거머쥔 뒤에  갑자기 육아를 위해 은퇴를 선언한 얘기도 충격적이긴 하다.

그러나 유독 한 가지 필자에게 더욱 인상적인 것은 산부인과 의사 아버지와 자칭 예술가 어머니 사이에서 이스라엘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발레와 탭댄스, 재즈댄스까지 두루 재질을 갖춘 후 겨우 11세가 되던 해 2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너무나 유명한 영화 ‘레옹’의 오디션에 합격하여 톱클래스 ‘뤽베송’과 함께 ‘마틸다’를 맡아 나이답잖게 깜찍하고 성숙한 아역 연기를 기가 막히게 보여주던 어린 소녀에게서 강렬하게 받았던 형언키 어렵게 야릇했던 선정적 느낌이 든 일이다.

최고의 발레리나를 꿈꾸다가 은퇴, 뉴욕 발레단에 소속된 딸 ‘니나(나탈리 포트만)’의 임신으로 중도에 꿈을 접고 대신 남은 인생을 딸의 성공에 올인하며 대리만족을 갈망하는 엄마 ‘에리카(바바라 허쉬)’와 니나 모녀는 탄탄한 기본기와 재능을 바탕으로 해서 니나가 오디션 후보에 뽑히게 되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한편 예술 감독 ‘토마스 르로이(뱅생 카셀/Vincet Cassel)’는 프리마돈나 ‘베스(위노나 라이더)’를 새로운 시즌의 오프닝 작품 ‘백조의 호수’에서 강판시키기로 결정하고 신예 니나를 제1후보로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으나 니나는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게 되고 이에 좌절감으로 눈물을 쏟아내지만 어머니의 위로가 큰 용기와 버팀목이 된다. 그리고 감독은 니나의 백조모습 속에서 블랙스완을 발견하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선택한다.

마침내 ‘백조’와 ‘흑조’라는 상반된 성격의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는 ‘백조의 호수’의 프리마돈나로 발탁 되는 영예를 안기는 했지만 니나는 순수하고 우아하며 연약한 연기는 완벽하게 소화해 내지만 관능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악한 ‘흑조’의 연기는 인정받지 못해 바짝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게다가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Mila Kunis)’는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은 없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요염한 관능미를 내세워 강력한 라이벌로 급부상한다.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첫째 발레작품이라 할 수 있는 ‘백조의 호수’의 가장 큰 특징은 순수한 ‘오데트(백조)’와 악마의 화신인 ‘오딜(흑조)’ 역을 한사람의 발레리나가 1인 2역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기대감에 대한 부담과 ‘블랙 스완’ 프리마돈나 배역을 고수해야 한다는 과도한 집착 때문에 내면연기의 부족한 역량을 극복, 완벽가치를 추구하려는 강박관념은 급기야  현실과 망상을 오가면서 자신을 파괴하는 수순으로 진입한다. 자신의 내면속에 숨겨진 욕구를 표출해 본 적이 없는 니나는 도발적이고 본질적 욕망에 충실한 연기를 해내지 못하고 절망의 벽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최후의 처방으로 토마스 감독은 니나에게 섹스를 권유하기에 이르고 드디어 자위와 페팅과 레즈 행위까지 체험하게 된다. 이런 니나 앞에 릴리는 그 자체가 흑조이다. 감독이 원하는 매력과 당당함, 여과되지 않은 욕망을 표현하는, 말 그대로 선천적인 백조였던 것.

토마스 감독과의 관계를 원하지만 항상 한 발 물러섰던 그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흑조같은 릴리. 주인공 자리를 지켜내야 하지만 자기 자리를 노리는 것만 같은 릴리 때문에 드디어 니나는 심상치 않게 검정 옷을 입고 걷는 자신, 거울 속에 비치는 엉뚱한 자신의 모습, 몸에서 블랙스완의 검정 깃털이 돋는 등 수없이 소름끼치는 환상과 마주친다. 관객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드디어 블랙스완 공연의 마지막은 혹독한 피해망상에서 릴리가 자기역을 뺏는다고 생각한 니나가 릴리를 유리칼로 찔러 죽인다. 그러나 그것은 극심하게 혼란스런 자신의 환상이었고 니나가 실제로 찌른  것은 릴리가 아니고 자신이었던 것. 그것도 모른채 릴리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블랙스완역을 연기하러 무대에 나섰을 때 니나의 온 몸에는 다시 블랙스완의 깃털이 돋아나며 그녀에게 숨겨졌던 블랙스완의 자아가 실현된다. 무엇보다 자신을 릴리로 착각하고  자기 배를 찌른 유리때문에 처참하게 죽어가며 마지막 펼치는 고도의 완벽한 흑조연기는 너무나 멋있고 장엄하게 대미를 장식한다. 또 숨을 거두는 순간 토마스 감독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뤘다고 “ 드디어 해냈어요(I Was Perfect) “ 라고 속삭이는 니나의 마지막  독백은 흑조를 탐한 백조의 질투와 도발의 핏빛 욕망, 그 최후의 다이얼로그로 필자의 가슴을 지금까지 오래 적신다.

1981년 6월 9일생. 160cm  숏다리. 6개 국어를 익힌 명문 하버드대 심리학 전공의 대표적 엄친 딸. ‘레옹’ 과 ‘스타워즈’, ‘클로저’ 그리고 ‘천일의 스캔들’ 등 성공한 여러 작품을 통해 관객을 동원하며 절대적인 지지와 호평을 받은 데에는 그 첫 번째가 우선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석권한 나탈리 포트만의 완벽한 연기였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기파 발레리나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 10개월간 매일 8시간씩의 강도 높은 훈련과 9kg의 체중을 감량하면서 주연 여배우에게 한계를 넘어선 가혹한 캐릭터 창출을 요구했던 ‘블랙스완’은 포트만 특유의 열정과 인내가 아니면 누구도 해내지 못했으리란 극찬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세계가 주목한 천재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미키 루크’를 내세운 ‘레슬러’에 이어 생애 최고의 작품으로 학고하고 절제된 연출로 2010년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된 이래 기립박수를 받은 이 작품은 전편에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되어 필자도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애를 먹은 기억도 새롭다. 일반적인 스릴러 장르와는 달리 제작부터 완성까지 17년이란 준비끝에 완성된, 성공을 꿈꾸며 완벽을 추구하는 발레리나들의 피와 땀, 눈물과 광기로 뒤범벅이 된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세계, 잔혹한 예술의 세계를 밀도 있게 그려낸 ‘블랙스완’을 통해 필자, 아니 모든 관객은 백조와 흑조와 나탈리 포트만의 트라이앵글을 눈을 감고도 영원히 시야와 기억에서 지울 수 없으리란 생각이다.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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