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5 17:41
판례/ 해상유류화물의 인도시기
金 炫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 대법원2009.10.15. 선고 2008다33818
【원 고, 상 고 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
【원고보조참가인, 상고인】 참가인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피 고, 피 상 고 인】 주식회사 피고(소송대리인 ** 변호사)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08. 3. 27. 선고 2007나11837 판결
<2. 1자에서 계속>
다. 평석
(1) 해상운송에서 유류화물 인도시기
해상운송에서 운송물 인도시점에 관한 종래 대법원판례는 “해상운송에 있어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수하인, 즉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계약상의 의무이행을 다하는 것이 되고, 그와 같은 인도의무의 이행방법 및 시기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이를 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만약 수하인이 스스로의 비용으로 하역업자를 고용한 다음 운송물을 수령하여 양륙하는 방식(이른바 ‘선상도’)에 따라 인도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수하인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가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 그 인도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 되고(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137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여 우선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라 인도시점이 정해지며 수하인이 하역업자를 고용하여 운송물을 수령하는 선상도의 경우 하역업자가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 운송물에 대한 점유가 이전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류화물 운송에 있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용선계약 표준양식인 ASBA는 화물이 선박의 영구호스 연결점 안에 있는 경우에 한하여 선박이 위험을 부담하여 영구호스 연결점에서 용선자 또는 수하인에게 화물이 인도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 사안에서도 위 용선계약의 표준양식에 의하여 유조선이 도착항에 도착한 후 유조선의 파이프 라인과 육상 저장탱크의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유조선 갑판 위의 영구호스 연결점(Vessel’s permanent hose connections)에서 유류화물을 인도하는 것으로 약정하였고 이와 같은 약정에 따라 운송인이 유조선 도착 후 갑판 위의 영구호스 연결점을 통하여 수입업자가 미리 확보한 육상의 저장탱크에 연결된 파이프 라인으로 유류화물을 보낸 경우에, 창고업자는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유류화물이 위 영구호스 연결점을 지나는 때에 운송인의 점유를 떠나 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업자에게 인도된다고 본 것이다.
(2)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유류화물을 인도한 경우 운송인의 점유상실여부
(가)컨테이너화물과 달리 유류화물의 보증도 가능성
일반적으로 고체화물의 경우에는 동일한 컨테이너에 혼재되거나 또는 송하인별로 각각의 컨테이너를 사용하여 운송되고 있고, 동일한 선박에 수많은 컨테이너가 선적되어 있더라도 그 포장에 의하여 화주가 명백히 구분이 되고 보세창고에 입고한 후 혼합하여 장치하더라도 화물의 구분이 용이하며, 각 양륙항마다 이러한 컨테이너화물을 보관할 수 있는 보세창고는 많이 있으므로 설사 운송인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을 기다리며 화물을 보관하게 되더라도 그 보관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함에 반하여 석유류 화물은 액체 상태이고 서로 다른 성질이나 품질의 석유를 섞어 놓으면 화학적으로 반응하거나 품질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여러 화주의 화물 또는 동일한 화주라 하더라도 상이한 성질이나 품질을 지닌 화물을 혼적하여 운송하거나 보관할 수 없고, 육상의 보세창고에 보관할 경우에도 그 양의 다과를 불문하고 동일 화주의 동일한 화물마다 하나의 저장탱크를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저장탱크가 컨테이너 장치장처럼 그 수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보관비용 또한 고가이다.
신용장거래의 경우 신용장상의 선적서류가 신용장 개설은행에 도착하기 전에 화물이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미리 저장탱크가 확보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운송인이 선하증권 소지인이 화물의 인도를 요청하기를 기다리면서 항구에 정박하기는 그 체선료가 고가임은 물론이고 저장탱크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통상의 경우 수입업자인 실화주가 자가 보세창고(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독점적으로 사용할 보세창고를 미리 확보하여 놓고 선박이 입항한 즉시 화물을 보세창고에 입고시킨다. 따라서 유류의 운송인의 경우 선하증권의 제시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화물을 양하할 무렵 이를 화주에게 인도할 필요성이 컨테이너 운송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나) 운송인의 점유상실 문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유류의 운송인에 있어 선하증권과 상환 없이 수입업자가 정한 창고업자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하는 경우 그 창고업자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운송인의 유류화물 운송 내지 보관을 위한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이 창고업자에 대하여 인도하는 때에 수입업자에 대한 인도가 종료되어 운송인은 유류화물에 대한 점유를 비롯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하게 되고, 운송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유류화물에 대한 점유를 하고 있던 선하증권 소지인 역시 유류화물에 관한 사실상의 지배를 잃게 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았다.
결국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 없이 수입업자로부터 위임받은 창고업자에게 유류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유류화물에 대한 지배를 상실하는 등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 당하는 손해를 입게 되어 선하증권의 소지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할 것이고, 그 이후 창고업자가 임치물인 유류화물을 수입업자에게 출고하면서 선하증권 등을 교부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임치인인 수입업자와의 사이에 이루어진 임치 약정에 따른 것이므로 그 사정만으로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대한 새로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는 위에서 본 유류운송물의 인도시점에 관한 판시와 연결되는 것으로 타당하다고 할 것이며, 종래 대법원이 적용하여 오던 “중첩적 임치계약 이론”과는 다른 결론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례가 전원합의체 판결도 아니고 유류화물에 국한되어서 판시한 것이며 사안에 따라서는 위 중첩적 임치계약 이론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대법원이 위 이론을 폐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해상운송에 있어 운송인이 창고업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경우 점유가 이전되어 위험을 면하느냐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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