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01-14 10:23
[ KSG칼럼 - 秀鎬 해양소년단연맹회장(韓進海運사장) ]
“21세기 해양한국을 꿈꾸며”
‘전쟁으로 더욱 황폐해진 이태리의 어느 소읍. 도심의 한가운데 극장 파
라디소(Pradiso)가 있다. 전쟁터로 나간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는 삯
바느질로 가족들을 부양해 간다. 그러나 착하고 공부 잘하는 어린이로 커
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어린 토토의 마음은 언제나 영
화에 쏠려있다. 그리고 그 영화관의 상영기사였던 알베르토 아저씨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와의 만남을 통해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가던 어느 날
극장엔 불이나고 알베르토는 실명한다. 그리고 토토는 자신의 길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이는 ‘어느덧 중년의 유명한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토토가 어느 날 자신이
영화의 길로 들어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알베르토 아저씨가 그가
길을 떠날때 넘겨준 필름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그를 추억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줄거리다.
환경이 인생항로에 결정적인 영향
갑자기 영화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련한 ‘시네마 천국’의 영상미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보면서 사람이 환경의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
어서이다. 동해 바닷가의 더넓은 바다 자연환경이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를 만들어낸 한 원인이 됐듯이, 인간이 어떠한 자연적, 사회적, 문화적 환
경하에서 성장했느냐 하는 것은 한 인간의 인생항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유년시절의 추억과 자신을 둘러싼 환
경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색채와 조화를 이루어 평생토록 가슴속에 소
중하게 간직되게 마련이다. 유년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주위환경속에서 끊
임없이 일어나는 일들을 어떠한 선입관이나 편견없이 지켜보면서,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미래나 삶의 존재 가치에 대해 스스로 깨치게 된다.
물론 사람은 성장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흡수해가면서 인성이나 사
고도 무수히 변화, 발전하고 성숙되어가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러한 유년
시절의 경험이나 사고, 그를 둘러싼 환경은 한 사람의 일생을 만들어가는
정신적, 육체적 바탕이 된다. 아마도 영화 시네마천국에서도 꼬마 토토가
알베르토 아저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항로는 전혀 다른 색채로 채
색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환경적 관점에서 본다면 21세기 해양부국을 꿈꾸는 우리의 목표는
단지 환상에 지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미래 해양부국 건
설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바다를 동경하고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시설이
나 환경이 턱없이 부족하고 고육프로그램 또한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뱃사람 천시 부정적 시각 안타까워
일례로 선진국의 항만에 가보면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항만 전체를 일람하
면서 공부도 하고 낭만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같은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
는 것을 본다. 또한 각종 박물관이나 자료관등에서는 첨단 기기나 영상물
등을 구비해 놓고 동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러한 시설들을 갖추기엔 그동안 우리나
라의 물질적 토대가 너무 빈약했다고 인정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에 아직도 바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
음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대륙지향적일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이나 자연
을 정복하기 보다는 순응하며 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자연관, 정착문화인
농경문화와 뱃사람을 천시했던 유교문화의 영향 그리고 근래에 와서 매스
컴등에서 그려내는 선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나는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는 바다를 통해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는 길 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해방이후 우리나라가 남북분단이나 서구제국의 영향 등으로 인해 진취적으
로 해양지향적 대외진출을 모색한 결과 그래도 이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룩
했다고 한다면 지난친 비약일까?
청소년에 바다개척 정신 심어줘야
우리 선조들이 주로 육지안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반면, 그 터전을 바다
로 넓혀간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흙사랑에 여념이 없을 때 그들은 바
다를 개척하며 활동무대를 세계로 넓혀갔던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자
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바다에 대한 적극적인 개척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두려움이나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우
리에게 벅찬 풍요와 포부를 줄 수있는 삶의 터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친숙한 해양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바다가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만이 바다를 이길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게 한다. 이
런 관심과 투자가 없다면 청소년들에게 바다는 한낱 피서지나 물놀이 장소
일 뿐이다.
‘일년을 위한 대비책으로 곡식을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으며, 평
생에 대한 대비책에는 사람에 대한 교육 투자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없다
’라는 교훈처럼, 우리 국민들에게 해양 지향적 진취적 사고를 진작시키
고,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바다를 통해 원대한 꿈을 키우고 또 즐길
수 있는 많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일이 21세기 해양부국 건설
의 초석이라는 생각에서, 해양소년단연맹의 총재로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
고자 노력하고 있다.
새해 아침, 나는 해양대국의 깃발아래 바다와 해양에 대한 원대한 꿈을 심
어줄 제2, 제3의 알베르토가 계속 출현하기를 갈망하고, 찬란하게 떠오른
새해 아침의 햇살처럼 초롱초롱한 우리 청소년의 눈빛 속에서 밝고 희망찬
우리의 미래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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