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국내 중견조선사들이 올해 상반기(1~6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5개 중견조선사의 매출총액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4조34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합계는 2021년 -4928억원에서 올해 -2866억원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5개 조선사 중 2곳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곳이 적자 폭을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3874억원에서 -957억원으로 적자를 크게 줄였다. 집계가 이뤄진 4개 조선사 모두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
조선사들은 원가 절감과 공사손실충당금 환입 등보다는 급등한 환율이 실적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전망과 관련해 신조선가 상승으로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重그룹 계열사 영업손실폭 축소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하며 선박 건조대금를 달러로 받는 조선사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렸다.
상반기 현대삼호중공업은 외형 확대는 이뤄내지 못했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2조612억원을 낸 반면, 영업이익은 -2495억원에서 -2308억원으로 적자 폭을 축소했다.
순이익 역시 -1443억원을 기록, 전년 -1936억원에서 손실을 500억원가량 줄였다. 회사 측은 “강재가 상승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 환입과 무엇보다 환율 상승효과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외형 확대에 성공했으며, 영업이익 적자 폭을 대폭 개선했다. 매출액은 1조8019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28억원 12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조3921억원 -1872억원 -1248억원에 견줘 매출액은 29.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가 지속된 반면, 순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도 외형과 내실이 동반 개선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0% 폭증한 2626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 전환한 329억원 310억원을 각각 거뒀다. 조선사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실적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강재가가 조금 내리고 선가도 계속 오르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선조선 역시 케이조선과 마찬가지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25% 증가한 1199억원, 영업이익 순이익은 흑자 전환한 36억원 51억원을 각각 달성하며 반등을 이뤄냈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공사손실충당금 환입과 환율 상승효과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은 -2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탈출에 실패했으며. 매출액은 55% 후퇴한 956억원에 그쳤다.
조선사들은 수주량이 과거에 비해 양호한 데다 신조선가가 크게 상승해 향후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7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보다 1.47포인트 상승한 161.57포인트를 기록, 2020년 12월 이후 20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17만4000m³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전달 대비 500만달러 상승한 2억3600만달러를 기록,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초대형 유조선은 150만달러 상승한 1억1900만달러, 벌크선은 50만달러 오른 6450만달러로 상승했다.
‘해운시장 호황’ 컨선 수주 세자릿수 폭증
올해 상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한 중견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는 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견조선사의 지난해 선박 수주량은 24척 79만CGT(수정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
수출입은행 양 연구원은 “수주량은 감소했지만, 이는 전년도 상반기의 폭발적 수주 증가에 기인한 기저효과”라며 “최근 5년간 반기 평균 수주량인 37만CGT의 2배가 넘어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은 중견조선사들의 효자 선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상반기 중견조선사들의 탱크선 수주량은 10만CGT로 전년 대비 86% 급감했다. 과거 수주물량의 80~100%를 차지했던 비중도 13.3%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전년 대비 568% 폭증한 68만CGT로, 탱크선과 비교해 7배가량 많았다. 소형선뿐만 아니라 7000TEU급 이상 중대형선 14척 등을 수주한 게 영향을 미쳤다. 컨테이너선은 상반기 전체 수주물량의 86.7%를 차지했다.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액은 5.4% 증가한 21억7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수주량이 감소했음에도 신조선가 상승과 고부가 컨테이너선 확보 등으로 수주액이 증가했다. 중형사들의 수주액이 우리나라 조선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6.8%에서 올해 상반기 8.2%로 확대됐다.
다만 상반기 중견조선사들의 건조량(인도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인도량은 주력 선종인 탱크선 9척과 중형컨테이너선 1척에 불과했다.
양 연구원은 “2019~2020년 수주 부진에 의한 일감 부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2021년의 호전된 수주는 2023년부터 건조 및 인도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부터는 더욱 활발한 건조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견조선사의 수주잔량은 컨테이너선 확보에 힘입어 크게 늘었다. 수주잔량은 총 93척 217만CGT로 전년 말 대비 39% 증가했다. 우리나라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이 200만CGT대에 진입한 건 201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한편, 양 연구원은 중견조선사들의 수주 선종 다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변화 요구에 대응해 국가지원으로 이뤄지는 연구개발 결과가 중형사들에게 효과적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인력난에 대응해 공정효율화,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인력의 활용도를 제고함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기능 인력 양성 및 효과적 고용노동 정책을 통한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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