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제주를 잇는 여객선항로가 다시 열린다. 운항사인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오는 10일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제주행 부두에서 2만7000t급 카페리선 <비욘드트러스트>호의 취항식을 가진 뒤 오후에 첫 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로 중단된 지 7년8개월 만이다.
정부는 사고가 난 지 2년가량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항로 재개를 추진했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서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됐다. 2016년엔 조건에 맞는 사업자가 없어 입찰이 무산됐고 2018년 4월 재입찰에선 대저건설이 운항사로 선정됐지만 특혜 시비에 휘말리면서 사업을 포기했다.
새로운 사업자로 낙점된 군산 소재 하이덱스스토리지도 2년 가까운 시간을 재판에 시달려야 했다. 입찰에서 경쟁했던 회사가 선박 크기 변경 등에 잘못이 있다고 소송을 제기한 게 이유였다. 법원은 1심 2심 모두 하이덱스스토리지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되면서 길었던 법정싸움은 종지부를 찍었다.
후유증은 컸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9월 취항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재판 기간 동안 금융 조달이 막히면서 8월 말로 예정됐던 선박 완공이 11월로 3개월가량 늦춰졌고 취항 일정도 함께 순연됐다.
큰 아픔을 간직한 뱃길이 어렵게 다시 열리는 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세월>호 참사는 한진해운 파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해운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시민들에게 배 여행의 즐거움과 재미를 제공하려면 무엇보다 안전 문제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운항사와 연안해운 사업자단체인 해운조합이 화물적재관리시스템을 함께 개발해 배에 장착한 건 고무적이다. 이 장비는 실시간으로 중량을 계산해 균형적인 화물 선적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으로 체계적이지 않은 화물 선적과 이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지목되는 만큼 첨단 안전 장비의 설치는 여객선 안전에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재자동경보기와 스프링클러, 이용객이 30분 안에 탈출할 수 있는 해상탈출설비(MES) 같은 다양한 안전장치를 도입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도 필요하다. 인천-제주항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뱃길이다. 길이만 420km에 달한다. 배에서 머무는 시간은 13시간을 훌쩍 넘는다. 이용객들이 긴 시간 동안 무료하지 않도록 각종 오락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안전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선급 해운조합 해경 등 관련 기관의 아낌없는 지원과 철저한 감독도 안전운항을 위해선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안전은 백 번 천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안인 까닭이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선 안정적인 영업성과도 뒷받침돼야 한다. 사업성과가 부진하면 안전에 대한 관심도 소홀해질 수 있다는 걸 <세월>호 사고에서 익히 확인했다. 청해진해운은 실적 내기에 급급해 검사기관의 지침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화물을 실어 사고를 냈다. 다시 열리는 인천-제주항로가 조기에 영업실적을 안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과 계획을 마련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비욘드트러스트>호의 취항 일정이 비수기로 늦춰지면서 감귤이나 채소 등의 수송 수요를 놓친 건 아쉬운 점이다.
현 정부의 해운 재건 정책은 한진해운 파산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한국해운호가 코로나19 사태로 도래한 초호황기의 단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기초를 쌓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제 인천-제주항로 재취항으로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나라가 배 여행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을 말끔히 걷어내고 바다와 더불어 숨 쉬고 살아가는 재조해양(再造海洋)의 주춧돌을 놓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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