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우리 상법은 민법상의 과실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과실의 종류를 상사과실과 항해과실로 구분해 후자의 경우에는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으며, 선박화재로 인한 면책 및 해상고유의 위험 등의 개별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종전에는 항해과실 등의 면책사유로 인해 운송인의 면책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채권자는 민법상의 사용자책임 등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해 면책을 회피할 여지가 있었으나, 현행상법하에서는 운송인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도 그것이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 이론이 없다.
II. 상법 제796조의 개별면책사유
1. 상법 제796조의 내용
상법 제796조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해상운송인은 다음 각 호의 사실이 있었다는 것과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그 사실로 인해 보통 생길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
그러나, 수하인이나 선하증권소지인이 상법 794조 및 795조 1항 소정의 해상운송인의 감항능력주의의무 또는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그 손해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의를 다하지 아니했음을 증명한 때에는 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위 각 호의 개별면책사유는 다음과 같다.
1) 해상 기타 항행 또는 수면에서의 위험 또는 사고
2) 불가항력
3) 전쟁, 폭동 또는 내란
4) 해적행위나 그 밖에 이에 준한 행위
5) 재판상의 압류, 검역상의 제한, 그 밖에 공권에 의한 제한
6) 송하인 또는 운송물의 소유자나 그 사용인의 행위
7) 동맹파업이나 그밖의 쟁의행위 또는 선박폐쇄
8) 해상에서의 인명이나 재산의 구조행위 또는 이로 인한 항로이탈이나 그 밖의 정당한 이유로 인한 항로이탈
9) 운송물의 포장의 불충분 또는 기호의 표시의 불완전
10)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
11) 선박의 숨은 하자
2. 상법 제796조의 취지-입증책임의 분배 완화
위 11개 항목의 개별면책사유는 일정한 유형의 사고에 대해 운송인의 추정적인 면책(prima facie liability)을 규정해 과실문제에서 입증책임의 전환을 기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법정면책을 인정한 것이라기 보다는 입증책임의 분배를 명확히 해 운송인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이하에서는 위 개별면책사유중에 해상 기타 항행 또는 수면에서의 위험 또는 사고(해상고유의 위험), 불가항력, 운송물의 포장의 불충분 또는 기호의 표시의 불완전, 운송물의 특수한 성질 또는 숨은 하자, 선박의 숨은 하자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3. 해상고유의 위험(Perils of sea)(상법 제796조 1호)
해상고유의 위험에 의한 운송물 손해는 예컨대 거친 바다(황천, heavy sea)에서 발생한 선박충돌, 암초와의 충돌, 빙산과의 충돌, 좌초, 침몰 등과 같은 해상에서의 위험으로 인해 운송물에 생긴 손해를 말한다.
즉, 해상에서의 조난(shipwreck), 파도의 충격(foundering), 좌초(strand), 폭풍우에 의한 침수, 충돌 또는 화재 등이 해상고유의 위험이 될 수 있으나 폭풍우(storm) 그 자체는 항로상 적절하게 예견할 수 있는 날씨의 한 현상이기 때문에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또한, 태풍래습의 경우에 있어서도 해상운송인이 태풍의 래습을 예측할 수 있고 운송물에 대해 손해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지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배상책임이 있다고 본다.
외국판결중에는 폭풍과 관련해 북대서양에서 풍력8의 거친 날씨는 흔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풍향이 바뀌고 바다가 혼란해서 삼각파가 생기고 그 파정에 의해 선창의 커버가 파손됐다면 해상고유의 위험에 의한 손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 것이 있으나(Hiram Walker & Sons Ltd v. Diver Nav. Co.(1949) 83 LILR84), 반대로 운송물 손해가 북태평양에서 풍력 11과 파고 60피드의 거친 날씨에서 생겼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선체의 손상이 없었고 그 사실을 검정한 결과 60피드의 파도를 인정할 수 없었고 그 사실을 갑판일지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손상을 발견한 후에 즉시 통신연락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하는 폭풍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해석할 만큼 아주 격심했거나 또는 예상 밖의 상태가 아니라고 판시한 것도 있고(The Farland(1972) AMC394), 알라스카 만에서 풍력9의 폭풍을 만나서 해치가 금이 가서 침수했고 또한 운송물이 깨어지고 흐트러져서 침몰했더라도 그곳에 있었던 다른 16척의 선박은 이 날씨를 극복해 손상을 입지 아니했다면 이는 해상고유의 위험에 의해 침몰한 것이 아니라 감항능력의 부족에서 침몰했다고 판시해(The Pennsylvania(1957) AMC 1181) 해상고유의 위험을 부정한 사례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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