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로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가 바짝 다가오고 있다. 물류산업도 기존의 사업모델이 갖는 한계를 뛰어 넘어 더욱 다양한 운송수단과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된다고 하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실제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은 단순 제조를 넘어 이미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심지어 도시개발 단계에도 관여하며 사업의 폭을 제한하지 않고 폭넓게 융합하고, 발전시켜나가며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Sullivan)을 소개해 달라.
프로스트앤설리번은 1961년 설립된 시장조사기관으로 지난 1990년을 기점으로 그간 축적한 시장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성장전략을 컨설팅하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금은 시장조사가 한 축이고, 다른 한축은 고객의 성장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기성복 오퍼링이 있고, 맞춤복 오퍼링이 있는 셈이다(웃음). 한국에서는 2005년부터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우리나라의 5대그룹은 우리 고객사이며, 컨설팅과 프로젝트도 많은 빈도로 진행한다. 저희는 전 산업을 다루고 있어, 앞으로 중소기업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글로벌 전체적으로 원펌(One Firm)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2월 전 세계 포드의 부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법인 현황을 알고 싶다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한국시장에 대한 부분은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전 세계 각지에서 힘을 모으는 구조다. 현재 전 세계 45개 도시, 47개 오피스에서 2200명이 시장조사와 컨설팅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 자율주행 세미나에서 자동차 산업의 변화하는 미래를 발표했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미 저희가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의 테두리에서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보는 것이 비교적 손에 잡힐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란 제조업이 서비스업으로 진입하고 서비스업에 있던 기업들이 제조업에 진입하는 흐름이지 않을까. 제조기업인 GE사는 어느 순간 클라우드 사업자가 됐다. 유럽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3사도 자동차 제조와 생산을 넘어 서비스업으로 진입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심지어 항공과 해운 등 여객과 관련된 운송뿐만 아니라 화물운송까지 자신들의 비즈니스 범주에 넣으려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이들 기업은 도시개발까지 넘나들고 있다. 예컨대 유럽의 폭스바겐이 진행하는 ‘모이아(차량호출 브랜드)’ 서비스는 요구형 셔틀이다. 폭스바겐이 뜬금없이 시장반열에 들어갔는데, 단순히 제조를 넘어 대중교통에 진입하고 그러면서 도시계획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부분이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인 OEM기업의 움직임이지 않을까 싶다. 여기다 모빌리티 에이전시 서비스도 시작했다. 더 이상 (차량을) 판매하지 않고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고 서브스크립션 베이스로 이용료를 받겠다는 건데, 주중에 중요한 비즈니스에선 고급 세단을 타고, 주말에는 SUV를 타는 식으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서비스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티어 원(Tier 1)으로 불리는 1차부품 공급사들도 타이어를 렌탈 하거나, 주문형 부품을 온디맨드로 납품하는 등 ‘서비스 영역’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래 자동차산업은 서비스 부문의 확대와 함께 도시 전체를 개발하거나 이미 조성된 도시를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확대는 SCM(공급사슬관리) 측면의 변화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는 서로 연관성이 있다. 기존의 도시 인프라를 확대 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출퇴근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차를 줄이거나 도로를 늘려야 하는데, 차량이용을 못하게 통제하는 건 한계가 있고 그러면 도로를 넓혀야 한다. 그러면 정부 입장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의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의 니즈가 서로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조성된 도로에서 차량을 최대한 많이 수용할 수 있도록 차량 간 간격을 조정하고, 차량을 적절하게 우회시켜 도로를 확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다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바꿔 도로에 많은 차량을 수용하면 공공적인 목적의 당위성도 확보된다. 물류부문에선 당연히 도로 인프라가 확충되니까 배송시간이 단축될 확률이 높다. 자동차 (조달물류) 공급망 측면에선 물류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판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GM은 중국에 자동차 모터제조사와 전기차에 소요되는 배터리 제조사를 만들었다. 새로운 자동차 공급망을 만든 셈이다. GM이 앞장서서 전기차 시장의 공급망을 만들면서 당분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위치를 차지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우디나 BMW, 다임러에서도 포착된다. 당장은 이들 기업이 손해를 볼지 모르지만, 향후 변화하는 시장을 선제적으로 선점할 수 있다. 정리하면 주요 OEM기업의 발 빠른 움직임과 선제적인 투자로 향후 변화되는 시장에서도 이들은 영향력과 지배력을 유지될 전망이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연료 부문에서 친환경 연료로 대체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업체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까?
실제로 우리나라 티어1, 티어2 부품업체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저희와 컨설팅 건을 협의하는 기업도 있다. 반면 콘티넨탈, 덴소, 델피아 등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우리나라보다 여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은 자동차 ECU(차량용전자제어장치) 기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상품이나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보면 ECU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소요되는 모든 종류의 부품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ECU에 기반이 되는 모든 부품을 거느리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잘하는 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량이다. 내연기관이 바뀌면 전기차에 해당하는 모듈과 배터리 관리 시스템, 쿨링 시스템 등 파트너만 바뀌는 것이다. 각각의 부품을 결합하는 역량은 이미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ECU는 불행하게도 대형 부품업체들로부터 납품을 받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전기차로 시장이 바뀌면 커다란 공급처가 없어지는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불안한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다.
승용차 부문과 달리 상용차 부문의 자율주행은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물류현장에 언제쯤 도입될까?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차는 승용차부문보다 상용차부문이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목적은 나들이, 출퇴근, 택시 등 각각 다르고, 자율주행의 자유도 역시 너무 많다. 반면 심야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레일러나 트럭에 자율주행을 접목하는 건 훨씬 쉬울 것 같다. 이동경로가 정해져있고, 이동패턴의 자유도가 적다. 이미 ‘하이웨이 파일럿’ 기능이 적용되고 있고, 여기에 V2V(Vehicle To Vehicle)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밀지도 등이 접목되면 트레일러는 굳이 운전자가 없어도 된다. 다만 고용창출 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맞다.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여건만 마련되면 이러한 기술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기차 충천 인프라도 출발지와 도착지에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도입이 더 쉽다. 결과적으로 연료효율은 더 높고, 유지비는 절감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토교통부에서 규제를 풀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유럽은 이미 자율주행과 관련한 법규나 보험제도 등에서 앞서 나가고 있어, 이를 참고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변화도 예상된다.
모빌리티 관점에서 자율주행은 기존의 물류산업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예측된다. 그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나?
앞서 글로벌 OEM기업들은 도시개발까지 눈독을 들인다고 말했다. 여객운송과 자동차를 넘어 물류와 자전거 오토바이 등을 연결하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유럽에선 배기가스 저감 때문에 도심지에 내연기관이 들어갈 수 없어, ‘모이아’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모빌리티 관점에서 자율주행과 물류를 본다면 결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가입자를 기반으로 해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통해 플래닝을 연결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전체적인 경로를 누군가 설계해 준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자는 교통수단을 공급하는 다양한 회사들과 제휴를 맺어야 하고, 이들을 대신해 교통운임을 받고, 이것을 다시 배분하는 그러한 시장에 OEM 기업들이 참여하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에선 카카오가 카풀, 택시, 대리운전, 주차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 (모빌리티 사업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자동차업계에선 유수의 OEM기업들이 자율주행을 비롯해 변화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GM은 뉴욕에서 자율주행 전기차를 택시로 쓰겠다고 발표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기업은 생산 대수로 전 세계 탑 7위에 들지만, 선제적 투자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자율주행)수요를 선제적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야시간대 화물차 트레일러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해 미리 시장을 만들어 준다면, 자본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선제적인 투자를 따라가기가 조금 더 쉽지 않겠나. 제한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화물부문의 자율주행을 테스트 해볼 수 있게끔 내부적인 시장을 만들어준다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미래 자동차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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