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1 09:39

이커머스, '국경'이 사라지다

역직구·직구 성장률 높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01년 3조3471억원에서 2015년 53조8883억원으로 16.1배 늘었다. 지난 15년간 연평균 약 22% 성장한 셈이다. 모바일쇼핑 성장률은 더 가파르다. 2013년 6조5596억원에서 2015년 24조4645억원으로 3년간 연평균 9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해외직구(직접구매)와 역직구(직접판매) 시장의 높은 성장세도 눈에 띈다. 국내 해외직구 거래액은 2010년 3109억원에서 2015년 1조7014억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 기간 해외역직구 거래액은 24억원 수준에서 1조1933억원으로 무려 4만9620% 증가했다. 

모바일산업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2011년 2258만명에서 2015년 4367만명으로 급증했다. 2010년 이후 온라인쇼핑 거래액 연평균 증가율은 16.4%다. 모바일쇼핑 거래 비중도 45.4%로 증가했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 과열됐다. 쿠팡은 자체 인력을 통한 ‘로켓배송(당일배송)’을 통해 소비자의 호감을 샀고,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일궜다. 쿠팡의 매출액은 2013년 478억원에서 2015년 1조1339억원으로 2배 이상 치솟았다. 

반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개척자로 평가되던 인터파크와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는 쿠팡에 비해 다소 주춤하다. 인터파크의 2013년 매출액은 3855억원 규모에서 2015년 4020억원으로 증가했고,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액은 6622억원에서 7993억원으로 상승했다. 

오프라인 위주로 사업을 벌여왔던 대형 유통기업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내세우는 등 새로운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시장의 경쟁자로 ‘쿠팡’을 지목하며, 온라인쇼핑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국경을 넘어야 할 때   

최근에는 국경을 초월한 크로스보더(Cross border)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2018년 3070억달러(약 349조3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해외직구 소비자는 약 3600만명, 소비액은 1650억달러(약 187조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알리리서치(Ali Research)는 세계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2014년 1조5960억달러(약 1810조200억원)에서 2020년 3조3920억달러(약 3846조8700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글로벌 이커머스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행보가 눈에 띈다. 미국의 아마존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 강화 전략으로 보관분야와 포워딩분야로 진출했고, 미국 FMC(연방해사위원회)로부터 NVOCC (무선박운송인) 면허도 취득했다. 지난 3월에는 보잉 767 화물기 20대를 임차하는 계약도 맺었다. 아마존은 일찍이 아마존웹서비스(AWS), FBA(Fullfilment by Amazon), 결제 예측 배송(Anticipatory Shipping), 아마존 대시(Amazon Dash)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업계를 리드해 왔다. 향후 유통과 물류 IT 결제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 플랫폼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알리바바 역시 다양한 형태의 융합을 통해 SCM을 강화하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인 청운대학교 김학소 교수는 알리바바가 유통과 물류를 통합한데이어, 결제와 금융 등을 결합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결제, 금융, 정보 등을 망라한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계에 다양한 상품의 B2B(기업간), B2C(기업-고객 간)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페이(Alipay)를 통해 결제를 지원하고 물류회사인 차이니아오(Cainiao)를 통해 물류서비스를 지원한다. 또 IT클라우드회사인 알리클라우드(AliCloud)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금융회사인 마이진푸(앤트파이낸셜)를 설립해 금융분야까지를 포함시킨 융복합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김 교수는 현 시점에서 글로벌 물류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우리나라는 글로벌 물류 수행시 다양한 주체와 다양한 형태의 정보의 교환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을 포함한 관련주체와의 정보교환 및 데이터의 온라인 실시간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엄청난 업무의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물류플랫폼을 국가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정KPMG 김광석 수석연구원은 해외직구와 역직구가 확대되고 있는 트렌드는 간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내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까지 미미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 파급력을 주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직구와 역직구 시장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쇼핑으로 다시 해외직구로 옮겨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직구가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2011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해외직구의 비중은 1.6%에 불과했으나, 2014~2015년 3.4%로 증가했다. 해외직구 거래액 역시 2010년 3109억원에서 2015년 1조7014억원으로 늘었다. 해외쇼핑몰의 결제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해외직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직구 품목도 다양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품목별 해외직구 비중을 보면, 의류·패션 및 관련 상품이 38.2%, 음·식료품 23.3%, 생활용품 및 자동차용품 8.5%로 집계된다. 거래국가도 증가했다. 2010년 19개에 머물렀던 거래국가는 2014년 38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미국에 집중됐던 구조에서 중국과 유럽, 일본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국가별 온라인 해외직구 거래액은 미국이 전년동기대비 1.5%, 중동이 10.9% 감소한 반면 EU 26.2%, 일본 33.6%, 중국 13.8%, 대양주 63.3% 등의 증가세를 구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 : 통계청

역직구 선점 ‘가속도’ 

역직구 시장은 2013년 24억원 수준에서 2015년 1조1933억원으로 4만9620% 치솟았다. 올해 1분기 역직구 판매액은 4787억원으로 해외직구 4463억원을 넘어섰다. 역직구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분기 62.6%에서 2016년 1분기 75.9%로 증가했고, 특히 화장품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도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06년 G마켓에 국내 오픈마켓 최초 영문샵을 오픈, 해외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2013년도에는 중문샵을 열고 역직구 사이트 운영에 본격 돌입했다. 현재 G마켓 글로벌샵은 국내 전체 역직구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도 2014년 위메프 중문 공식 사이트 ‘웨이메이푸’를 오픈했다. 2016년 4월 기준 일 거래건수는 초기에 비해 약 50배 증가한 500건 정도가 매일 거래된다. 인기가 높은 품목은 화장품이다. 최근에는 패션, 잡화, 식품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티몬 역시 알리바바그룹 쇼핑몰 ‘티몰’의 시스템과 자사 시스템을 직접 연동하는 방식으로 역직구 사업에 나섰다. 중국 알리바바 담당자와 1:1로 상품을 정하고, 프로모션을 기획해 한국 인기상품을 중국에 소개하는 방식이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중문11번가’를 오픈한 뒤 6개월 동안 월 평균 155%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1번가는 사업초기부터 기존 판매 데이터와 중국내 선호도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된 1만3000개의 제품을 쇼핑몰 전면에 배치했다. 또 초기 인지도 선점을 위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현지화 마케팅을 꾸준히 펼쳤다. 

롯데닷컴도 ‘차이나 롯데닷컴’을 운영하며, 중화권 고객 잡기에 나섰다. 특히 계열사 물류기업인 현대로지스틱스가 갖춘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역직구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닷컴은 해외배송을 위한 물류시스템에 심혈을 기울였다. 기존의 EMS(국제우편서비스)와 DHL에 더해 인천 창고에서 상품이 집하되어 중국 가정에 보내지는 방식과 중국 현지 창고에서 로컬 방식으로 배송하는 방식을 더했다. 

인터파크는 지난달 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궈메이의 온라인 쇼핑몰 한국관을 독점 운영한다고 밝혔다. 궈메이는 1987년 궈메이 전기를 시작으로 현재 1700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연매출 30조원의 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다. 앞서 인터파크는 지난 6월 중국 소비자들이 현지에서 모바일로 국내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이바이고우’를 선보인 바 있다. 

역직구 중국 의존도 높아

이처럼 현재 대다수 이커머스 기업은 역직구 대상을 중국에 두고 있다. 올해 1분기 역직구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5.9%이며, 미국 7.1%, 일본 5.3%, 아세안 3.6%, EU 1.6% 순으로 집계된다. 이는 국내 해외직구 거래국가가 2010년 19개에서 2014년 38개로 증가하고, 미국에 집중됐던 구조에서 유럽과 일본, 중국으로 분산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광석 연구원은 “해외직구와 역직구가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이커머스와 직접 경쟁하는 시기가 왔다. 아직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비하지만, 앞으로 성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역직구 거래에서 절대적인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가 식을 경우 전체 역직구 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역직구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별로 차별화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별로 선호하는 상품이 다르고, 이 때문에 트렌드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이다. 대상국에 적합한 언어 서비스 제공과 맞춤형 결제시스템, 쇼핑 플랫폼 구축이 기본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글로벌 이커머스와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양질의 구매 및 배송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상품의 하자를 줄여 불량품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직구는 배송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파손의 위험이 크며 교환·반품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제품의 하자, 반품 배송료 과다 과금, 환급 지연, 오배송 등의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시에는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태도를 보여야 역직구 규모가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김광석 연구원은 통관절차 간소화 및 해상배송체계 구축 등 역직구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류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며, 역직구 물품에 대한 제품목록 확인 및 엑스레이 검사 시스템 확충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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