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5 10:32

추억의 명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

서대남 영화 칼럼니스트

이 영화는 우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 노소에 관계없이 세계 영화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중의 하나인 동시에 ‘오드리 헵번(Audrey Hephurn)’을 알고 싶으면 이 영화를 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녀를 단번에 은막의 여왕과 세기의 요정으로 만들었고 1953년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안겨 준 불후의 명작으로 필자의 기억에도 너무나 생생하다. 게다가 진중하고 지성과 도덕적 강직함을 겸비한 품위있는 최고 미남 스타,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이 상대역을 맡았고 ‘우리 생애 최고의 해(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고 ‘벤허(Ben Hur, 1959)’ 와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1961)’ 등의 명작을 만든 세계적 거장 ‘월리엄 와일러(Walliam Wyler)’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다 ‘조르주 오릭(Georges Auric)’이 음악을 보탰으니 당시 최고의 스텝들이 최상의 흑백 작품으로 탄생시킨 걸작이다.

이름 모를 가상의 어느 왕국의 공주인 ‘앤(오드리 헵번)’은 유럽 각국을 친선 순방차 로마를 방문한 국왕을 따라 다니지만 공주는 엄격한 왕실의 규율과 복잡한 의전과 빈틈없이 타이트한 일정에 몹시 피곤한 상태였으나 잠시도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

바쁜 스케줄에 지치고 싫증난 그녀는 주치의의 권유로 다음 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안정제를 복용하며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러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쟈유로운 해방감에 잠은 커녕 눈이 말똥해진 앤공주는 창 밖을 내다보다 갑자기 충동적인 호기심이 생겨 로마의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어 잠을 자는척 하다가 아무도 몰래 변장을 하고는 담을 넘어 궁전을 빠져 나와 무작정 로마의 밤거리를 거닌다. 생전 처음 경호없이 혼자 신나게 쏘다니다가 보니 신기함도 잠시일 뿐 피곤함과 얼마 전에 먹은 안정제 때문에 스페인 광장에 놓인 벤치 위에 쓰러져 그만 잠이 들고 만다.

때 마침 앤 공주의 유럽여행 취재 임무를 띄고 특종 기사를 노리던 로마 특파원 미국기자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가 우연히 그 길을 지나가다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는 공주를 발견하게 된다. 거리서 잠든 묘령의 아가씨를 그냥 두고 지나칠 수가 없어 일단 자기 숙소로 데려가 침대에 누이고 자기는 소파에서 눈을 붙인다. 다음 날 아침 조는 신문사에 출근해서야 비로소 공주의 실종사건과 함께 간 밤에 데려가 숙소에 두고 온 아가씨가 자기가 찾고 있는 특종감인 앤공주임을 알게 되고 헐레벌떡 사진기자 ‘어빙 래도비치(에디 앨버트/Eddie Albert)’을 불러 비밀 촬영작전을 짠다.

아침에 잠을 깬 공주는 낯선 풍경에 놀라긴 했지만 이젠 가야겠다며 로마 시내 구경을 계속 하려고 집을 나서자 조와 어빙은 서로 짜고 그녀를 뒤좇으며 트레비 분수 가까이 미장원에 들어가 머리를 잘라 헤어스타일을 숏 커트로 바꾸고 사람들 눈치를 피해 걸어가는 공주를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것 처럼 접근한다. 조는 그녀에게 로마 구경을 안내하겠다고 제의하자 의기투합, 많은 대화를 유발시키며 특종감을 만들어 간다.

공주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조도 신문기자란 사실을 숨긴다. 어빙은 라이터 모형의 소형 사진기를 몸에 감추고서 공주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치채지 못하게 낱낱이 촬영하여 필름에 담는다. 두 사람은 로마 시내 곳곳을 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구경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특히 전설의 바위 틈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빠지지 않는다며 엄살을 피는 조의 말을 곧이 듣고 놀랐다가 다시 안도하는 앤공주의 모습은 광장 계단에서의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과 함께 천진난만의 극치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앤 공주는 부드럽고 자상하며 신사다운 매너의 조에게 이성을 체험하게 되고 조 역시 아름답고 순수한 공주한테서 사랑 같은 걸 느끼면서 가까워진다. 앤은 담배를 피워도 보고 조의 모터 사이클 뒷 좌석에 앉아 시내를 달리다가 과속으로 경찰에 붙잡히자 조의 허리를 껴안으며 ‘결혼식을하러 가는 길’이라며 재치있고 능청스런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공주가 경호원 없이 나다니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동안, 공주의 실종에 초비상이 걸린 대사관은 난리가 나서 혼비백산 했고 정보기관이 총출동하는 초비상이 걸린다. 테베르 강변의 야간 무도장에 간 두 사람은 왕궁서 보낸 비밀탐정에게 발각되자 물속으로 뛰어들어 추격을 피하는 등 함께한 시간들이 어느새 사랑으로 변해 있었지만 새벽녘에 돌아가야 할 길은 서로가 달랐다.

서로가 신분을 숨긴 채 두 사람은 아쉬운 작별의 키스를 한 후 앤 공주는 황홀한 사랑과 추억만을 안고 궁전으로 돌아간다. 조는 어빙에게 시켰던 당초 계획과 달리 특종을 목표로 열심히 촬영한 사진들 중 기념이 될만한 사진만 남기고 보도는 하지 않기로 결심, 찢어버리고 짧은 시간 함께 한 시간과 그녀에게 이끌렸던 사랑만을 영원히 가슴에 담아 간직하기로 작정한다.

다음 날 귀국에 앞선 공식 기자회견장. 앤 공주와 브래들리 미국 기자는 드디어 서로가 숨겼던 신분이 드러난다.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순서에서 재회하지만 두 사람은 짧은 추억을 가슴에 묻은 채 담담하게 사랑을 가득 담은 눈길만 주고 받을 뿐이다. 앤은 브래들리에게 특별히 손을 내밀며 말한다.
“나는 이 로마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브래들리 기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없이 그간 찍었던 사진첩을 앤 공주에게 건넨다.
공주가 퇴장하고 모두가 뿔뿔이 제 갈길로 흩어져 떠나가버린 기자 회견장의 넓은 홀에서 무엇이 그리도 아쉬운지 브래들리는 혼자서 머뭇거리며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성대며 못내 아쉬운 사랑을 안으로 새기며 비련의 라스트 신, 명 장면을 남긴다. 와일러 감독은 두 주연과 조연을 빼고는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했다고 한다.

헵번은 만년에 빈곤국의 어린이를 돕는 자선사업에 참여하여 63세로 타계할 때까지 뜻깊은 여생으로 전 세계가 보여준 인기와 명성과 환호에 보답했다. 팬들을 상대 설문, 다시 보고싶은 영화에서 해마다 1위를 놓치지 않고 60년간을 사랑받는 이 영화속의 헵번이 필자에겐 언제서 부턴가 아사 직전의 깡마른 흑인 어린이를 안은 UNICEF 특별대사, 천사의 모습으로 오래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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