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2 11:04

추억의 명화/ 종착역(終着驛) (Stazione Termini/Terminal Station)

서대남 영화 칼럼니스트

은막계 최고의 교양과 지성미를 갖춘 요조숙녀의 상징처럼 정숙한 인상의 ‘메리(Mary Forbes)’역의 ‘제니퍼 존스/Jennifer Jones)’와 이 세상 고독은 온통 혼자 다 짊어지고 다니는 듯한 우수에 찬 청년 ‘조반니(Giovanni Doria)’를 연기한 ‘몽고메리 클리프트/Momtgomery Clift)’를 캐스팅하여, 네오리얼리즘의 대가로 불리는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Vittorio De Sica)’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흑백 영화가 ‘종착역’이다.

데시카 작품치고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란 일부 평가도 있지만 필자같은 아마추어 눈에는 전문 비평가들이야 뭐랬든 그 깊은 까닭엔 관심이 없고 알고 싶지도 않으며 그냥 필자가 좋아하는 스타들이 출연해 기억에 남는 영화인데다가 옆방 사는 권사께서도 강요하듯 계속 추천을 하기에 붓을 든다. 

한가지 이 작품의 특이한 설정은 영화 첫 화면이 전개되는 오후 6시 40분부터 시작해서 화면이 끝나는 8시 30분까지, 러닝타임 ‘1시간 50분’이란 시간 안에 일어난 로마역을 무대로 한 내용을 실제 상황처럼 그대로 담아내며, 상상과 대화를 통해서만 과거가 재생되는 기법으로 처리하여 사실상 생방송으로 촬영해서 중계방송하듯이 고스란히 두 남녀의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를 리얼타임대로 현장감 있게 표현한 스토리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태리 합작 영화라 제목도 ‘종착역’이란 각각 두가지 이름, 즉 이태리어(STAZIONE TERMINI)와 영어(Terminal Station)에 이어 또 미국서 실제 상영시엔 ‘미국 부인의 무분별(Indiscreation of An American Wife)’이란 타이틀로 상영됐었다. 영화의 시작은 늦가을 어둠이 밀려오는 해질녘,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나이든 남편과 7세가 된 장애아 딸을 두고 살며, 틈을 내어 이태리 로마에 관광여행을 왔다가 언니집에 들렀던 메리가 저녁 7시에 출발 예정인 파리행 기차를 타려고 큰 여행가방을 들고 로마역에 들어서는 장면에서부터 비롯된다. 

출발에 앞서 며칠간 함께 지냈던 애인 조반니 집을 찾아 차임벨을 누르려다 말고 포기한듯 기차역으로 향한다. “사랑하는 당신을 두고 떠난다”는 전보로 대신하고 기차표를 산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로마에 여행을 온 메리는 여행중 통역을 맡은 우수어린 매력적인 인텔리 청년교사 조반니의 호기심 어린 구애를 받고 두 사람은 짧은 기간 열렬히 사랑을 하다가 이별하는 장면을 로마역 구내에서 불과 두시간 미만동안 헤어지기 아쉬워 몸부림치는 헤어짐의 비통과 슬픈 사연을 다룬 간단한 줄거리가 전부다. 

역내 상점에서 딸에게 줄 선물을 산 후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즈음, 헐레벌떡 플랫폼으로 달려온 조반니는 메리를 발견하고 열차의 선로를 가로 질러 마구 뛰어와 로마를 떠나지 말고 머물며 같이 살자고 애원한다. 

그러나 메리는 발육이 더딘 딸과 8년을 같이 살아온 남편을 떠올리며, “그이는 내가 돌보지 않으면 양말 한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며 미국에 돌봐야 할 남편과 자식이 있다는 고백을 하자 조반니는 이태리인 특유의 다혈질 탓인지 격분하여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는 그 자리를 떠난다.

잠시 뒤 순식간의 잘못을 후회라도 한듯 초조한 빛으로 숨을 헐떡이며 다시 역으로 달려와 메리를 찾아 헤매던 그는 한참만에 그녀를 발견하고 열차에 치일듯 마구 뛰어와 포옹을 하고 나서는 사람들 눈을 피해 어두컴컴한, 빈 객차 안으로 황급히 데리고 들어가 숨이 막힐듯 격렬하게 키스를 퍼붓는다. 

그러나 철도 공안원에게 발각된 이들은 출입 금지구역에서의 풍기문란 혐의로 역구내 경찰서에 연행된다. 

다급한 메리는 8시 30분 파리행 열차를 타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은 끝장이라고 애걸복걸 통사정을 한다. 그러자 취조 결과 이들의 불륜관계와 가정이 있는 메리가 조반니와 헤어지기 위해 다음번 열차를 꼭 타고 싶어하는 속내를 알자 인간미 넘치는 파출소장은 두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메리가 마지막 기차 시간에 맞춰 떠날 수 있게 배려하고 훈방조치한다.

짧은 기간 지극히 사랑했던 순간을 잊지 못하는 조반니는 계속해서 메리에게 떠나지 말 것을 애원한다.

로마 체류중 젊은 청년과 때늦게 달콤한 사랑에 빠졌던 메리도 헤어지고 싶지 않은 조반니를 두고 갈등을 하지만 남편과 자식을 의식하고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서자 어쩔 수 없는 이별을 결심하고 출발 직전 열차에 몸을 싣는다. 

메리의 옷자락을 놓지 못하고 열차에 함께 따라 오른 조반니 역시 그녀가 가정으로 돌아갈 각오가 분명함을 알고 떠나 보내야겠다는 결심아래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눈물을 머금고 뛰어 내린다. 

넘어져 쓰러진 조반니는 점점 속도를 더하는 열차를 뒤따르지만 멀어져 가는 기적소리와 함께 메리는 시선에서 사라진다.

목숨같은 사랑을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고 방향을 찾지 못하는 조반니의 뒷 모습이 남기는 라스트 신의 고뇌와 고독은 너무나 처절한 여운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유명한, 제니퍼 존스의 남편 ‘데이빗 셀즈닉’이 1953년 제작, 우리나라에선 ’54년에 개봉됐는데 메리의 조카 아역으로 60년대의 춤추는 아이돌 스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의 ‘리처드 베이머(Richard Beymer)’가 나온다.

여행중에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끌려서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지만 끝내는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는 불륜 남녀의 짧은 만남 긴 이별, 비련의 스토리 종착역은 ‘카메라에 그냥 잡히는 것 만으로도 영화가 된다’는 우수 깃든 움푹한 눈으로 심리와 표정연기의 포스 스타 ‘몬티(Monti)’의 이름만 떠올려도 필자는 ‘젊은이의 양지(The Place in the Sun)’와 함께 천성적 비극에 잘 어울리는 그의 환상에 흠뻑 젖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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