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이 최근 기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해운 불황에 대응해 대대적인 혁신에 돌입하겠다는 선언이다. 비용 절감 및 인력 해고, 선박 감축 등 전방위적인 몸집 줄이기 전략이 구조조정 계획에 포함됐다.
덴마크 선사는 2년에 걸쳐 영업원가를 4억달러 절감할 계획이다. 이익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장선상에서 전 세계 근무 직원 2만3천명 중 2017년 말까지 4000명을 해고하는 대대적인 감원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선복 감축을 통한 수급 불균형 개선 작업은 구조조정안의 핵심이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2만TEU짜리 선박의 옵션분 6척과 중국 조선소에서 짓는 3600TEU급 피더선 옵션 2척을 취소했다. 현대중공업과 계약한 1만4천TEU짜리 선박에 추가된 8척의 옵션은 행사 시기가 연기됐다. 아울러 MSC와 함께 서비스 중인 유럽항로 4개 노선을 중단하는 한편 4분기에 총 35항차의 노선을 결항하는 시황 회복 전략도 마련됐다.
구조조정 계획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틀 전에 나왔다. 상반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세계 1위 선사가 컨테이너선시장 최대 성수기에 예상 밖의 저조한 성적을 내자 비상 계획을 수립했음을 알 수 있다. 머스크라인은 이익 규모가 반 토막 난 3분기 성적표를 신고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지난해에 비해 60% 가량 감소했다.
머스크라인의 급작스러운 전략 수정은 세계 해운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150억달러, 한화로 17조원이 넘는 선박 투자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던 선사였기에 충격은 자못 컸다. 정기선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됐으며 초대형선 경쟁에 대한 경각심도 한층 고조됐다. 대우조선해양이 머스크라인의 신조선 취소는 확정분이 아니며 실제 수주물량과는 관계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는 등 국내 시장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초대형선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계속해서 선도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선박 신조에 나섰지만 이같은 ‘치킨게임’ 전략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식의 시장 주도 전략은 경쟁선사 퇴출보다는 공급과잉만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다. 칠레 선사의 독일행을 비롯해 중국 양대 선사 합병, 싱가포르 선사 APL 매각 등의 시장 재편 물결은 미미했던 반면 경쟁사들의 초대형선 신조붐을 촉발시켜 수급불균형 심화와 역사적인 저운임 출현 등의 심각한 시장불황을 야기하고 말았다.
머스크라인의 대규모 선박 투자는 회사 재정에 큰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신조선 규모만 3조원을 넘어선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에서 지은 1만8000TEU짜리 20척의 가격은 4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룹 전체가 연간 6조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해운기업이라지만 10조원에 이르는 투자는 지금과 같이 불황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선 살림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라인은 지난 2011년에도 ‘데일리머스크’ 도입 등 치킨게임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시장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한 발 물러나며 ‘신사협정’을 제안했었다. 유가하락과 에코선박의 비용절감 효과로 수익성이 호전되자 다시 단가경쟁의 불을 지폈고 그 결과는 지금과 같은 역사적인 해운불황으로 귀결됐다.
과도한 경쟁이 시장 전체를 부실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지난 몇 년간의 해운불황을 통해 충분히 증명됐다. 초대형선 도입이 비용절감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확신에 찬 견해도 나오고 있다. 머스크라인의 이번 구조조정 결정을 계기로 세계 해운시장이 자성하고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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