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항로가 침체된 시황에 신음하고 있다. 아시아-북유럽 노선은 넘치는 선복으로 기본운임인상(GRI)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남미 동안 운임도 500달러대까지 추락했으며 호주 노선은 만성불황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정기 선사들은 물동량 성장과 유가 하락에 힙입어 나아진 실적을 내놨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1만9000TEU급 대형 선박들이 아시아-유럽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선복량 증가로 인한 시황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유럽·중남미 운임, ‘반토막’
4월이 됐지만 유럽 항로는 침체를 겪고 있다. 상하이항운교역소가 집계한 상하이-북유럽 노선의 4월3일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11달러로 집계됐다. 북유럽 운임이 600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상하이-지중해 노선의 4월3일 운임 역시 TEU당 663달러로 나타나 침체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북미는 유럽보다 사정이 조금 낫다. 상하이-북미동안의 3월27일자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215달러에서 4월6일 4033달러로 다소 하락했다. 서안 항만 적체 여파로 ‘고공행진’을 달렸던 운임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 것. 상하이-북미 서안의 3월27일자 운임은 1701달러에서 4월6일 1635달러로 다소 떨어졌다. 지난 2월 노사 협상이 타결됐으나 서부항만의 적체가 완전히 해결되기 까지는 아직 2~3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항로의 운임은 전년대비 반 토막이 났다. 상하이-브라질 산투스항의 4월3일자 운임은 TEU당 507달러로 침체의 폭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만 해도 신흥국의 경기 성장으로 1000달러대에서 2000달러 초반의 운임을 유지해 왔던 중남미 항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아 2011년 이후 역대 운임 최저치를 날로 경신하고 있다. 특히 남미 동안이 남미 서안보다 저조한 시황을 나타내고 있다. 선사들은 매달 GRI를 시도하고 있으나 그 효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있다.
호주항로 역시 저조한 운임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호주 멜버른·뉴질랜드 노선의 3월27일자 운임은 TEU당 619달러로 집계됐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협의협정(AADA)은 지난 4월1일 300달러의 GRI를 적용했다. 그 결과 4월3일 상하이-호주 멜버른·뉴질랜드 노선의 운임은 680달러로 전주대비 61달러 상승했다. 그러나 늘어난 선복량에 비해 도무지 늘지 않는 물동량으로 이번 GRI 효과 역시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부정적 전망이 강하다. 호주 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예정된 비수기 프로그램의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북유럽을 취항하는 선사들은 침체된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4월 시작부터 부랴부랴 큰 폭의 GRI에 나섰다. 머스크라인은 1000달러, CMA CGM과 하파그로이드가 950달러의 GRI를 적용했다. 그러나 운임은 제자리걸음이다. 선사들은 매달 GRI를 시도하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대형 선박의 투입으로 선복 과잉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북미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로 구성된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은 4월9일 600달러의 GRI를 권장했다. 북미 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시행되는 2015~2016 시즌 운송 계약(SC)을 앞두고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GRI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노선에 비해 선복 증가가 적은 것 또한 북미 항로 운임 인상에 청신호를 켜주고 있다.
올 해 선복량, 전년 대비 9.1% 증가
당장 운임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정기선사들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초대형 2만TEU급 선박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 CMA CGM은 2만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한진중공업에 발주했으며 2017년 하반기부터 순서대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OOCL은 2만1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고 밝혔다. 신조선은 2017년 11월까지 OOCL에 인도된다. 삼성중공업은 MOL의 2만1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하기도 했다. MOL은 2만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을 6억1957달러에 발주했으며 2017년 8월에 인도받는다. 에버그린은 2만TEU급 선박 11척을 용선형태로 확보했다. 이로써 2만TEU급 컨선 발주량은 20척을 돌파했다.
이미 1만9000TEU급 선박들은 아시아-유럽 항로를 기항하고 있다. 차이나쉬핑은 지난 3월20일 1만9000TEU급 네 번째 선박을 인도받았다. 신조선은 기존에 인도된 동형급 선박들과 함께 상하이, 칭다오,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을 기항한다. UASC는 오는 4월29일 1만8800TEU급 신조선 <바젠>(Barzen)호의 명명식을 목포에서 연 후 본격적으로 운항에 들어간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1만9000TEU를 포함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51척이 유럽항로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 항로 선복량 증가율은 무려 9.1%에 이른다. 공급량의 증가 속도는 수요증가율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선대와의 교체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선복량 증가는 불가피하다. NYK가 정리한 ‘전 세계 컨테이너 수송과 준공 상황 2014년판’에 따르면 올해 준공 예정인 1만 TEU급 이상 선박은 63척으로 선복량은 93만5000TEU에 이른다. 지난해와 척수는 같지만 선복량은 지난해 84만5000TEU보다 약 9만TEU 많다.
대형 선박 발주 외에도 선사들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중남미 노선 취항에 나선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대만의 양밍라인과 함께 남미 서안 서비스를 신설한다. 7월11일부터 신설되는 신규 서비스에는 55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이 투입된다. 양대 국적 선사는 남미서안 신규 취항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남미 지역 네트워크를 확보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이라 밝혔다.
외국선사들은 아시아 역내 노선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OOCL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항로를 개설했다. 지난 4월5일부터 시작된 신규 서비스 CSS는 닝보-상하이-샤먼-호찌민-싱가포르-자카르타-싱가포르-람차방-호찌민-닝보를 기항하며 16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이 투입됐다. 머스크는 계열사인 MCC트랜스포트를 통해 아시아 역내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해항 입항을 결정함으로써 국내 항만과 동남아시아 연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국적선사들의 아시아 역내 취항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물동량에 기여한 것이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항로의 누게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231만8865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0만8008TEU에 비해 10% 증가했다. 특히 수입 노선의 경우 지난해 전년대비 17% 성장한 110만7089TEU로 물동량 상승을 이끌었다.
선박의 캐스케이딩(전환배치)이 선사들의 아시아 역내 노선 취항을 이끌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항로를 기존에 기항하던 선박들이 미주, 중남미, 호주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역내 노선까지 진출하면서 선대가 커졌고, 커진 선박들을 운항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선 개척이 필요해졌다는 것. 또 정기 선사들이 이미 전 노선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머스크라인을 벤치마킹해 다양한 노선 진출을 통한 장기적 성장을 준비한다는 분석도 있다.
물동량 증가로 정기선사 지난해 실적 ‘호조’
정기 선사들은 지난해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선복량 기준 컨테이너선사 1위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5억4백만달러로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매출액은 273억5100만달러로 4% 증가했다. 실적 성장은 수송량 증가와 효과적인 비용절감 덕분이다. 지난해 머스크는 940만FEU를 수송해 2013년 880만FEU보다 큰 폭으로 수송량을 늘렸다.
CMA CG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억7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8.8% 증가했다. 매출액 또한 167억달러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아시아-북유럽 노선과 아시아-아프리카 노선의 성장을 등에 업고 수송량 역시 3.1% 늘어난 1220만TEU를 기록했다.
중국 선사들 역시 유가 하락과 비용 절감 조치로 선전했다. 코스코홀딩스의 컨테이너부문인 코스콘의 영업이익은 10억1553만위안(1784억4893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차이나쉬핑의 영업이익 역시 19억 6169만위안(3447억816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외국선사들의 실적 호조는 물동량 증가가 배경이다. 영국 컨테이너 트레이드 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유럽 수출 노선의 지난해 물동량은 전년 대비 8.6% 증가한 1539만6000TEU로 2011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미 수출 항로 역시 전년대비 5.9% 증가한 1465만2000TEU로 2007년 이후 7년만에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국적선사들은 유가하락 영향으로 전년 대비 나아진 실적을 기록했지만 외국적선사만큼 웃지는 못했다. 선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매출액 대비 유류비 비중은 약 20%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4월1일 기준 선박 연료유인 벙커C유 가격은 톤당 312달러로 지난해 평균 가격에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현대상선의 영업손실은 2321억원으로 2013년 3672억원 영업손실에 비해 손실 폭이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501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한진해운은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4년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한진해운의 영업이익은 821억원으로 지속된 적자 성적의 고리를 끊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올 1분기 영업 이익을 각각 887억원, 407억원으로 추정해 저유가 효과가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란 변수만을 기대하기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선복량의 벽이 높기만 하다. 정기선사들은 얼라이언스를 통한 공동운항과 먼 미래를 대비한 노선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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