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3 10:18
한진重, 이리슬 발주선박 시장에 내놔
금전손실 회피 카드, 리세일 성사 관심
한진중공업이 선박 건조대금을 못받고 있는 선박을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강수를 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이란 컨테이너선사 이리슬(IRISL)로부터 수주한 65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중 잔금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인도가 미뤄지고 있는 3척의 선박을 리세일 시장에 내놨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5년 3월 이리슬로부터 4척의 선박을 척당 1억달러에 수주했으며, 올해 2월 인도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10월 진수도 마쳤다.
하지만 이리슬은 첫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3척에 대한 잔금을 작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리슬은 전체 계약금액의 60%만을 선수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금을 먼저 주고 선박 인도시점에 가까울 수록 대금을 추가납입하는 헤비테일 계약방식에 미뤄 4회차 선수금까지 대금을 치른 후 마지막 잔금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이리슬은 인도시점인 지난 2월 이후 잔금 지급을 계속 미뤘고, 한진중공업은 선박 3척을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강경 대응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한진중공업이 선박을 척당 6천만달러의 대금을 이미 받은 상황에서 나머지 4천만달러 가량에 선박을 판매할 경우 해당 선박에 대한 손실을 보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컨테이너선 불황기에 대형 컨테이너선의 리세일이 성사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진중공업이 6500TEU 컨테이너선을 대폭 할인된 4천만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컨테이너 신조 시황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영국 해운분석기관인 클락슨에 제시한 동급 선박의 기준가격이 7300만달러 수준인 점에 미뤄 4천만달러는 기준가격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조선소들이 클락슨 선가의 20% 할인가격으로 수주한다는 점에서 매우 낮은 수준인 셈이다.
한진중공업은 예전에도 잔금 수령에 문제가 있는 선박을 시장에 내놓은 적이 있으나 발주자가 잔금을 치러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이리슬도 중대한 재
정문제가 해결돼 잔금 지불이 가능해졌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잔금을 치르고 선박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60%의 선수금에 대한 몰취 문제가 불거지면 선사측이 불리하다. 이리슬은 한진중공업이 선박을 리세일할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보증권 최광식 책임연구원은 한진중공업의 이번 조치에 대해 "차일피일 미뤄지는 잔금 수령에 강경한 카드를 던져 잔금 수령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것으로 최악의 경우 이리슬이 잔금을 치르지 못할 경우에도 금전 손실은 없는 카드"라면서도 "강경한 태도가 향후 신조 수주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희 기자>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