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와 해운시장의 운임 하락 등의 영향으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운항 속도가 역대 최저로 내려앉았다.
영국 조선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은 올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운항 속도가 기록적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클락슨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운항 속도 지수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컨테이너선의 평균 속도는 전년 대비 3% 감소했으며, 올해 2월엔 사상 최저인 13.7노트를 기록했다. 3분기 평균 운항 속도가 13.9노트로 소폭 상승했음에도 올해 사상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벌크선의 평균 속도 역시 올해 1~8월 전년 대비 2% 줄었으며, 8월엔 10.9노트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운항 속도가 크게 떨어진 배경엔 IMO의 환경 규제인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와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등급제가 있다. IMO 결정으로 5000t(총톤) 이상 국제선박은 올해 1월1일부터 EEXI를 충족해야 하고 CII 이행 계획을 포함한 에너지효율개선계획(SEEMP)을 선내에 비치해야 한다.
현재 운항 중인 국적 선박 중 EEXI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이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도 최근 EEXI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적선사 470척 중 463척(98.5%)이 기관 출력 등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클락슨은 “선사들이 저속운항과 기관 출력 제한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신조선 인도 급증과 물동량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한 것도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엔 운임 하락과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선박의 운항 속도는 더욱 느려질 것으로 전망됐다. 발트국제해운협의회(BIMCO)는 “내년 컨테이너선은 전년 대비 4%, 벌크선은 3% 각각 속도가 더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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