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이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다. SK해운은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전문회사인 한앤컴퍼니와 1.5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SK해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 SK해운의 부채비율은 현 2400%에서 300%로 대폭 낮아져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로 최대주주 지위는 71%의 지분을 확보하는 한앤컴퍼니가 갖게 되며 SK(주)의 지분율은 기존 57.22%에서 16%로 줄어든다. 42.78%였던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율은 12%로 하락한다.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차입 부담이 과중해지면서 재무구조의 근본적 개선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이 과감한 투자유치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SK해운은 2008년 이후 해운시황이 악화되자 장기계약에 투입되지 않은 미계약 선대의 영향으로 매년 큰 손실을 떠안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현금 부족을 메우기 위한 누적 운영 차입금이 올해 6월 기준 1.5조원 규모에 달한다.
회사 측은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한 전용선 사업과 선박 연료유 공급(벙커링)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한편 해운과 기타 사업을 물적 분할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SK해운은 민간 주도의 첫 번째 경영정상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그동안 국내 선사들이 법정관리와 파산 등을 겪으면서 국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의 출자 전환 이후 감자 등을 통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해온 상황에서 경영권 양보라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이뤄진 이번 투자 유치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한앤컴퍼니로 매각된 이후에도 SK가 일정 지분을 유지함에 따라 SK해운은 현재의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게 된다. SK그룹에 대한 수송 서비스도 계속 유지된다.
SK해운 측은 “구성원들의 고용 안정에 최선을 다해 향후 안정적인 사업·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고객시장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앤컴퍼니 자회사인 에이치라인해운과는 통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사인 한앤컴퍼니는 2010년 설립된 국내 최대규모의 사모투자전문회사로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 10여 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들의 총 자산규모는 약 10.8조원이며 구성원 수도 2만3000명에 달한다. 해운업에선 2014년 한진해운 전용선 사업부와 2016년 현대상선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을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이란 이름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 2위 자동차 공조부품 제조업체인 한온시스템과 국내 최대 종합시멘트 제조업체인 쌍용양회 경영권도 보유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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