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1 15:36

“한진해운·현대상선 초대형선 투자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취약한 재무구조로 단기적 용선 방식 선박도입 필요
한신평, 머스크 남북항로 경쟁력으로 운임변동성 낮아

미국발 금융위기로 해운시장에 사상 최대의 불황이 찾아왔을 때 세계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머스크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2.2%에서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에 -9.4%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 양대선사인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영업이익률도 2009년에 각각 -14.9%와 -11.4%로 급락했다. 시황 침체는 이후 계속되고 있지만 선사들의 수익성은 서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머스크는 2012년을 기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부진한 수익성을 탈피하지 못했다.

머스크와 국내 선사의 수익성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를 두고 해운 전문가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를 통한 단위 원가 절감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이 같은 논리를 근거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국내 선사들도 초대형 선박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해운업계 안팎에서 제시되고 있다. 투자자금 조달에 필요한 정부 지원의 틀도 해운보증기구, 수출입은행의 에코쉽펀드 등을 통해 논의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이유로 단기적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자가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한국신용평가는 머스크와 국내 선사의 수익성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한신평 정혁진 수석애널리스트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머스크와 한진해운·현대상선 간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해운업황 불황기에 확대되고 호황기에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와 한진해운·현대상선 간의 영업이익률 격차(머스크의 영업이익률-한진해운·현대상선 평균 영업이익률)는 2008년에 -0.7%포인트였으나, 금융위기로 인해 해운업황이 침체기에 돌입한 2009년에는 3.8%포인트로 확대됐다. 이 격차는 업황이 호전된 2010년에는 1.7%포인트로 축소됐으며, 업황이 둔화된 2011년부터는 다시 확대되기 시작해 2013년엔 무려 9.4%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엔 한진해운 현대상선 공히 영업비용 절감노력에 힘입어 영업 수익성이 다소 회복됐으나, 여전히 머스크와의 수익성 차이가 큰 편이다.

머스크, 원가요인 이익상승 국내선사 압도

정 연구원은 머스크의 수익성 위주의 경영환경이 경쟁사들과의 원가경쟁력 격차를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의 영업 및 선대 규모는 국내 선사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운송 매출은 2013년에 262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매출에 비해 3배 5배 많은 규모다. 선복량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80만TEU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보다 각각 5배 7배 많다. 머스크는 이러한 영업력과 선대규모의 차이를 활용해 슬로스티밍(Slow steaming, 감속운항) 등 연료비 절감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전략 등을 시행 중이다.

머스크는 슬로스티밍, 비수익노선 정리 및 초대형 선대 도입을 통해 유가상승 등 불리한 영업환경 하에서도 비용을 절감했으며 원가요인이 불황기에 머스크의 수익성이 차별화된 주요 원인이 됐다. 2008년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원가요인으로 인한 영업이익률 상승 폭은 머스크의 경우 45%포인트에 이르고 있으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20%포인트와 23%포인트에 그쳤다.

머스크는 2009년부터 슬로스티밍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연료사용량을 절감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도 달성했다. 한 번에 많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대규모 선박을 활용하는 한편 해당 항로에 추가적으로 1~2척의 선박을 투입하여 기존 수송량을 소화하면서도 감속 운항을 통해 연료소비량을 감축할 수 있었다.

머스크는 운항 속도를 20% 줄이는 경우 연료소비량이 40% 가량 감축된다고 설명한다. 선박 추가투입에 따른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슬로스티밍 효과가 나타난 2010년에 경쟁사와의 원가 격차를 확대할 수 있었던 셈이다.

머스크가 슬로스티밍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선대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2009년 기준으로 8000TEU 이상 선박 71척을 보유해 8000 TEU 이상 선박이 각각 5척과 8척에 불과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비해 대형 선박 보유 측면에서 우위에 있었다. 머스크는 2009년에 531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어 물동량 증가율 둔화로 선박 활용에 여유가 있는 가운데 큰 비용 증가 없이 슬로스티밍 적용 노선에 선박을 추가로 투입할 수 있었다.

머스크는 선박대형화와 슬로스티밍 실행에 따른 항로 운영의 변화에 대응한 노선합리화를 통해서도 원가를 절감했다.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지 않아 이해 관계의 충돌 없이 노선 폐쇄와 병합, 경쟁사와 선박공유협정 체결 등을 통해 저수익 노선을 원활하게 정리했다.

또 2011년 초 발주한 20척의 트리플E(1만8000TEU급) 선박 중 12척을 지난해 3분기까지 인도받아 규모의 경제효과를 실현하고 있다. 머스크에 따르면 적재량 증가 효과와 연료절감효과에 힘입어 트리플E 선박은 경쟁사에 비해 30% 이상 단위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트리플E 선박 도입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는 화물 영업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머스크는 초대형 선대 도입 효과로 인해 선복량이 2012년 260만TEU에서 지난해 3분기에 280만TEU로 확대됐으나 선복량 증가를 소화하기에 충분한 화물을 확보하면서 선복량 대비 운송량은 선복 1TEU당 40피트 컨테이너(FEU) 3.4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 같은 연료 효율성 개선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터미널비, 육상운송료 등 전반적인 영업비용을 감축해 2008년과 비교할 때 지난해 3분기의 수송량 단위당 총원가를 34% 가량 감축했다.

반면 선대 규모의 차이로 규모의 경제효과가 제한적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동일 기간 동안에 수송량 단위당 총원가를 각각 14% 15% 감축하는데 그쳤다. 수송량 기준이 아닌 선복량을 기준으로 총원가 증감률을 분석하는 경우에도 머스크의 원가절감 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난다. 머스크와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2009년 대비 2013년 선복량 단위당 총원가 증감률은 각각 -16% -5% 14%였다.

단위당 연료비의 경우도 머스크가 한진해운 현대상선보다 큰 폭으로 감축했다. 2010년과 2013년을 비교할 때 머스크는 t당 연료비가 평균적으로 33% 상승한 가운데서도 수송량 단위당 연료비와 선복량 단위당 연료비를 각각 4%와 8% 감축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수송량 단위당 연료비는 각각 6%와 3% 상승했으며, 선복량 단위당 연료비 증감률은 각각 -7%와 3%였다. 머스크는 2008년과 2013년을 비교할 때 t당 연료비가 22% 상승한 상황에서 수송량 단위당 연료비를 43% 가량 감축해 금융위기 이후 연료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

국내선사 시황별 수익성 편차 커

운임요인 측면에서 머스크는 국내 선사와 비교할 때 시황사이클에 따른 수익성 변동 폭이 작게 나타나고 있다. 해운시황 회복기인 2010년에 운임요인에 의한 영업이익률 상승 폭은 머스크의 경우 10%포인트였으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우 각각 29%포인트와 28%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시황이 다시 침체된 2011년의 운임요인에 의한 영업이익률 하락 폭은 머스크는 6%포인트였으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10%포인트 6%포인트를 나타냈다.

정 연구원은 선사 별로 운임요인에 따른 영업이익률 증감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는 이유는 운임 변동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머스크는 업황 회복기에 상대적으로 운임 상승 폭이 작게 나타나고 있으며, 업황이 부진한 시기에는 한진해운에 비해 운임 하락 폭이 작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머스크의 항로는 다변화돼 있는 반면 국내 선사는 변동성이 큰 동서항로에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남북항로 비중이 35%가량을 차지하는 등 동서 외의 항로로 영업이 분산돼 있어 경제권역별 경기상황에 덜 민감한 편이다.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경쟁강도가 높은 동서항로 비중이 영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서항로 주요 노선 중 하나인 아시아-유럽 항로는 2008년 구주운임동맹(FEFC)이 해체되면서 선사 간 경쟁이 심화됐다. 또 대형선박에 적합한 항만 인프라가 구비돼 있어 최근 인도되고 있는 초대형 선박의 공급도 집중되는 형편이다. 태평양 및 동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얼라이언스 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에 비춰볼 때 동서항로에 영업이 집중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수익성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 연구원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선 머스크에 비해 뒤처지는 영업력을 고려할 때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수송능력이 증가하더라도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수송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1만3000TEU 선박 5척을 인수한 지난해 한진해운에 비해 운임 하락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분기 누적기준으로 현대상선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물동량과 주요 노선인 아시아-유럽노선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각각 7.6%와 3.9%포인트 증가한 반면 단위당 매출 하락률은 이를 웃도는 9.4%를 보였다. 한진해운은 같은 기간 동안 물동량과 소석률 증가율은 각각 -4.3%와 1.3%포인트로 현대상선에 비해서 부진했으나 단위당 매출 하락률은 6.2%에 그쳐 현대상선보다 작은 낙폭을 보였다.

초대형 선박이 투입될 수 있는 노선이 동아시아-유럽 노선인 점과 이 노선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속한 CKYHE와 G6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초대형선 확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태평양 노선에서 CKYHE와 G6의 점유율은 33%와 15%이지만 아시아-유럽노선에서 이들 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은 각각 23%와 11%에 그치고 있다.

초대형투자시 유동성난 심화 우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재무여력이 취약해 초대형 선박에 대한 투자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이 각각 1108.3%와 763.7%에 달해 초대형 선대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재무구조가 건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초대형 선대 투자 상황에 따라 재무구조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경우 자본시장 접근성 문제로 인해 유동성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취약한 재무안정성 등의 제약요인으로 인해 단순히 머스크의 초대형 선박 투자를 따라가는 전략은 오히려 신인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채무 상환에 초점을 맞춘 현 수준의 자구계획과 정부의 지원 하에선 노후선 매각, 비수익노선 정리 등 영업 측면의 구조조정이나 선박 개량, 용선 방식의 에코쉽확보 등 경상적인 수준의 투자가 초대형 선대 확보보다 수익성 개선에 유효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그는 글로벌 선사들이 대형선박을 활용한 대량수송방식을 통해 단위 원가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고 선가 하락 시기를 활용한 중국계 선사들의 공격적인 발주가 더해지고 있는 점을 들어 중장기적인 해운산업 차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혜안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자구계획을 순조롭게 마무리 짓는 한편 운임과 유가간 갭이 확대돼 수익성이 가시적으로 개선되는 경우에는 신용도가 회복될 여지가 있겠지만 자구계획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영업수익성이 지속되어 펀더멘털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신용등급의 추가적인 하향조정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신평은 지난해 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BBB에서 BBB-로, BB+에서 BB로 강등한 바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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