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5 08:54

시진핑의 최치원 시(詩) ‘범해’ 인용,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수필가 白岩 / 이경순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라 말의 대석학 최치원(崔致遠:857~?)의 시 ‘범해(泛海.·바다에 배를 띄우다)’일부를 소개해 국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신라 말기 육두품 출신으로 태어나 열두 살에 아버지에게 등을 떠밀려 당나라로 조기 유학을 떠났던 최치원은 스물여덟 살이 되어 신라로 금의환향했다.

유학 6년만인 18세 나이에,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당(唐)이 그 영향권 아래 있던 나라들에서 모여든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빈공과(賓貢科)에 수석합격한 뒤 당나라의 지방과 중앙관리를 역임하며 문명(文名)을 떨쳤다. 당나라 말기인 875년 소금장수였던 황소(黃巢)가 일으킨 ‘황소의 난’ 토벌작전에 참여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맡았다. “황소가 읽다가 너무 놀라서 침상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라는 일화가 전해지는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이 쓰인 것은 이때의 일이라고 전해진다.

최치원이 남긴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 20권은 한국 최고의 문집이며, 당나라 실록을 보완할 수 있는 사료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황소의 난 때 적장에게 보낸 격문은 명문 중 명문이라며 중국에서 최치원에 대한 평가는 대단하다고 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성인 퇴계 이황, 율곡 이이는 몰라도 최치원은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라고 한다. 최치원이 벼슬살이를 한 적이 있는 양저우시(揚洲市)에서는 당성(唐城) 유적지에 ‘최치원기념관’을 짓고 매년 10월 15일을 ‘최치원의 날’로 정하여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열릴 정도로 중국인에게 사랑받는 한국인이다.

망망대해에 배를 띄우니 속세에서의 욕망이 덧없이 느껴진다는 내용은 송(宋)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1036~1101)가 ‘적벽부(赤壁賦)’에서 인간의 존재를 ‘창해일속(滄海一粟)에 비유한 것과 비슷한 정취가 엿보인다. 이런 시정(詩情)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소재가 봉래산 일 것이다. 봉래산은 전설상의 산으로 삼신산(三神山: 신선이 산다는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洲)의 세 전설적인 산)가운데 하나다. 마지막 부분에서 “봉래산이 지척에 보이는 듯, 나도 신선을 찾아보리라”고 한 것을 보면, 최치원은 항해 도중 삼신산을 생각하며 가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신라로 돌아온 뒤 진성여왕에게 시무책 10여조를 올렸다. 육두품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 관직인 아찬에 올라 개혁을 실시하려 했으나 귀족세력의 반대 등으로 좌절되자 은둔을 결심했다. 주유천하 중에 부산 해운대의 빼어난 절경에 매료되어 동백섬 바위에 자신의 호 ‘해운(海雲)’을 새겨 해운대 지명을 유래시키기도 했으며 유·불·선 통합 사상을 제시하였다. 남긴 저서로는 ‘계원필경집’외에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돛 달아 푸른 바다에 배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이라는 앞부분을 인용해 유명해진 이 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다음에 나오는 ‘승사사한사 채약억진동(乘·思漢使 採藥憶秦童·뗏목 탔던 한(漢)나라 사신이 생각나고 불사약 찾던 진나라 아이도 생각나네)’이라는 구절이다.

1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왜 최치원은 고국이 아니라 중국의 고사(故事)를 떠올렸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당시 그의 신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신라에 파견되는 당나라 황제의 사신이었다. 또 어려서부터 중국에서 자란 그는 신라보다 당의 문화가 더 친숙했다. 학자들은 그의 귀국이 당초 일시적이었는데 후견인인 당나라 희종이 죽는 바람에 신라에 주저앉은 것으로 보는 것이 대세다. 그는 귀국 이후 상당 기간 당나라의 관직명을 사용했고, 신라를 당제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대당신라국(大唐新羅國)’ ‘유당신라국(有唐新羅國)’이란 표현을 즐겨 문장에 썼다고 전해진다.

최치원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당(唐)이 동아시아가 19세기 말 서양문명의 영향 아래 들어가기 전까지 유일한 표준이었던 중국 문명을 한국에 이식한 선구자였다. 그가 중국 문명의 상징인 공자를 모시는 우리의 문묘(文廟)에 한국 유학자로는 가장 먼저 들어갔다는 것은 후세 유학자들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화사상이 뿌리 깊이 박힌 역사에 밝은 중국 지도부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치원을 언급한 것을 ‘한·중의 오랜 유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만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동아시아의 문명 표준이 다시 중국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도 직시하고 훌륭한 조상에게서 배우라는 권유로 들리는 것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21세기에 최치원에게서 배우라’는 중국의 지도자의 범해 시 인용에 대한 호응은 이미 한국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좌파는 중국이 만들고 있는 ‘새로운 중화질서’에 편입되자고 주장한다. 중국의 커지는 경제적 위력을 실감하는 우파는 ‘친중(親中)’ ‘지중(知中)’을 역설하며 중국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중국의 동의 없이 어렵고 미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줄어든다며 통일 한국은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학자도 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수천 년간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지가 가장 큰 대외적 고민이었다. 겨우 한 세기 남짓 잊고 지냈던 중국 문제가 다시 우리 민족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음을 실감하게 되는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최치원이 살았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복잡해진 국제정세는 우리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중국은 지금 과연 당나라 그때처럼 동아시아의 문명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는가? 실리적 측면뿐 아니라 긴 역사적 관점에서도 대중(對中)관계를 사활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잠실 석촌서호에는 삼전도비가 있다. 이 비는 병자호란(1636년)때 승리한 청나라 태종의 요구로 인조 17년(1639)한강 나루인 삼전도에 세웠으며, 정식 이름은 ‘대청황제공덕비’ 다. 우리는 애써 이 비(碑)를 삼전도비라고 명명하고 위안을 삼고 있다. ‘대청황제공덕비’앞에서 비문을 되새기며 그 당시 명(明)과 청(靑)을 오늘의 중국과 미국을 대입해 생각해 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 칼럼 내용은 당사의 견해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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