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6 08:51

“전략상선대는 해운강국 도약 전제조건”

수은 양종서박사, 해운산업 인식 전환 시급


우리나라가 해운강국의 지위를 강화해 나가려면 해운업계에서 추진 중인 전략상선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9월18일 오전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한국해사포럼 정례 조찬포럼에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사진 오른쪽) 박사는 일본과 중국은 수출입화물의 50% 이상을 자국적 선박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도 실효성이 낮은 현재의 국가필수선박 제도를 정비해 국산 기자재로 국내에서 건조한 전략상선대를 조성해서 석유와 가스 식량 철광석 등 국가 필수물자를 수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글로벌 선사 투자 동향과 한국의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양종서 박사는 일본의 국적선사 적취율은 2022년 현재 수출 47.3%, 수입 70.3% 등 평균 66.2%에 이르고 중국은 명문화는 하지 않았지만 자국 전략물자의 50% 이상을 국적선으로 수송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은 수출은 경제 논리, 수입은 안보 논리로 접근해 수입화물의 자국적 선박 적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풀이하면서 우리나라도 전략상선대 같은 안보를 강화하고 국적선사 적취율을 개선하는 정책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사태로 한국해운력 부침

양 박사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세계 각국 선박량 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 해운력이 2025년 현재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0년 세계 5위에 이르던 우리나라 지배선대 순위는 한진해운 사태를 거치면서 2020년 7위로 떨어지는 부침을 겪은 뒤 지난해 재화중량톤수(DWT) 9850만t, 점유율 4.1%를 기록하며 한 계단 도약했다.

우리나라가 한진해운 사태 이후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도입한 신조선과 중고선은 각각 전체 거래의 4.7%와 3%(2950만t)를 차지했다. 선박 투자가 중고선보다 신조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중고선 판매는 4034만t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이와 비교해 세계 3대 해운국인 그리스와 중국 일본의 선대 투자 전략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클락슨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량의 16.9%를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의 신조선 투자 점유율은 10.3%에 그친 반면 중고선 투자 점유율과 중고선 판매 점유율은 각각 19%와 22%를 차지했다. 그리스의 해운산업이 자산 거래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선박량 점유율 13.4%인 중국은 신조선 투자 16%, 중고선 구매 19%, 중고선 판매 10%의 점유율을 기록해, 선박을 사기만 하고 내놓지 않는 선대 확장형 전략을 펴는 걸로 나타났다. 전 세계 선박의 10.4%를 보유한 일본은 신조선 투자 비중 11%, 중고선 구매 비중 1%, 중고선 판매 비중 12%를 차지했다. 낮은 선령을 유지하는 전문 선주사(Tonnage Provider)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양 박사는 한국해운의 문제점으로 ▲소유주(오너) 중심의 기업 문화 ▲소규모 ▲짧은 업력 ▲단순한 사업모델 ▲정부의 미흡한 정책 지원 등을 들었다. 특히 해운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족은 시급한 개선 과제로 지적됐다.

현재 해외에서 해운과 조선산업이 정부가 전략적으로 후원하는 국가 간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해운이 국가의 생존과 안보를 위한 필수산업이라는 인식조차 부재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한진해운 청산과 그로 인한 해운산업 침체의 평가나 회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양 박사는 진단했다.

반면 일본은 해사산업강화법과 GX경제이행채(일본 정부가 10년간 총 20조엔 규모로 발행하는 탄소중립 국채), 조선업 재건 로드맵을 잇달아 내놓고 있고 중국은 국영 해운사와 조선사를 앞세워 규모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자국 화물을 자국에서 지은 자국 선박으로 수송한다는 의미의 국수국조(國輸國造) 국화국운(國貨國運) 정책이 대표적이다.

해운산업지원에 소극적이던 유럽연합(EU)도 해양산업전략(EU Industrial Maritime Strategy)을 올해 3월 발표하고 적극적 지원으로 전환했다. 이 전략을 토대로 해양산업 가치사슬 동맹을 설립하고 역내 해운물류를 EU 해운사에 맡기는 제도를 도입했다.

양 박사는 또 코로나 사태로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맞았던 지난 2022년 스위스 MSC가 382억달러(추정), 덴마크 머스크가 292억달러, 프랑스 CMA CGM이 249억달러의 순이익을 낸 반면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78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친 사실을 제시하면서 이익의 큰 격차가 물류기업과 터미널 인수 등의 전략적 차이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양 박사는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국내 해운업계도 톤세제 같은 단편적 요구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의 해운 보호·육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알려 정부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해운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이나 영호남의 해양지역 의원을 체계적으로 후원해 해운 분야 현안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소 규제에 대응해 조선 해운 에너지 화학 수출입기업을 아우르는 상설기구를 정부 직속으로 설치해 업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대책을 연구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정부가 기구를 직접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다급한 해운업계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거치면서 선사간 경쟁력 격차 커져

이어진 토론에서 조선 분야 관계자는 지난 2022년 글로벌 해운사가 종합물류회사 전환을 선언하는 행사에 초청받은 경험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도 해운과 항만 조선 물류 에너지를 따로 구분하지 말고 융복합 형태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해운업계 원로는 현존선 대비 컨테이너선과 탱크선 신조 발주 비율이 각각 41% 27%에 이르고 향후 3년간 공급 증가율이 8%를 기록해 수요 증가율 3%를 크게 웃돌 걸로 전망되는 점을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의 고생보다 더 심한 국면이 올 수 있다”며 해운업계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날 권오인(사진 왼쪽) 해사포럼 회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선사가 약진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같은 기간 글로벌 선사의 약진은 그보다 훨씬 컸다”며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상대 경쟁력이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 선사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해진 건 아닌지 글로벌 선사의 선박 투자 전략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해사포럼은 오는 10월29일 부산 중앙동 아스티호텔에서 「다변화·다극화의 시대 해운과 항만, 부산항의 선택과 미래」를 주제로 올해 2번째 공개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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