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운항 정시율이 항만 적체 등으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5월 전 세계 34개 항로를 대상으로 한 컨테이너선 정시 운항률은 전월 대비 0.3%포인트(p) 하락한 38.8%로 집계됐다.
올해 3월 전월 34.5% 대비 5.7%p 오른 40.2%를 기록하며 9개월 만에 반등한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5월 74.8%와 비교하면 36%p나 낮은 수치다. 월간 실적에서 올해 3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30%대의 저조한 운항률을 보이고 있다.
선박 운항 정시성이란 컨테이너선이 정해진 입출항 스케줄을 얼마나 정확히 지키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정시율이 높을수록 컨테이너 운항 서비스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2019년 컨테이너선사들의 평균 서비스 정시성은 60~80%대 수준을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백신 접종 확대로 미국 유럽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실을 물건은 넘치는데 컨테이너가 부족하게 되면서 선사들의 정시율은 곤두박질쳤다.
특히 수요 급증에 따른 항만 적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3월 말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발생한 2만TEU급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는 해운시장 정시성을 흔들었다.
여기에 북미서안에 이어 중국 옌톈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인력 부족이 심화된 것도 정시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항 정시율 회복이 올 하반기에도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온다.
선박 지연 도착 시간은 한 달 만에 다시 늘어났다. 지연이 가장 심각했던 올해 2월보다는 다소 줄어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월 한 달 평균 연착 시간은 5.86일로, 전월 5.81일에 비해 악화됐다. 전년 5월 5.48일과 비교해도 여전히 정체가 심각하다. 시인텔리전스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선사들의 정시성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선사들이 선호하는 수준 대비 크게 낮다”고 말했다.
10개 컨선사 정시율 하락
시인텔리전스가 발표한 14개 컨테이너선사들의 운항 정시율은 전월에 비해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함부르크수드 하파크로이트 짐라인 MSC를 제외한 10개 선사의 정시율은 전월에 비해 모두 떨어졌다. 전년과 비교하면 선사들 모두 두 자릿수 하락했으며, 에버그린은 51.9%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올해 5월 가장 높은 정시율을 기록한 선사는 덴마크 머스크로 46.2%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34.1%p, 한 달 전에 견줘 0.3%p 하락했다.
독일 함부르크수드 하파크로이트, 이스라엘 짐라인은 각각 43.6% 41.0% 40.5%로 나란히 2~4위에 자리하며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40%를 웃돌았다. 5위 스위스 MSC는 전월 35.8%에서 2%p 개선된 37.8%를 기록, 컨테이너선사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우리나라 HMM(옛 현대상선)은 5월 정시율이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한 32%를 기록하며 8위에 자리했다. HMM의 정시율이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건 체선이 극심한 미주항로의 구성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완하이라인은 14%p 하락한 25.9%의 정시율을 기록,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 밖에 OOCL 양밍해운도 각각 28.2% 27.1%로 운항률이 2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양항로에서 운항 스케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선박도 크게 늘었다.
시인텔리전스가 유럽과 북미항로에서 7일 이상 극심한 지연이 발생한 선박 척수를 조사한 결과, 아시아-북미항로에서 올해 1~5월 695척의 선박이 1주일 넘게 연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343척은 2주일 이상, 132척은 3주일 이상이 운항 스케줄을 제때 소화하지 못했다. 2012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9년 동안 1535척이 1주일 이상, 330척이 2주 이상, 104척의 3주 이상 각각 지연된 것과 비교하면 많은 선박이 물류 차질을 빚었다.
아시아-북유럽항로 역시 올해 1~5월 461척이 1주일 이상, 134척이 2주일 이상, 30척이 3주일 이상 연착했다. 2012년 1월~2020년 12월 9년간 7일 이상 늦은 선박이 792척인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 9년 동안 2주 이상 지연된 선박은 35척, 3주 이상 연착된 선박은 2척에 불과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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