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프리카 항만 건설 등으로 인한 해상장악력 확대가 미국과 또다른 마찰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동향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해상과 육상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인프라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중국이 아프리카 11개국에서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업들 중에는 지부티 자유무역지역·항만 개발 공사, 탄자니아 바가모요항을 비롯, 케냐의 라무항, 가봉의 산타클라라 심해항 등 항만 분야 사업도 다수 들어있다. 유럽과의 해상 운송로 구축에 유리한 동아프리카 지역을 주요 거점 항만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부티, 케냐, 탄자니아…中 국영기업 투자↑
특히 지부티의 경우 아프리카 해상로의 30%가 인도양의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이집트와 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교역 요충지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은 지난 7월부터 운영이 시작된 지부티 국제자유무역지역에 3억7000만달러(한화 약 4200억원)를 투입, 중국초상국그룹, 대련항만공사, IZP그룹 등 3개 중국계 기업이 이 구역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또 이들은 지부티 도라레항의 다목적부두를 비롯해 인근 타주라항과 구벳항 등의 항만 확장공사도 진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케냐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원유 수입국인 남수단과 접해있으며 우간다 탄자니아 등 주변국과도 교류가 용이한 이점을 갖췄다.
인도양과 접해 있는 탄자니아 바가모요항 또한 아프리카 해운 요충지로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또한 중국의 주요 투자처다. 중국은 현재 케냐 라무항에 총 31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 부두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탄자니아 정부가 추진 중인 바가모요항의 부두 확장 공사에도 중국 차이나머천트홀딩스인터내셔널(CMHIT)의 자본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中, 도라레항에 군사기지 설치…美 경계 ‘증폭’
그러나, 중국의 아프리카 항만 진출이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군사적 전략 측면도 고려됐다는 의심이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도라레항에 병력 주둔지로 활용될 중국 최초의 해군 해외부두기지가 들어서면서 의심은 더 커진 상황이다. 해당 기지와 10km 떨어진 곳에는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 기지 및 일본 자위대의 해외 군사기지가 위치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부티정부가 아랍에미리트계 부두운영사인 DP월드 대신 중국 지분이 있는 싱가포르계 PIL에 항만 운영권을 넘겨준 것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지난 2월 지부티 정부는 DP월드의 도라레항 운영권을 강제로 압수한 바 있다.
영국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DP월드는 지부티정부가 계약 의무와 외국인 투자 권리를 침해했다며 런던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했다. 런던중재재판소는 지난 9일 DP월드의 권리를 지지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터미널 운영을 재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편, DP월드 후속 운영사로 선정된 싱가포르계 PIL의 지분 일부를 중국상무항만지주회사가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지부티 해상 연결망에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자국 군사기지의 물자 보급과 해군함 급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공화당 국회의원 브래들리 바이른은 “지부티정부가 중국에게 항만 운영권을 넘겨줌으로써 미국 군사 당국의 대테러방지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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