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안 항만을 기항하는 선박들이 나날이 거대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미 동안 뉴욕항에 프랑스 선사 CMA CGM의 1만4414TEU급 컨테이너선 선박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기항했다. 미 동안 기항 선박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 선박의 길이는 366m로 뉴욕 자유의 여신상 4배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5천TEU급 이하의 선박이 주를 이뤘던 미 동안에 3배에 달하는 규모의 선박이 입항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개의 큰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파나마운하 확장과 뉴욕 베이온 다리 확장공사다.
파나마운하청은 2007년부터 54억달러를 투입해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지난해 6월 완공했다.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통과 가능한 선박의 크기는 기존 4천500TEU급에서 1만4천TEU급으로 3배 정도 커졌다. 미 동안항로에 대형선을 투입하길 원했던 선사들은 좁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수에즈운하로 노선을 돌렸지만 확장개통 이후 다시 파나마로 노선을 돌렸다.
하지만 파나마 운하 확장에도 미 동안의 주요항인 뉴욕항에 1만TEU급 이상의 선박이 입항하기에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베이온 다리다. 뉴욕항에 입항하기 위해서는 베이온 다리를 지나야하는데, 다리 높이 제한으로 9000TEU급 선박까지만 통항이 가능했다. 더 큰 선박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베이온 다리를 높이는 공사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16억달러를 투자해 공사를 진행했고, 최근 완공했다. 통항 여유 공간을 기존 151피트에서 215피트로 늘려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까지 통항이 가능해졌다.
1만4천TEU급 선박의 미 동안 취항은 비슷한 규모의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의 진입을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해운분석기관 드류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1만~1만4500TEU급 선박 314척(395만TEU)이 운항중이지만 아시아-미동안에는 일부인 23척이 운항중이다. 대부분은 아시아-유럽 노선 (176척)에 배치돼 있고 아시아-북미서안, 아시아 중동, 아시아-중남미 항로에 투입돼 있다.
향후 몇 년 간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되는 초대형컨테이너선(ULCV)은 기존의 1만~1만4천TEU급 선박을 다른 항로로 전환배치 시키는 계기가 된다. 여기에 전환배치 외에도 아직 인도되지 않은 비슷한 규모의 신조선 79척이 기다리고 있다. 이 선박들은 어느 항로로 든 배치될 예정이며, 아시아-미동안도 그 대상이다. 뉴욕항 뿐만 아니라 미 동안 항만들은 CMA CGM의 선박과 같은 초대형컨테이너선을 맞을 준비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시아-미동안 항로가 유럽항로에서 전환 배치되는 선박과 인도 받을 신조 선박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1만TEU급 이하의 모든 선박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그 이상급의 초대형컨테이너선이 대체할 수 있지만 강한 수요 증가가 바탕이 돼야 수급 균형을 깨지 않을 수 있을 수 있다.
드류리측은 “아시아-유럽에 신조선 인도에 따른 공급 압력이 운임 하락을 야기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요가 회복될 경우 큰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선사가 신조선 인도를 철회하거나 선박해체를 늘려 새로운 공급 증가를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아시아-미 동안 항로에는 3개의 글로벌 얼라이언스 (2M+HMM, 오션 및 디얼라이언스)와 단독운항 중인 짐라인이 19개의 주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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