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모처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장부'에 기입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란 국영선사인 이리슬(Islamic Republic of Iran Shipping Lines, IRISL)은 적재능력 1만4500TEU짜리 컨테이너선 3척의 신조를 위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주요 조선사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선사와 조선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가격을 놓고 척당 1억2500만달러 안팎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초대형선 발주가 정점을 찍은 뒤 올해 신조선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현재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1만3000TEU급이 1억1500만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 2008년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했던 벌크 및 탱크선을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선종을 바꿔 재발주할 수 있다는 점과 풍부한 건조 경험 등에 미뤄 현대중공업이 협상 파트너로서 가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이리슬은 당시 국내 현대미포조선과 SPP조선에 27척의 선박을 발주한 바 있다.
특히 현대미포조선엔 3만7500t(이하 재화중량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 10척과 5만6000t급 벌크선 3척, 3만7000t급 벌크선 4척 등 17척을 주문했다. 하지만 신조 계약은 UN(국제연합)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해 포괄적인 제재에 나서면서 중단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리슬은 현재 우리를 포함해 여러 조선소와 초대형선 신조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란 최대 국영해운사는 초대형선 확보를 통해 세계 해운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 무함마드 사에디 사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세계 10위권 선사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라며 "한국과 중국 유럽 조선소와 신조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컨테이너선시장 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리슬은 지난 2009년만 하더라도 64척 10만5276TEU의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며 세계 정기선사 순위 23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던 2010년 이후 자회사인 하피즈다랴라인(HDS라인)으로 선대를 이전하며 세계 해운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HDS라인에서 이란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동 인도 중동을 연결하던 정기선 항로도 2012년 하반기 이후 끊어졌다.
두문불출하던 이리슬은 6년이 지난 올해 1월 이란 제재 해제와 함께 국제 해운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알파라이너는 이리슬의 운영선대를 43척 9만6000TEU으로 집계하고 선복량 순위 22위에 올려놨다. 운영선대는 모두 사선으로만 이뤄져 있다.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2288TEU급 컨테이너선 1척에 불과하다.
지난달 31일엔 이리슬의 713TEU급 컨테이너선 <아바>(ABBA)호가 마산항에 입항하며 국내 해운시장 재진출을 알렸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이란 제재 해제 이후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주력 선종 수주를 위해 이란 기업과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해운 불황으로 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 신조선 수주량은 15만8000t(재화중량톤)급 수에즈막스 탱크선 8척(확정 6척 옵션 2척)에 불과한 실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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