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기업이 북극항로를 활용한 첫 상업 운항에 나선다.
2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7월 중에 북극항로를 활용해 아랍에미레이트(UAE) 무샤파(Mussafah)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러시아 야말반도까지 오일·가스 오프쇼어(Offshore) 터미널 건설을 위한 하역장비 4000t을 상업 운송할 예정이다.
지난 2013년 9월 현대글로비스가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성공한 이후 2년 만에 국내 선사의 상업운항이 결실을 맺게 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시범운항을 마친 뒤 지난해 상업운항을 추진했으나 화주를 확보하지 못해 포기한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1월 네덜란드 EPC(설계·조달·시공) 업체인 블루워터와 운송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달 초 러시아 북극해항로관리청(NSRA)의 북극항로 운항 허가를 취득했다.
이 회사는 국적선인 1만5000t(재화중량톤)급 중량물 전용선 <코렉스에스피비2호>를 투입해 7월18일 무샤파에서 화물 선적 후 출항해 8월 말 러시아 야말 반도까지 약 1만6700km를 운항할 계획이다.
<코렉스에스피비2>호는 지난 2012년 한국계 중국조선소인 삼진조선에서 건조된 중량물 전용선으로, 한국인 사관 8명을 비롯해 총 19명의 선원이 승선한다. 이 중 해기사 4명은 해수부가 해양수산연수원에 위탁해 진행 중인 북극운항 인력 양성교육을 지난 17~19일 이수했다. 이 교육은 영국 로이즈선급의 인증을 받았다.
북극항로 운항구간은 노르웨이와 러시아를 합쳐 7000km이며, 이중 NSRA가 운항허가를 내준 곳은 야말반도 인근 500km다. CJ대한통운 선박은 야말반도 대표항인 사베타항에서 출입국수속을 밟은 뒤 최종 도착지인 카메니항까지 운항하게 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시범운항이 스웨덴 선사 스테나로부터 용선한 선박으로 이뤄졌으며 한국 해기사들은 교육 차원에서 탑승한 것이라면, 이번 CJ대한통운의 상업운항은 국적선과 국적 선원에 의한 첫 북극항로 진출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CJ대한통운에 앞서 북극항로 운항을 타진한 메가라인은 선박 운항스케줄 차질로 첫 취항을 내년으로 미뤘다. 메가라인은 올해 7~8월 사이 자사 중량물 운반선을 투입해 중국에서 러시아 사베타항까지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부품 수송에 나설 예정이었다. 메가라인은 자사 직원 10명을 북극항로 운항 교육에 참여시키는 등 북극항로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최근 벌크선사로 발돋움한 유니코로지스틱스도 북극항로 운항을 검토 중이다.
해수부는 한국 해운기업의 북극항로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극지 운항 인력양성 교육과 북극항로 운항 선박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운항기반을 지원 중이다. 아울러 선·화주가 참여하는 북극해 활용지원협의체를 구성, 노르웨이 등 북극해 연안국과의 해운협력회의를 통해 국내외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이번 상업운항은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의 첫 결실로 극지운항 노하우를 축적함은 물론, 향후 북극 물류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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