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역내항로를 운항하는 근해 컨테이너선사들이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일궜다. 한중 및 동남아항로의 부진 속에서도 국제유가 하락을 배경으로 흑자경영의 단 열매를 수확했다. 지난해 한중항로의 운임회복이 성과를 낸 것도 선사들의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개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근해 컨테이너선사 11곳의 매출총액은 4조899억원을 기록, 2013년의 4조811억원에 비해 소폭(0.2%) 성장했다. 또 11개 선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1895억원으로, 1년 전의 -173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매출총액 감소는 팬오션(컨테이너선 부문)의 외형 축소가 배경이다. 대부분의 선사들이 매출액 성장을 신고했지만 팬오션과 태영상선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특히 팬오션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이후 동남아항로를 비롯한 대부분의 컨테이너 노선을 폐지하면서 이 부문 매출액도 5분의 1 토막났다.
고려해운 사상최대 실적
근해항로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려해운은 외형, 이익 양쪽에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고려해운은 지난해 매출액 1조2451억원 영업이익 609억원 당기순이익 61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두 자릿수로 성장했으며 이익 규모는 2.5배 성장했다. 고려해운이 영업이익 600억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2013년 2.2%에서 지난해 4.9%로 크게 확대됐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매출액 8517억원 영업이익 540억원 당기순이익 550억원을 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9.3% 23.3%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매출액은 5.1% 확대됐다. 장금상선은 컨테이너선사업에서 77%인 6570억원의 매출액을 거두고 있다. 장금상선은 과거 8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해운 불황기에도 남다른 이익률로 해운시장의 ‘핫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흥아해운은 지난해 6.2% 늘어난 789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8000억원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됐다. 영업이익은 159억원으로, 5.4% 뒷걸음질 친 반면 당기순이익은 165억원으로 소폭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간 명암이 다소 엇갈렸지만 동남아항로 불황 등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유조선 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이익을 거뒀다는 평가다. 컨테이너선 사업만을 놓고 보면 매출액 6991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이었다. 매출액은 7.8% 성장, 영업이익은 4.2% 감소한 실적이다.
팬오션 법정관리 이후 근해 4위 컨테이너선사로 뛰어오른 남성해운은 지난해 3806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3.2%의 증가율이다. 동남아항로 진출 이후 3000억원대를 찍은 남성해운은 최근 4000억원 달성을 위해 항로 다변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2억원 75억원을 냈다. 영업이익은 3.2%, 순이익은 687.7% 늘어났다. 남성해운은 김용규 신임 대표이사를 맞이하면서 올해 사업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경해운은 지난해 6.8% 늘어난 2023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동남아항로 진출, 한중일 팬듈럼항로 확대 등 사업 다각화를 배경으로 매년 견실한 성장을 이어온 이 선사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2000억원대 고지를 넘어섰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9% 늘어난 58억원, 7.6% 늘어난 9억원이었다. 선박 도입에 따른 이자비용과 외환차손 증가로 영업이익에 비해 순이익 규모가 크게 낮은 모습이다.
천경해운 2000억 돌파, 동영해운 6위 도약
동영해운은 두 자릿수의 매출액 성장세를 일구며 동진상선을 제치고 6위 자리에 올라섰다. 2012년 9위에서 3계단이나 도약했다. 동남아항로 진출 이후 모회사인 남성해운과 사업다각화를 꾀하며 호성적을 내고 있다. 동영해운의 지난해 매출액은 18.6% 늘어난 1299억원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78억원 96억원을 기록, 32%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동영해운에 추월당하긴 했지만 동진상선도 외형과 이익에서 모두 호조를 보였다. 매출액은 1196억원으로, 6.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15.5%, 순이익은 41억원으로 29.6% 늘어났다. 동진상선은 지난해 동남아항로에서 첫 사선 서비스를 출범하는 한편 선복임차(슬롯차터) 계약을 확대하며 베트남 노선을 주6항차로 확대했다.
동남아항로 진출을 하지 않은 두 선사, 범주해운과 태영상선은 외형 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범주해운은 매출액 1112억원으로 2%대의 성장세를 구가한 반면 태영상선은 1030억원으로 2%대의 역신장세를 기록했다. 범주해운은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57억원 49억원을 작성, 높은 성장률을 과시했다. 태영상선도 매출액에선 쓴 맛을 봤지만 영업이익 23억원 순이익 21억원을 거두며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냈다. 특히 컨테이너선사업이 57억원의 부문이익을 거두며 이 회사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힘을 실었다.
인천-칭다오항로에 컨테이너선을 운항 중인 한성라인의 경우 매출액은 큰 폭으로 성장한 반면 이익 폭은 크게 감소했다. 한성라인은 지난해 매출액 828억원, 영업이익 104억원, 당기순이익 91억원을 각각 신고했다. 매출액은 25.8%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9.1% 31.2% 감소했다. 한성라인은 2012년에 영업이익 143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이익 규모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익 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12.6%로 팬오션에 이어 근해 컨테이너선사 중 두 번째를 차지했다.
팬오션은 외형은 비록 5분의 1토막 났지만 이익에선 웃었다. 팬오션의 지난해 컨테이너선 부문 매출액은 744억원으로 1년 전의 3475억원에 비해 78.6% 감소했다. 외형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동남아항로 철수가 오롯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반면 영업이익은 101억원을 거둬, 컨테이너선사업 개시 이래 처음으로 이익을 내는 기쁨을 맛봤다. 높은 용선료로 계약한 선박들을 털어내는 등 수익 위주로 영업을 집중한 게 이익 실현의 배경이 됐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3.6%로 근해 컨테이너선사 중 가장 높다.
‘유가하락 vs 하역료 인상’ 올해 결과는?
올해도 선사들은 대폭 떨어진 연료비를 바탕으로 흑자 성적 달성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선박연료유 가격은 t당 35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150달러 가량 낮은 수준이다.
다만 여전히 부진한 동남아항로 시황과 하반기부터 인상 예정인 부산 북항의 컨테이너 하역료는 부정적인 요소다.
선사들은 지난달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동남아항로에서 100달러, 한중항로에서 50달러를 인상하는 내용의 운임회복(GRI)을 도입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급이 크게 늘어난 데다 물동량도 이렇다할 호조를 보여주지 못했던 까닭이다. 베트남항로 운임은 여전히 200달러를 밑도는 등 동남아항로는 바닥시황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하역요금 인가제 고시를 앞두고 6.9%의 하역료 인상을 선사와 하역업계에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부산북항 하역료를 컨테이너 1개당 4만5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이 같은 인상률이면 1년에 수십억원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선사측은 전했다.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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