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으로 일제히 흑자재정을 일궜던 컨테이너 선사들이 올해 1분기 유가상승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고유가에 운임이 약세 기조를 벗어나지 못한 탓에 선사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감소를 맛봐야만 했다.
결국 선사들은 운임 정상화와 비용절감 등을 이뤄내기 위해 EBS(긴급유류할증료) 도입을 실시했다. 화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BAF(유류할증료)와 별도로 EBS를 도입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머스크·MSC·CMA CGM 등 EBS 도입
지난해 6월 300달러였던 선박용 C중유(380CST)의 t당 가격은 올해 초 360~380달러대로 뛰어올랐다. 올해 4월에도 상승곡선을 그린 유가는 최근 450~480달러대를 형성, 지난해와 비교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년 사이 60% 이상, 2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유가 상승이 지속되자 선사들은 5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순차적으로 EBS 도입을 추진했다. 도입 폭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50~65달러 수준이다.
머스크라인 하파크로이트는 TEU당 각각 60달러 55달러를, 40피트 컨테이너(FEU)당 각각 120달러 110달러의 할증료를 화주들에게 적용했다. 프랑스 CMA CGM과 APL은 TEU당 55달러 FEU당 110달러를 적용했으며, MSC는 50달러 100달러의 EBS를 부과했다.
이스라엘 선사 짐도 지중해항로에서 TEU당 65달러 FEU당 130달러 수준으로 도입했다가 적용항로를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도 유가상승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EBS 적용 계획을 화주들에게 공지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항로를 대상으로 할증료를 부과할 계획인 이 해운사는 TEU당 20~60달러, 리퍼 컨테이너는 20~110달러의 비용을 7월1일~15일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ONE 관계자는 “연료소비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모든 수단을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항로에서는 미국 FMC(연방해사위원회) 신고가 필요해 7월 이후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이 EBS를 부과하고 있지만 유가 증가분을 화주에게 즉시 전가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윤희성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선사들은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적어도 초기에 그 상당부분을 운영비용으로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료유 가격 상승은 선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머스크라인 양밍해운 CMA-CGM 짐라인 등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 머스크는 1분기에 연료비로만 11억9400만달러를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나 늘어난 수치다. CMA CGM 역시 연료비가 전년 대비 17% 늘면서 수익 감소를 맛봤다.
윤 센터장은 유가상승 위험을 축소하는 방법으로는 벙커 헤징이 있지만 국내 선사 중 이를 활용해 유가변동 충격을 완화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가변동은 선사의 대표적인 시장위험 중 하나이므로 이를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파라이너 역시 선사들의 운영비용을 언급하며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1998년 선사들의 운영비 중 연료비는 8%를 차지했으나 최근엔 15%로 높아졌다.
드류리 “유가변동 대응 위한 새로운 시스템 개발 필요”
선사들의 할증료 도입에 화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화주단체인 세계화주포럼(GSF)은 선사들의 EBS 도입에 대해 ‘카르텔 시대의 부의 유산’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크리스 웰시 사무국장은 “선사는 유류할증료의 비용체계를 투명화할 책임이 있다”며 “기존 유류할증료와 별도의 EBS 도입이 왜 필요한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류리는 유가변동 대응과 관련해 선사와 화주가 연료비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할증료 도입에 화주들이 우려하면서도 적용 항로가 확대되면 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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