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6 10:33

약육강식 물류시장…'바이오물류'로 경쟁력 높인다

세중해운그룹 'CXL바이오물류' 사업 확대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를 지닌 동물이 있다. 덩치가 외소한 스컹크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유독가스를 내뿜어 포식자를 질식시킨다. 북아메리카 서부 지역에 서식하는 뿔도마뱀은 천적을 쫓기 위해 뿔을 흔들며 위협한다. 그래도 적이 도망가지 않으면 눈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피를 내뿜는데, 피는 약 1m 가량 날아간다. 대부분의 천적들은 이 장면을 보고 놀라 달아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약육강식의 법칙은 자본주의에서도 통용된다. 규모가 큰 대기업은 ‘혁신’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벤처기업을 배척하고, 때론 시장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들을 위협한다.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시장질서 교란이 대표적인 예다. 중소물류기업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스컹크나 뿔도마뱀처럼 대기업이 범접할 수 없는 ‘서비스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물류기업을 지향하며 세계 각지로 진출하고 있는 세중해운그룹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개척정신과 성장을 추구한다’는 비전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에서 물류의 기회를 찾다

1999년 한국에서 설립된 세중해운그룹은 프레이트 포워딩(Freight forwarding) 기업의 길을 걸어오다, 지난 2011년부터 ‘종합물류서비스(Total logistics service)’를 앞세운 ‘CXL’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 기업은 2004년 태국, 중국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홍콩, 베트남, 일본, 벨기에 등 세계 각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CXL바이오(BIO)’를 론칭하며 바이오물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물류영역에서도 ‘고난이도’로 꼽히는 바이오물류를 섭렵하면, 어떤 종류의 물류서비스라도 수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경영철학도 인상깊다.

한명수 세중해운그룹 대표는 “처음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 때, 직원들과 인류에 대한 공헌과 사명감을 갖자고 이야기 했다. 단순하게 돈을 더 벌어들이는 것보다, 바이오물류를 조금 더 선진화시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콜드체인 관점에서도 물류체계를 고도화시키면 연간 폐기되는 농산물이 줄어, 더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TNT, 페덱스, DHL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바이오물류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CXL바이오는 R&D(연구개발)센터 조성을 통한 차별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이 기업은 2016년 8월 오송바이오플러스지구 오송 2단지 일부를 매매(대지면적 7000㎡, 건축면적 4500㎡)하고, 이 지역에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17년 5월부터 R&D센터 설계를 시작했고, 2018년 2~3월 중 착공에 들어가, 같은 해 9~10월쯤 준공 예정이다.

세중해운그룹 한명수 대표는 “우리나라의 바이오물류는 주요 물류 선진국에 비해 약 25년 정도 뒤떨어져 있다. 저희는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오송 생명과학단지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R&D센터가 1차로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석·박사급의 우수한 인력을 채용해 바이오 관련 제조부터 생산 유통 및 물류과정 전반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개발을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XL바이오물류 프로세스
 
CXL바이오는 이곳 R&D센터가 준공되면 온도, 습도, 오염, 전기, 빛, 충격, 소음 등 다양한 외부의 위협요소들로부터 바이오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포장, 운송, 보관 등 각 단계에 있어 각 제품들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전망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GDP, IATA CEIV, DGR, RID, ADR, IMDG와 같은 다양한 국제규정의 자격을 획득하고, ISO9001과 14001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등 서비스의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글로벌한 규정도 연구할 방침이다. 동시에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최적의 포장, 용기, 운송 솔루션 제공과 IoT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 고위험성 병원균 보관 및 물류 수행을 위해 로봇을 이용한 완전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 첨단물류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연구개발을 통해 궁극적으로 ▲음식 ▲바이오 디바이스 ▲바이오 의약품 ▲의료기기 ▲세포와 조직 ▲코스메슈티컬 ▲생체적합물질 등 바이오 및 그와 연관된 다양한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물류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종국에는 인도와 중국, 홍콩 등 세계시장으로 무대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CXL바이오 지영호 부사장은 “바이오산업은 인구 고령화, 식량 대체, 환경 및 에너지 문제 등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바이오산업 중에서도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비중이 59.1%로 높은 편이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2014년 3231억달러(361조원)에서 연평균 5.7%씩 성장해 2019년 4273억달러(약 477조89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S헬스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물류시장은 2014년 725억달러(약 81조1000억원)에서 2020년 938억달러(약 104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임상시험 건수가 증가하고,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산업의 시장성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혈액, 제대혈,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물류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DHL, 페덱스, TNT, 녹십자랩셀 등 소수의 기업이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콜드체인과 관련된 국제적인 표준을 마련해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과 서비스가 개발돼 외부 유출이나 감염을 막는 특수 포장, 급속 냉동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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