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가 현지시각으로 6월26일 확장 개통했다. 54억달러가 투자된 대형 토목공사는 이날 성대한 개통식과 함께 9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만TEU에 버금가는 초대형선 <코스코쉬핑파나마>호가 아메리카 대륙을 관통하는 역사적인 기쁨을 누렸다.
파나마운하 확장은 세계 경제와 해운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점쳐진다. 운하 확장으로 통과 가능 선박의 폭이 종전 32m에서 49m로 커지면서 ‘파나막스선박’의 새로운 개념 정립이 불가피해졌다.
컨테이너선은 5000TEU급에서 1만4000TEU급으로, 벌크선은 7만t(재화중량톤)에서 케이프사이즈 크기인 18만t으로 통과능력이 확대됐다. 선박 대형화로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해운시장이 심각한 내상을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파나마운하청(ACP)에 따르면 파나마운하 통과선박은 최근 몇 년 간 정체상태를 보였다. 통과선박은 2013년 1만2036척 2014년 1만1947척 2015년 1만2383척으로 부침을 보였다. 지난해 컨테이너선은 100여척 늘어난 반면 벌크선은 70여척 줄어들었다.
물동량은 2014년 2억2752만t 지난해 2억2915만t 등 답보상태를 보였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입물동량 1850만t을 파나마운하를 이용해 수송함으로써 미국 중국 칠레 일본 페루에 이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선박량 2배 증가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미동안항로 수송능력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우호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운하 확장 개통 이후 통과선박량은 2배, 해상물동량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올해 7월 기준으로 주간 기준 아시아-미동안항로 수송능력은 8만206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7만3397TEU에 비해 12%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얼라이언스는 서비스수를 4편으로 유지하면서도 수송능력을 1만7800TEU에서 3만3000TEU로 2배 가까이 늘린다. 4편의 투입선박을 5000TEU급에서 8500TEU급으로 확대한 게 선복 증가의 배경이다. G6는 3800TEU짜리 배들이 취항하던 3개 노선을 중단하는 대신 1만TEU급 10척을 앞세워 신설항로를 개설한다.
파나마운하 확장 후폭풍은 북미항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근해항로도 선박 캐스케이딩(전환배치)을 배경으로 십자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KMI는 단기적으로 북미항로를 취항하던 3300~5100TEU급 컨테이너선 67척이 아시아 등의 역내항로로 뱃머리를 돌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컨테이너선 73척이 운항 중인 극동역내항로엔 북미항로를 운항하던 13척의 파나막스선박이 투입돼 18%의 선복량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장기적으로는 4000~1만TEU급 선박 249척이 역내항로로 전환배치되고 극동역내항로엔 25척의 선박이 추가로 투입돼 100척을 넘는 운항선박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비교해 파나마 운하 통과 물동량은 2017년까지 9%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공급증가율을 밑도는 수치로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종전 미동안행 전체 물동량의 39%를 점유했던 파나마운하 통과화물은 확장 개통 이후 수에즈 통과 노선과 북미내륙을 관통하는 MLB(미니랜드브리지) 노선 수요를 흡수하면서 점유율을 48%까지 확대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우호 본부장은 “거리상으로 보면 경쟁력은 MLB 파나마 수에즈 순이지만 비용면에서 파나마가 수에즈와 MLB를 앞선다”며 “확장 개통으로 선박 사이즈가 커지게 되면 배송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파나마운하로 전환하는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미항로 운임 고점대비 최대 30%대 급락
수급불일치로 북미항로 운임은 급격한 하락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KMI는 2013년 3285달러 2014년 3727달러 지난해 3131달러를 기록했던 상하이-미동안간 평균 운임(40피트 컨테이너 기준)은 올해 파나마운하 확장 여파로 2600달러선까지 떨어진 뒤 내년엔 2500달러선으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서안항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서안-MLB-미동안 노선의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2013년 2028달러를 찍었던 상하이-미서안 운임은 올해 1400달러, 내년 1250달러 안팎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점에 비해 30%를 웃도는 급락세를 띤다는 얘기다.
향후 얼라이언스간 북미항로 경쟁에선 한진해운이 속하게 될 디얼라이언스(TA)가 경쟁자들에 비해 약세를 띨 것으로 예상됐다.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의 2M이나 중국 코스코, 프랑스 CMA CGM,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이 손잡은 오션얼라이언스(OA)에 비해 TA의 초대형선박 보유량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M과 OA의 7500~1만3000TEU급 선박 보유량은 각각 389척 437척인 반면 TA는 277척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1만~1만3000TEU급 선박 보유량은 각각 35척 21척으로, 세계 1~3위 선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1만3000TEU급 이상 선박은 머스크와 MSC가 100척 안팎, CMA CGM과 코스코가 50척, 대만 에버그린이 28척인 반면 양대 국적선사는 1척도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한진해운은 북미항로에서 물동량 기준으로 7%대의 점유율을 보이며 5위선사 지위를 유지해왔다. 파나마운하 확장 이후 대형선 확보에 능동적으로 나서지 못할 경우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우호 본부장은 “향후 1만3000TEU급 선박이 미동안항로 주력선대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적선사들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초대형선 확보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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