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1 08:41

인터뷰/ 송정규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터무니없이 저렴한 국내 도선료 개선에 진력할 터”
도선사용 선박조종 시뮬레이터 개발에 박차


신묘년 새해 한국도선사협회의 주력 사업은 무엇인지요?

주력사업이라는 표현은 거창한 느낌이 듭니다만 금년에는 그간 개선되지 못한 도선료와 도선선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나라 항만의 도선료와 도선선료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평소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는데, 지난해 12월에 국토해양부에 제출된 “도선서비스 품질개선을 위한 도선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보니 내용에 명시된 대로 여러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현재 국내 항만의 도선료는 그동안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뿐더러 외국 주요 항만과 비교해서도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습니다.

또 도선선료 역시 도선사 1인이 도선을 위해 본선에 승·하선하는데 소요되는 실제비용 개념으로 책정해야 함에도 불구, 여러 도선사가 함께 승선해야 수지가 맞는 구조가 돼 근본적인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더구나 나날이 달라지는 도선선의 현대화나 대형화를 위해서는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도선선료 책정을 새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매년 상승하는 유가와 연계해 유가연동제를 실시헤야 하며, 도선사의 안전과 이용자의 전천후 도선 서비스 확보를 위해선 보다 쾌적하고 현대화된 신속한 도선선의 건조를 위한 재투자와 도선선 선원에 대한 안전교육 등을 실시헤야 합니다. 도선선료는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 지급 개념으로 돼 있습니다만 그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하에서 무슨 도선선 장비의 현대화를 이룰 수 있으며, 보다 나은 도선 서비스를 제공 할 수가 있겠습니까?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지금 부산항에 기항하는 선박의 최저 도선료는 6만7,000원입니다. 이런 선박 한 척을 도선하기 위헤 해당 도선사는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도선하러 갔다가 도선을 마치고 귀가하면 통상 9시가 됩니다. 5시간 30분 동안 시간을 소비하고 6만7,000원을 받는 셈이죠.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항만 최고 전문가가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한 대가가 결과적으로 시간당 약 1만2,000원이라면 이것이 말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러한 선박일수록 여러 면에서 도선관련 위험 부담은 더욱 높습니다. 왜냐하면 열악한 선박장비, 안전하지 못하고 SOLAS 규정에 미달하는 PILOT LADDER, QUALITY가 떨어지는 선원, 수적으로 부족한 선원, 노후화된 선체, 갑작스러운 계기 고장 등 전형적인 SUB-STANDARD VESSEL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요율(料率)이 제대로 정상화되도록 저는 혼신의 노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도선사의 개인적인 수입을 올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 대한 더 진보된 도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정마련도 필요하고 도선사 개개인과 협회 및 국가와 사회에 다각도로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도선료 및 도선선료를 제대로 받는 것이 선결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도선업무에 있어서 도선사의 역량강화 및 도선훈련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도선기술의 대외적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도선사용 선박조종 시뮬레이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동 시뮬레이터 개발은 우리 협회 숙원사업의 하나로 한국해양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기술용역을 체결하고 2008년 11월부터 3개년 계획으로 추진해 오고 있으며 순수한 우리나라의 기술로 도선업무에 적합한 선박조종 시뮬레이터 모델을 개발 중입니다. 전국 항만과 총 13척의 선박 모델을 제작해 어떤 선박이라도 자체 실습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2011년 말까지 동 시뮬레이터 개발이 완성되면 우리 협회에는 3D FULL-MISSION 시뮬레이터가, 전체 도선사들에게는 PERSONAL COMPUTER 기반의 2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제공돼 도선업무에 있어 상당한 발전이 기대되며 과학적 근거도 제공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울러 도선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도선사가 승,하선 중에 상해(傷害)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며, 보통의 경우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사례를 모아서 책자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도선사 업무의 위험성을 알려 레드 카펫(Red Carpet) 위에서 일하는 화이트 칼라(White Color)분들과 차별화를 보이고 싶고 대내적으로는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각인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선관련 세미나를 개최, 도선 이용자들을 초청해 도선업무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상호 이해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도선용역 보고서와 관련해 지적하고 싶은 말씀은?

앞서 말씀드린 ‘도선서비스 품질개선을 위한 도선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는 국내의 도선료 및 도선제도 전반을 외국 유수 항만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그 보고서가 지적하는 내용의 의미는 지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의 일부가 도선사 측에 유리하게 나왔다고 해서 애써 무시하거나 폄하하려는 관계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는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될 매우 타당성이 있고 객관적인 결론입니다.

내용에 따라서는 우리 도선사 측에 불리하거나,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매우 잘 작성된 보고서로서 대한민국 도선제도를 외부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는 유일한 자료로 사료되며, 우리 협회에서는 이 보고서의 결과를 참조, 도선 서비스 품질개선과 도선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 받아들여야 할 것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국내항만 도선료가 주요 비교대상 항만의 대략 5분의 1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임을 확인했고, 이런 부당한 저렴함으로 인해 국가차원으로 볼 때에 우리나라의 외화수입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고, 개인적으로 볼 때에도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있었던 것 등을 포함해 국내외 도선제도 전반에 대한 실태를 비교적 상세히 알릴 수가 있게 됐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국내항만 기항선박의 도선사 이용자들은 그 동안 엄청난 경제적 혜택을 받은 셈입니다.

작년 11월 제20차 국제도선사협회 총회에 참석하셨습니다. 선진 해운국들의 도선제도 실태는?

작년 11월에 호주 브리스베인에서 개최된 제20차 국제도선사협회(IMPA) 총회에 참석한 소회의 일단을 말씀드리자면, 유럽 도선사들은 장비의 현대화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우수한 도선서비스의 창출로써 스스로의 위치를 격상시키고 있으며, 북미 도선사들은 안전논리와 환경보호의 측면에서 도선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도선사의 위상을 제고하며 도선사의 지위를 확실히 지켜나가고 있었습니다.

선진 해운국의 도선사들 역시 자기 직업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도선업무 수행의 위험성과 물류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공익적 측면에서의 필요성 등 도선업무가 가지는 특수성을 공감하는 한편 항만과 선박에 대한 오랜 경험과 지식에 대한 전문성을 100% 인정해주는 선진 해운국의 해운항만업계와 지역사회의 합리적이고 성숙한 분위기와 자세는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너무 달라 그것이 매우 부러웠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도선사와 도선 서비스 이용자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거듭나 진정한 해운강국으로서의 모습을 이루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우리나라 도선사들이 풀어야 할 당면과제는?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도 도선사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분들이 많아 당혹스럽습니다. 예선 선장을 도선사로 알고 있는 분, 섬과 육지를 오가는 도선(渡船)의 선사(船社)로 알고 있는 분, 조선사(造船社)의 오기(誤記)로 지레 짐작해 알고 있는 분, 심지어는 서울 우이동에 있는 도선사라는 사찰에서 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 등 상상을 초월할 지경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현상이 우리 도선사 자신의 홍보 부족에서 나온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좀더 활동적으로 대외적인 홍보를 해야만 합니다. 일반 대중에게 도선과 도선사의 중요성을 알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도선이 친근하게 대중에게 알려질 때에 사랑도 받고 이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도선의 독과점이라는 사회 일각의 일방적 비판적인 시각에서 도선의 특수성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타당성을 알려야 하고, 세계 여타 국가도 도선제도를 우리와 유사하게 보호하고 있음을 알리고 나아가 도선의 중요성을 인지시키는 한편 도선사의 사회적인 지위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올 한 해 이러한 당면과제들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이고 다방면의 대외활동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우리 도선사들 스스로의 자정(自淨)활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선사들이 항만에서 매우 중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대우도 못 받고 비난을 받는 데에는 극히 일부 도선사들의 고압적인 태도가 여러 원인들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 합니다.

이런 잘못된 자세를 시정하고, 철저한 목표 의식과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단합을 바탕으로 도선사들이 사회·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때, 정당하고 합리적인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여러 선진 해운국들의 경우처럼 사회적 지위를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토해양부 등 관계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바는...

도선의 범위를 넘어서 항만정책에 대해 언급한다면 국내 항만 간의 무한 경쟁체제를 이루기보다 우리나라 각 항만의 특성과 이점을 최대한 살려 각기 차별화된 항만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컨테이너 터미널이 대세라고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컨테이너 터미널을 지으면 공급과잉이 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부산항이 컨테이너 중심항이라면 여타 항구들은 유조선, 살화물선, 기타 화물선 처리항으로 전문화시키는 것이 국가 전체 항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필수적일 것입니다.

또 단순한 요율 인하 등으로 인한 항만 마케팅 효과는 일시적이고 우리나라 항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무책임한 항만요율 인하 압력 등 직·간접적인 내정 간섭에 따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동북아 인근 경쟁국에 비해 항만물류비가 훨씬 저렴한 현 국내 해운항만업계의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따름입니다.

실례로 부산항의 경우 컨테이너 하역료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만원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3·4년 전만 해도 8만원대 였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항만요율을 낮추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과 이를 교묘히 터미널간에 경쟁을 시킨 외국계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횡포도 제반 항만 요율을 낮추는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렇게 실속 없는 ‘항만 요율 인하’는 국가나 개인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당한 요율을 받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국 항만이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므로 이에 대한 관계 당국의 대책마련이 화급합니다.

뿐만 아니라 항만물류에서 제일 중요한 도선업에도 깊은 애정과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시고, 적극적인 항만배후 물류단지의 개발과 다국적 기업의 유치 등 다각적인 항만 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된 화물의 창출을 비롯한 각종 부가가치 창출로써 국내 해운항만업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해운업계에 바라는 바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비롯된 부분별 해운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회복하기는 했지만, 벌크선운임지수(BDI)는 계속 하락하고 있고 선박의 공급과잉 등 산재하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로 인해 아직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혹독한 시련과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으므로 우리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키 위해 업계·정부·학계 모두가 동반자라는 의식을 굳게 다지고, 합리적이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다방면으로 노력한다면 올 한 해를 우리 해운업의 또 다른 중흥기로 도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안전문제를 도외시한 채 도선사를 마음대로 취급할 수 있는 하청업체에 소속한 존재처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이용자도 일부 있는데, 성공의 동반자로서 도선사가 해운업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선사에 대한 많은 배려와 깊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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