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또다시 3000만TEU를 넘어서며, 우리나라 항만 개항 이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고금리 기조, 러·우 전쟁 및 중동 사태 등 여러 대외 악조건 가운데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개별 항만 가운데 부산항과 인천항은 수출입 물량 강세와 신규 컨테이너 항로 유치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부산항은 환적 거점화 전략을 통해 환적 물량 성장도 주도했으며, 인천항은 중고차 컨테이너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등 항만 별로 특색 있는 경영 전략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냈다. 광양항은 상반기엔 낮고 하반기엔 높은 ‘상저하고’의 물동량 흐름을 보이면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4.6% 성장한 3014만4200TEU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2922만5600TEU)보다 3.1% 증가했다. 수출입과 환적 화물도 모두 강세였다. 이들 화물은 각각 1723만8900TEU 1273만8200TEU로 1년 전보다 4.8%씩 증가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대중국 수출입 물량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중 수출과 수입은 각각 5.3% 4.4% 상승한 865만3500TEU 858만5500TEU로 집계됐다.
대륙·국가별로 일본(-4.1%)과 대양주(-3.8%)를 뺀 대부분의 지역에선 물량 강세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와 극동아시아(일본 포함)를 오간 지난해 물동량은 1542만6900TEU로, 1년 전에 견줘 1.6% 상승했다. 다만 극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4.1% 역신장한 304만2300TEU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두 번째로 많은 북미항로도 물량 호조를 보였다. 우리나라와 북미 지역을 오간 화물은 전년 대비 1.8% 오른 444만1400TEU로 집계됐다. 중남미 지역과의 교역량도 22.3% 늘어난 266만1000TEU를 기록했다. 이 중 중미와 남미 지역은 각각 139만7500TEU 126만3500TEU로 30.4% 14.5% 성장했다.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세 번째로 많은 동남아는 6.2% 증가한 382만8800TEU를 찍었고, 뒤를 이어 유럽은 7.9% 오른 155만3100TEU를 각각 기록했다. 이 밖에 중동 서남아 아프리카 등 3개 지역에서도 각각 73만3100TEU 52만9800TEU 29만2400TEU를 내며 전년 대비 19.4% 10.5% 40.3% 성장했다. 반면 대양주는 3.8% 후퇴한 50만9600TEU를 기록하며,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항만별로, 부산항은 1년 전(2208만TEU)에 견줘 4.9% 증가한 2315만1300TEU를 처리했다. 주요 교역국 중 하나인 일본 물량 약세에도 중국(5.2%)과 미국(2.9%) 물동량이 각각 증가한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수출입과 환적 화물은 모두 늘어났다. 이들은 각각 1074만TEU 1241만TEU로 4.2% 5.5% 성장했다.
국가별로 보면 수출입 부문에선 러시아(7.3%)와 중국(5.7%)과의 물량 증가세가 두드러졌으며, 환적 부문에선 베트남(10.6%)과 미국(1.9%)과의 교역량이 늘어난 걸로 나타났다.
올해 수출입 물동량은 부산항 상위 20개 교역국 중 12개 국가에서 화물량이 증가했으며, 그 중 대중국 250만TEU(3.8%), 멕시코 37만TEU(33.0%), 필리핀 15만TEU(27.9%)를 기록하며, 부산항의 전체 수출입 물량 증가를 견인한 걸로 알려졌다.
환적 물량의 성장 배경으론 지난 2021년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지분을 투자한 글로벌 외국적선사의 부산항 환적 거점화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컨테이너 주간 정기노선 수도 지난해 부산항 역대 최다인 287개로, 전년보다 11개 증가하며 물동량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항은 지난해 컨테이너항로 신규 유치, 전자상거래 수출입 강세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인천항 전체 물동량은 전년 대비 8.4% 증가한 346만200TEU로 집계됐다. 수출입 화물은 태국(35.4%)과 대만(34.9%) 등의 물량 강세에 힘입어 9.5% 오른 341만1300TEU를 나타냈다. 특히 중동 지역 등 컨테이너를 활용한 중고차 신규 수출 시장을 확보한 게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자동차 수출 실적은 50만2177대로,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41만9872대)에 견줘 8만대 이상 급증했다. 중고차의 80% 이상이 컨테이너 적재 운송으로 수출되면서 인천항 컨테이너 처리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 수출입 화물량도 사상 최고치인 1만9783t을 내며 전년보다 29.2% 증가했다. 지난해 인천항은 컨테이너 항로 총 8개를 유치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중동, 방글라데시 항로가 새로 들어섰고, 인도네시아 항로도 추가 개설되며 인천항 물동량 증가에 이바지했다.
다만 인천항 환적 화물은 1년 전보다 33.8% 감소한 4만7100TEU로 집계됐다. 몇몇 외국적 선사의 아시아 지역 내 컨테이너 활용 정책 변동에 따라 인천항을 경유하는 물량이 줄어든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인천항의 대중국 물동량은 전년보다 늘어났으나 비중은 줄어들었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의 물동량은 1년 전에 견줘 4.6% 오른 203만5300TEU였다. 다만 대중국 물량 비중은 지난해 58.8%로 줄곧 60% 수준을 유지해 왔던 과거와 달리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광양항은 전년(186만4000TEU) 대비 소폭(0.1%) 줄어든 186만3000TEU를 기록했다. 수출입과 환적 물량은 희비가 교차했다. 수출입 처리량은 2.0% 증가한 160만8500TEU를 냈고, 환적 화물이 9.7% 감소한 25만1000TEU를 처리했다. 이 중 수출과 수입은 각각 80만6200TEU 80만2300TEU로 3.9% 0.2% 성장했다.
광양항은 지난해 상반기 주요 선사 얼라이언스 환적 물량 감소 등에 영향을 받아 물동량 처리 실적이 줄곧 부진했다. 다만 하반기부터 침체됐던 원양 선사들의 서비스 정상화와 신규 항로 유치, 이차전지 소재 물량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이 되살아났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평택·당진항은 2년 연속 물동량이 감소했다. 이 항만 물동량은 1년 전에 견줘 3.8% 후퇴한 82만300TEU로 작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수출입과 환적 물량은 각각 81만1800TEU 8500TEU로 2.8% 51.9% 하락했다. 수입과 수출은 각각 2.3% 3.2% 줄어든 40만6800TEU 40만5000TEU로 집계됐다.
국가별 교역 비중이 가장 큰 중국과의 교역량은 전년(73만7300TEU) 대비 6.5% 떨어진 68만9100TEU를 기록했다. 평택항의 대중국 물동량 비중은 84%에 이른다. 북미(-29.9%) 약세와 더불어 중동, 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신흥 교역국과의 거래량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울산항은 수출입·환적 물량 강세에 힘입어 전체 처리 실적이 플러스 성장을 나타냈다. 이 항만은 전년 대비 3.9% 오른 40만4700TEU였다. 수출입과 환적 화물은 각각 39만5100TEU 9600TEU로 3.8% 11.1% 증가했다. 수출과 수입도 각각 20만8200TEU 18만6900TEU로 0.4% 7.8% 성장했다. 극동아(10.1%), 동남아(6.7%), 서남아(9.3%) 등 아시아권역 물량 강세가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됐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