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인상’이라는 말이 유명무실해진 2016년, 호주항로는 제자리를 지켰다.
새해벽두 호주항로는 1월7일 계획된 기본운임인상(GRI)이 소폭 적용되며 안정적인 시작을 맞이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호주 멜버른항의 1월8일자 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당 743달러로 전년동기 수준을 회복했다.
당초 계획했던 TEU당 500달러의 GRI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새해가 시작되기 무섭게 운임이 고꾸라진 다른 항로와 비교해 선방한 모양새다. 아시아-호주항로는 전통적으로 중국 춘절을 앞둔 1월에 물동량이 반짝 상승해 운임을 인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발 운임은 중국발에 비해 상승폭이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50~100달러 수준 인상됐다. 춘절을 앞두고 밀어내기 물량의 영향으로 선복은 늘어났지만, 선복과잉으로 화물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GRI를 적용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해운 시황이 망가진 이후로 명절 특수는 옛 일이 됐다”며 “운임은 소폭 올리고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을 채우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협의협정(AADA)은 2016년 연간 GRI 계획을 발표했다.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한 회차가 줄어든 1월7일과 3월1일 두 차례가 예정돼 있다. 하반기에는 성수기인 7월1일, 8월1일, 9월1일, 10월15일에 연달아 GRI를 시도한다. 선사들은 비수기인 상반기에는 현재 운임을 지켜가고, 성수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 본격적인 GRI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AADA가 집계한 12월 아시아-호주 노선의 수출 물동량은 약 6200TEU로 전년 동기 5650TEU와 비교해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물동량은 약 7만1000TEU로 전년대비 2.3% 상승했다.
한편, 2014년 12월 발효된 한국-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은 지난해 본격 효력을 발휘했다. 관세청이 지난 1년간 호주와의 교역 동향을 분석한 결과, FTA 발효 후 호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대호주 수출액은 전년대비 7.5% 증가한 100억8천만달러를 달성했다. 수출 증가를 견인한 품목은 해양플랜트로서 전년대비 553.7% 증가했고, 수출 1위 품목인 석유제품은 유가하락으로 1.5% 감소했다. 관세 철폐로 수출 활성화가 기대됐던 자동차는 엔저 등의 영향으로 3.5% 감소했으나,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수출이 6.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호주로부터의 수입액은 전년대비 20.5%나 감소했다. 이는 주요 수입 품목인 석탄과 철광 수입액이 단가 하락으로 전년대비 각각 13.3% 41.4% 감소한 영향이다. FTA로 관세가 철폐된 호주산 알루미늄은 16.3%, 천연가스는 16.5% 증가했다. 한국-호주 FTA 발효 3년차인 2016년에는 추가로 관세 철폐가 이뤄져 FTA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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