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부산시는 세계 속의 ‘부산금융중심지’를 모토로 선박·해양 특화 재보험사 설립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부산시의 재보험사 설립이 가시화 될 경우 해운산업과 해양금융 산업의 중심지로 부산의 위상 재고는 물론 코리안리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재보험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부산시 해양파생금융 특화기능 더욱 강화
정부는 지난 2003년 금융허브전략 수립 후 금융중심지 구축을 위해 금융산업 국제경쟁력 강화 등 제도개선 및 인프라 구축 작업 진행을 해오고 있는 가운데 2010년 8월,‘부산금융중심지 육성 기본계획’ 수립 시행에 따라 부산시는 이번 재보험사 설립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해운항공산업에 필수적인 재보험사는 현재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78년 대한재보험공사 민영화)와 외국계 재보험사 총 9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2012년 말 기준, 국내 재보험 시장규모는 약 7조3천억원으로 코리안리는 국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코리안리의 독점구조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보험·금융시장이 발달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자기자본이 취약해 그동안 코리안리가 수재한 재보험의 약 44%인 2조원은 해외 재보험사로 재출재 돼 국내 재보험 시장 발전에 큰 걸림돌이 돼왔다.
따라서 이번 부산시의 재보험사 설립 추진은 자연스레 보험사간 경쟁구도 형성으로 국내 재보험시장의 경쟁력 향상 및 수지 흑자 창출과 해외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선박해양 전문 재보험사인 ‘BusanRe’(가칭 : 부산리)를 2016년 설립을 목표로 정부 및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부산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을 참여시켜 설립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제2 재보험사의 본사를 부산에 설립함으로써 부산의 해양파생금융 특화 기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6월 출범을 앞둔 한국해양보증(주)의 선박보증과 부산리의 재보험 라인업을 통해 시너지 및 파급효과 극대화를 노리는 복안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역자본 및 여론을 활용해 해양특화 재보험사 명분으로 차별화해 설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서울 및 동북아 원보험사 수요를 흡수하는 글러벌 재보험사 육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유럽 금융 강국인 룩셈부르크모델과 유사한 ‘동북아 지역 재보험시장의 중심 도시화’를 목표로 하여 그동안 단순 항만 기능의 도시에서 선박금융을 아우르는 해양금융도시로의 변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야심찬 부산시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금융사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충분한 자본금 확보에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우선 재보험사 설립을 위한 최소 설립자본금은 300억원 이상으로 금융위원회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는 ‘부산리’의 설립에는 재보험사의 안정성을 위해 2000억원 이상의 자본금 확보를 요청해와 시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자본금 확보 카드로 정부로부터 국비 지원을 비롯해 부산은행, 수협중앙회 등 금융권과의 협조를 통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 신설 재금융사는 선박해상보험이 주요업무로 됨에 따라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선박금융공사 및 부산 인근지역의 해운조선업체 등과 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사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신설 재보험사의 경우 자본금 확보 외에 보험 심사 및 재보험 요율 산출 역시 아주 중요한 항목이다. 보험료를 책정하는 기준이 되는 위험률 산출 기초통계와 해외 네트워크 확보 역시 재보험사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이기에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부산리’ 재보험사 설립에 대해 “현재 코리안리의 독점 구조로 운영되는 국내 재보험 시장에 제2 재보험사의 설립은 국내 보험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분한 준비를 통해 수익 창출은 물론 국내 해운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을 비롯한 세계 최대의 조선소 및 선박관련 기업이 밀집한 부산은 예전부터 선박금융 및 재보험사 설립을 기대해왔다. 특히 세계 5위 수준의 컨테이너항만을 보유하는 등 탄탄한 기반시설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박금융거래 대부분이 서울에서 성사되고 있어 지역 내 해운금융업 설립에 대한 갈망은 매년 더해갔다.
이번 ‘부산리’ 재보험사 설립은 현재 부산시 해양금융종합센터 설치 및 해양보증기구, 해운거래소 설립과 더불어 국내 해운업 장기 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어 성공적인 설립이 기대된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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