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5 18:40

'180년 역사' 독일 해운기업 리크머스 파산 선언

채권단 자구계획 수용 거부


경영난에 빠진 독일 해운기업 리크머스가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5일 리크머스그룹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리크머스홀딩스(HD)는 지난 1일자로 함부르크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180년 전통의 세계적인 선주사의 파산은 주요 채권단인 자국은행 HSH노르드방크가 기업의 구조조정안을 거부하고 지원을 중단 한 게 원인이다.

리크머스는 HSH노르드방크, 사채 보유자 등이 리크머스홀딩스의 주식 75.1%를 취득하고 룩셈부르크 투자회사가 사채와 일부 채무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4월19일 발표했으나 지난달 31일 채권단으로부터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독일 금융권은 자국 선박투자회사인 KG펀드에서 과거 높은 가격에 발주한 선박들로 인해 거액의 부실채권을 안게 되자 해운기업과의 금융거래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리크머스는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30척 이상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1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선주사다. 1834년 브레머하펜에서 소형 조선소로 시작한 뒤 1842년 선박대여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번에 파산한 리크머스 그룹은 지난 1984년 창업주인 리크머 클라젠 리크머스의 5세대인 베르트람 리크머스에 의해 설립됐다. 베르트람은 가족회사를 떠나 함부르크에서 선박중개업과 선박대여업을 중심으로 하는 리크머스레더라이를 창립했다.

현재 관리선박까지 포함해 114척 42만4791TEU 587만5310t(재화중량톤)의 선박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 한 해 순손실 3억4100만유로(약 43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선박들이 대거 반선되면서 수지가 악화됐으며 보유선박 손실도 2억유로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는 17억유로(약 2조1400억원)로 급증했으며, 자기자본 비율은 2015년 말 19.3%에서 지난해 말 5.4 %로 곤두박질 쳤다.

경영 악화로 싱가포르에 설립한 자회사 리크머스마리타임트러스트(RMT)를 올해 4월 청산했다. 자회사에서 보유한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 14척은 그리스 선주사인 나비오스에 매각됐다. 또 핵심사업이었던 중량물 전문선사 리크머스리니에는 지난 2월 자국 지본 그룹에 팔렸다.

베르트람의 동생 에르크 리크머스가 1998년 설립한 해운기업 ER시파르트는 이번 리크머스 파산 사태와 무관하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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