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0 18:24:00.0

칼럼/한국, 북극이사회 옵서버 자격 획득

수필가 白岩 / 이경순
북극 해운물류 확대로 실익 추구… 자원개발 참여는 장기 전략으로

5월15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개최된 북극이사회각료회의에서 한국이 북극환경보호, 에너지 개발, 항로 연구 등을 관할하는 최고기구인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자격을 획득했다. 1999년 중국의 쇄빙선에 동승하는 방식으로 북극 탐사를 시작한 이후 14년 만이고, 2008년 임시옵서버가 된 이후 5년 만의 성과다. 1980년과 1990년대부터 북극을 탐사한 일본과 중국도 이번에야 정식 옵서버 자격을 얻었다. 우리가 그리 늦은 편은 아닌 셈이다.

정식옵서버는 정식회원국인 8개국(미국·러시아·캐나다·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과 달리 정책 결정 의결권은 없지만 북극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하거나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옵서버 국가는 독일·영국·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폴란드 6개국에서 한국·중국·일본·인도·이탈리아·싱가포르 6개국으로 한국을 비롯해 총 12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 회의에서 EU(유럽연합)도 옵서버 자격을 신청했지만 북극 문제에서 EU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한 러시아 등의 견제로 자격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해는 현재 기후 변화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또 경제적 중요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북극이사회 회원국들은 모두 자국의 북극 정책을 수립해 북극에서의 정책 목표를 국제사회에 명확히 밝히고 있다. 러시아, 노르웨이 등 북극 연안 국가의 북극 정책을 살펴보면 모두 환경보호, 해운, 자원, 원주민, 국제협력 등의 이슈를 주요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좀 더 현실적 관점에서 본다면, 북극이사회 국가들의 북극 정책은 북극에서의 주권과 관할권을 명확히 하여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연구쇄빙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기초과학연구를 수행해 왔다. 조선 분야에서는 북극해 자원 개발 관련 해양플랜트와 빙해선박 등의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운 분야에서는 북유럽 해운회사들이 보유한 쇄빙선을 이용해 북극해를 경유하는 자원 수송이 2011년 3회에서 2012년 10회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 여름에는 우리가 직접 북극해에서 시범 운항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아시아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한국으로선 북극 항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북극 관련 활동은 외교·과학연구·해운·조선 등 다방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각기 다른 정부 부처의 소관 업무여서 부처 간 긴밀한 협의 없이 각기 개별적으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실제 북극 지역에서의 외교·환경·과학연구·자원·해운·조선 등의 활동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정부 유관 부처 간의 긴밀한 공조 체제가 요구된다. 정부 유관 부처 간의 긴밀한 상호 협조 체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방대한 잠재력을 지닌 북극 지역에서의 국익 실현이다.

우리나라가 북극의 자원개발, 해운, 조선 등의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북극에 대한 국가 차원의 치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북극 진출을 위한 국가 차원의 단일화된 북극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극의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이사회 안에서도 북극에 국경을 두고 있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우선 북극항로 개척에 치중하고 자원개발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참여하는 것이 실익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부산항을 북극 해운 물류 전초 기지로 키우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해운협정 체결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부산항이 기존 유럽 항로의 물류 중심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한다. 부산항은 북극 길과 아시아·태평양을 이어주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싱가포르나 상하이항이 유럽 뱃길을 잇는 중추 항만이었다면 부산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북극을 잇는 환적화물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국은 러시아와 일본. 러시아는 북극과 경계를 지고 있는 데다 블라디보스토크항 등 극동항만을 이용, 아시아·태평양 진출을 넓히고 있으며 일본 역시 우리와 지리적으로 비슷한 입지조건을 지녔다.

하지만 부산을 북극 해운물류 중심 항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북극 연안 국가인 러시아와의 해운협정 체결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이용할 북극항로는 러시아에 붙어 있는 동쪽 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재 북극항로 통행 허용을 받는 데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일주일 또는 한 달 이상 걸린다”며 “러시아와 해운협정을 맺는 동시에 한·러 합작 해운회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러 합작사는 국적선 예우를 받아 통관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북극해항로(1만2700km)는 부산∼수에즈운하∼로테르담(2만1000km)항로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항로가 얼면 이용이 어렵지만 대체로 24일이나 걸리는 운송기간을 열흘 정도 단축할 수 있다. 해적의 위협이 없어 보험료 부담도 크게 줄어 일석이조다.

북극은 마지막 남은 천연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원유매장 추정량은 약 900억 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4분의 1, 천연가스 매장량(1669조 m³)은 45%나 된다. 북극은 자원개발보다는 지속가능한 보전 쪽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탐사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2010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한국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가 축적한 연구 성과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해빙(解氷)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 인접국들이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앞으로 북극이사회가 여는 모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된 만큼 국제규범을 만들고 정책을 논의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해야 한다. 남극은 1961년 남극조약이 발효된 이래 총 45개국이 가입하면서 해양, 광물, 환경 등 분야별 조약으로 체제가 굳어졌지만 북극은 아직 국제규범이 없다.

인류의 공동 과제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도 헌신해야 한다. 후세에 물려줄 지구를 지키는 데 기여해야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북극이 가져다줄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위 칼럼 내용은 당사의 견해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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