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8 10:00:08.0

칼럼/물류는 맏며느리

한국물류연구원 김인호 원장

한국물류연구원 김인호 원장

옛날엔 맏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안의 거의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하였습니다. 그렇게 집안 살림을 잘꾸려 오던 맏며느리가 어느날 실수로 밥을 태우기라도 한다면 시어머니는 심하게 꾸짖습니다. “ 너는 시집 온지가 벌써 몇 년인데 밥하나 제대로 못 짓느냐? ” 요즘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예전 맏며느리는 반복되는 살림살이를 실수 없이 불평 없이 잘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시어머니를 잘 모셔야 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잘해야 본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에 분가하여 살고 있는 막내며느리가 명절날 맛있는 반찬 몇 가지와 선물 꾸러미라도 들고 올라치면, 시어머니는 우리 막내며느리가 서울서 맛있는 반찬과 선물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며 동네방네 자랑을 합니다. 

물류는 맏며느리와 같은 존재입니다. 아무리 일년 열두 달 수출입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여 재고관리를 철저히 하고 친절하게 배송을 했어도 어느 날 딜리버리(Delivery)가 늦었다거나 클레임(Claim)이 발생하게 되면 고객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지곤 합니다. 잘못한 담당자로부터 시말서를 받으라든지,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지금부터 십여 년 전 어느 토요일 12시 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모 성모병원 수녀님으로부터 클레임 전화를 받았답니다. 담당 배송원이 제품을 험하게 다루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수녀님의 성격이 불같아 영업담당전무님도 상당히 어려워하는 분이시니 문제 생기지 않도록 빨리 잘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 식사를 하다말고 바로 찾아뵙기로 하였습니다. 부지런히 달려갔지만 그 수녀님은 퇴근을 하셔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배송담당 직원은 머리를 숙이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부친상을 당하여 문상을 다녀왔던 직원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동생들을 부양하고 있는 성실한 직원이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사정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제품이 파손될 정도로 심하게 다룬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병원 창고가 지하에 있어서 상당 거리를 등짐으로 날라야 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창고가 먼 곳에 있는 다른 곳에서는 돌리카트( Dolley cart )를 이용하는데 이곳에서는 시끄럽고 복도에 흠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사용을 못하게 하여 항상 등짐으로 약품을 날랐다고 합니다. 그날은 무거운 수액제가 많아 조심을 하였는데 약품을 내려놓을 때 약간의 소리가 난 것을 수녀님께서 보시고 주의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배송 물량이 많아 다음 집을 가려면 서둘러야 했기에 한꺼번에 남은 약품을 모두 등에 지고 갔는데 조심스레 내려놓는 다는 것이 힘에 부쳐 다시 “쿵” 소리를 내고 말았고 일이 꼬이려니 수녀님께서 지나가시다 다시 보시게 된 것이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한번 주의를 주었는데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나신 것이었고 배송 직원은 빨리 일을 마치고 다음 집으로 배송을 가려다가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었습니다. 그 후 수녀님을 찾아뵙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죄를 드렸습니다. 그 때의 상황을 잘 말씀드리며 이해를 구했고 직원에게도 주의를 주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물류는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고 있어도 잘했다고 칭찬을 받거나 수고한다는 인사를 받는 일이 드뭅니다. 그렇지만 한번 잘못하면 그동안 잘했던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물류는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자주 만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보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제품출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 영업부의 홍수 출하가 이루어질 때, 제품이 계획대로 생산되지 않아 재고가 부족할 때, 수입제품의 통관이 지연되었을 때 등등,  긴급 상황이 벌어 질 때 고객의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철주야 비상근무를 해가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무리를 하는 곳이 물류부문입니다. 어떤 제품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을 때, 개발이나 광고, 마케팅, 생산부서는 잘했다며 성과급을 받지만 재고관리와 수배송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클레임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며 상을 주는 회사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물류는 맏며느리와 같은 존재입니다. 밥 잘 지었다고 칭찬받는 일은 드물지만 맛있는 밥상에 잘 지은 밥이 기본이듯 항상 잘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업도 안정적인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맏며느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는 물류인들의 고마움을 알아야 합니다. 현장에서 불철주야 고생하고 있는 물류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가끔은 수고한다는 박수를 보내 줍시다. 맏며느리에게도 칭찬이 필요합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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