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물류협회 김영남 회장 |
국가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물류업은 글로벌시대에 특히 주목받는 산업이다. 특히 수출입 물류부문에 있어 국제물류주선업(포워딩업)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급변하는 물류, 무역환경하에서 국제물류주선업계는 기능이나 역할을 재정립하고 성장세를 지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재벌그룹,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일감몰아주기 행태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본지는 김영남 한국국제물류협회 회장을 만나 국제물류주선업계의 당면과제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회장님께선 1979년 일찍이 한생해운항공을 설립해 우리나라 국제물류주선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계십니다. 한국 국제물류주선업계(포워딩업계)의 발전사 주요 발자취를 회고하신다면?
A 회고라고 하면 상당한 기여와 업적을 남기고 나서 이 업계나 후배들께 참고가 될 만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저 1978년 설립 이래 부침이 심했던 우리 업계에서 35년을 존립해왔다는 것 이외 달리 자랑하며 내 세울 것 없는 사람으로 이렇게 협회장 인터뷰라고 하기에는 망설임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생해운항공의 대표로서 지난 30여년 돌이켜보면 현재의 시장 여건이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게 변해 있는 아쉬움도 없지 않아 오늘 이 자리를 수락했습니다.
1969년 항공법에 의해 허가된 항공화물 대리점과는 달리 1976년 해운법에 의한 해상운송주선업의 경우 대부분의 무역회사에게도 프레이트 포워딩(Freight forwarding)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소했고 화주와 선사 사이에서 입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태동해, 70/80년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대외 개방과 더불어 등록 자유화(’87)로 업체 수가 급증하고 사회적인 인식도 점차 달라졌습니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국제물류의 중요성도 부각되면서 96년 화물유통촉진법(현 물류정책기본법)의 규정에 따라 복합운송주선업으로 일원화됐습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항공과 해운으로 나뉘어 한 때 반목도 있었던 양 협회도 한국국제물류협회로 통합돼 명실 공히 우리 포워딩업계의 구심점이 됐습니다.
한편 우리 경제 발전과 더불어 점점 글로벌화 돼 가는 한국 기업의 요구에 부응해 많은 우리 회원사들이 해외 네트워킹을 강화,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상당수의 한국출신 물류인이 활약하고 있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뿐입니다
특히, 미국 같은 곳은 실제 비록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많은 한국계 이민 1.5/2세대의 포워더가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이 업에서 한평생 일해 온 것에 자부심도 느낍니다.
Q 포워딩업계는 이제 물류산업의 주력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은 미흡한 수준입니다.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우리 포워딩업계의 당면과제는 무엇인지요?
A 원래 독일이나 스위스 등지에서 통상 “스페디치온”이라고 일컬어지면서 경제,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자생적으로 커온 오랜 역사를 가진 구미의 글로벌 포워더와 달리 한국은 40여년의 짧은 산업화 기간에 영역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어 우리나라 무역입국에 큰 기여를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2000년대 들어 오면서 많은 재벌기업들이 자체물량만 핸들링해도 단시일에 대형 물류회사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 아래 너도나도 이 업에 진출, 현재 우리나라 30대 재벌 기업집단 중에 직간접으로 25개 이상이 이미 활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뒤질세라 많은 중견제조업체나 화주기업들이 자체 포워딩회사를 설립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이 업계에 몸 담아 오면서 프레이트 포워딩업은 결코 대재벌 그룹에서 역점을 두고 개척해 나가야 할 영역도 아니고, 자체 물동량이 많다고 해 반드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오랜 경험, 노하우를 쌓고 열정을 가진 맨파워가 어떻게 조직돼 있는가에 그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엄청난 대 자본의 다국적 포워더와 대항하기 위한 우리나라를 대표할 물류기업도 요구되지만 기업 윤리나 철학없이 일감 몰아주기 식의 만연하는 작금의 형태로 양극화를 치달아서는 우리나라 국제 물류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 복지 국가를 지향함에 있어 결코 시장경제 원리가 최선이고 만능일 수는 없으며, 궁극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간에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주는 상생의 논리로 나아 갈 때 고용증대, 일자리 창출, 청년 창업 고취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 들어설 새정부는 건전한 포워딩업계 발전을 위해 동반성장, 상생의 기본 틀을 근간으로 한 정책 수립에 매진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토종 포워더들은 재벌그룹의 물류 자회사와 견줄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토종 포워더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새해는 새정부가 들어서는 해이기도 하고 침체된 시황의 변곡점이기도 합니다. 2013년 국제물류협회가 추진할 주요 사업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A 현재 우리 협회에서는 많은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연수교육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0여개 과정의 연수교육을 일년 열두달 내내 거의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직이 비슷한 다른 단체에서는 유례가 없는 것으로 높이 평가돼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정부(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교육비를 지원받아 실시하고 있는 ‘국제물류 청년취업아카데미’를 비롯해 회원사에 재직하고 있는 종사자들의 직무능력 향상교육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난 3년간 정부지원 무료교육으로 실시했던‘중소기업 핵심직무능력향상과정’교육기관으로 2014년에 재지정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제물류와 관련해 물류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발굴해 내고 이를 바로잡는 일에 역점을 둘 것이며, 대기업 계열 포워더·다국적 포워더 및 로컬 포워더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역점을 두어 새 정부에 건의하고 상호 협의를 통한 국제물류주선업 육성방안을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협회 재정에 관한 문제로 현재 균등제로 부과되고 있는 협회비에 관한 사항도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거쳐, 이른바 경제원칙에 입각해 규모에 맞는 회비부과가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Q 급증한 업체수로 인해 포워딩업체 간 출혈경쟁은 심각한 상태입니다. 국제물류주선업계의 영업질서 확립이 화급한데요?
A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한 포워딩업계의 질서 확립과 발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며, 상도의를 바탕으로 한 선의의 경쟁이 우리 업계를 더욱 거듭나게 하고 우리 업체의 이용자인 무역업체를 비롯한 관련업체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협회장 한사람으로 인해 우리 국제물류업계의 주변 환경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작금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또한 우리 업계의 내실을 다져 국제물류업계가 한 걸음 더 발전해 나아갈 수 있도록 재임기간 동안 초석을 다지고자 합니다.
새정부는 물류산업의 주력 업종인 포워딩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동반성장, 상생의 기본 틀을 근간으로 한 정책을 강력히 펴 나가 주길 요망한다고 밝히는 김영남 회장(왼쪽) |
Q 물류정책기본법 개정관련 협회의 입장과 건의사항은?
A 지난해 12월 2일 개정 물류정책기본법의 시행으로 ▲주기적 신고제 도입(등록기준에 관한 사항을 3년이 경과할 때마다 신고), ▲휴·폐업 업체 관리 체계화(휴업기간 1년 이내, 휴·폐업 사항 게시 등), ▲우수 국제물류주선업체 인증제 도입(매출액중 제3자 매출액 비중 50% 이상, B/L 및 AWB 발행이 연간 3천건 이상, 거래국이 5개국 이상 등) 등이 시행되었지만 등록기관에 관한 사항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행 물류정책기본법 제43조의 따라 국제물류주선업은 국토해양부장관에게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물류주선업 등록 등의 권한을 각 시·도지사에게 위임(1999. 3)하고 있으나 국가물류정책을 다루는 물류정책기본법에 규정돼 있는 유일한 업종이 국제물류주선업임에도 현재 지방정부(광역시·도)의 국제물류주선업 육성·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며 국제물류업종의 등록 또는 면허 등에 관한 업무를 지방정부에 위임한 해외사례는 없습니다.
이에 따라 대외적인 국가신인도, 국제조약 및 국제규칙, 유가증권 발행에 따르는 법적인 책임 관계 등 많은 이유가 있으므로 중앙정부(국토해양부) 사무로 환원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지난해말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한시적으로 보류(2013. 12. 2부로 시행 연기)되고 있는 ‘우수 국제물류주선업체 인증제’ 도입과 관련, 관세법 규정(제255조의2)의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공인업체(AEO) 인증(2008), 물류정책기본법 규정(제38조)의 종합물류기업 인증(2008),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규정(제15조)의 우수 운송사업자 인증(2002),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제21조의3)에 의한 우수 창고업체 인증(2011) 등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인증제가 도입되고 있으나 성공적인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우수 포워더의 인증기준이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의 특성에 반해 회사의 규모나 시설 · 해외 지점 및 네트워크 등의 외적 자원이 기준이 될 소지가 많아 특정 국가나 대륙 또는 특정화물에 대해 물류서비스가 강한 중소 업체에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대형 ‘우수 국제물류주선업체’로 화주들의 화물이 집중화 될 소지가 많아 중소업체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므로 이 제도의 시행은 신중히 검토돼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Q 포워딩업계의 통관업무 수행은 매년 숙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이 숙원사업이 성취됐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A 통관은 국제물류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행정절차로 국제물류주선업자(포워더)는 수출입화물의 국제물류 전과정을 이행하고 있지만 통관부문의 경우 개업관세사, 관세사법인 또는 통관취급법인에게 위탁 의뢰해야 합니다.
특히, 통관취급법인 허가대상인 운송·보관 또는 하역업체는 국내 물류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데 반해 국제물류주선업은 국제일관수송을 이행하고 있음에도 통관업 취급이 불가능한 것이 문제입니다.
해외의 경우에 미국의 NVOCC, 일본의 제2종 화물이용운송사업자, 유럽의 프레이트 포워더, 호주의 프레이트 포워더 등은 관세사(Customs Broker) 자격증을 소지할 경우 소속된 기업은 통관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홍콩의 경우 관세사 없이 국제물류주선업체가 통관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관세사 자격증 소지 유무와 관계없이 국제물류주선업자의 통관업 진출이 허용되지 않고 있어 정부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정책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제물류 서비스질 향상 및 국제물류업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협회에서는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에 관세사법시행령(제25조) 및 시행규칙(제7조)를 개정해 국제물류주선업자를 등록대상으로 포함시키고 국제물류주선업자의 통관취급법인 등록요건으로 수출입화물 취급건수가 연간 10000건 이상으로 건의한 바 있으며, 올해도 계속적으로 이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Q 회원사들의 권익옹호와 친목도모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선 협회의 기능강화와 더불어 협회 예산 증액도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견해는?
A 현재 협회 사무국에는 차미성 부회장을 비롯해 총 8명의 임직원과 부산지회에 1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회원사의 권익옹호를 위한 일이라면 협회 사무국에서 먼저 무슨 일이든지 발벗고 나설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친목도모는 회원사 CEO들을 위한 것으로는 지난해 처음 발족한 ‘글로벌 물류기업 CEO포럼’을 통해 무한경쟁시대의 물류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알아야 할 국내외 물류시장 동향 파악은 물론 3PL & SCM 추이 등 성공적으로 글로벌 물류시장을 개척해나가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며, 매년 회원사 종사자들의 사기 앙양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해외 공·항만산업 시찰 등을 더욱 확대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또 2013년도 예산안은 지난 1월 18일 이사회에서 의결된 것처럼 연수교육 수입예산을 반영시켜 현실화시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협회 사무국을 더욱 활발히 움직이는 진취적인 조직이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Q 끝으로 새정부와 국제물류주선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A 새정부의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확정됐는데, 물류인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는 물류부문이 나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업종은 크게 해운과 항공을 아우르는 업종인데, 종전의 경우 항공은 건설교통부, 해운은 해양수산부로 나뉘어져 있어 애로 아닌 아픔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 이러한 일은 없었으면 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상생의 정책을 입안 시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같이 가야 한다’는 말과 같이 서로 상생하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업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틈새시장의 개발이라든지, 남보다 먼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마음가짐으로 2013년을 내실을 다지며 우리 물류인의 품격을 올리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