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7 15:23:00.0

기획/ 새 정부, 국제물류업계 관심가져 주길

2자물류업체 시장 잠식…경제 민주화에 역행
중소포워더 위한 지원 필요

●●●국제물류주선업계(포워더)의 ‘물동량 없다’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뱀의 해인 계사년은 특히 시황 부진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새해엔 포워더들이 체감하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프레이트포워더는 수출입물량 감소와 2자물류업체들의 시장 확대로 취급물량이 줄고 있는 데다, 저가 입찰경쟁으로 화주입찰에 참여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콘솔사(화물혼재업체)들은 수출 LCL(소량화물) 화물 유치 경쟁이 더욱 심해져 운임도 하락일로다.

특히 LCL화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화물의 경우 마이너스 운임 폭이 더 커지며 물류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부산-상하이 노선은 마이너스 운임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1CBM(=1㎥)당 평균 -25달러를 넘어선지 오래다.

해외 파트너콘솔사와 계약을 맺고 물량을 주고받는 국내 콘솔사들은 수입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물량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마이너스 운임 폭만 커지고 있다.

콘솔사들은 운임이 자꾸 내려가기만 해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수입물량을 많이 확보해야 수익이 남는 콘솔업계 특성상 현재의 마이너스 운임 시장구조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국제물류주선업계는 대기업 화주들의 물류자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2자물류업체들의 국제물류시장 잠식 확대, FCL(만재화물), LCL화물 물량감소, 물동량 유치를 위한 운임경쟁, 포워더의 수익성 악화 등 부정적인 전망 일색이다.

한편으로 업계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인 만큼 그동안 등한시 돼왔던 정부의 국제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에 거는 기대도 크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살리기에 초점을 두면서 지난 15일 있었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내용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공정위는 이 날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하도급법 개정에 대해 보고했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대금 미지급, 리베이트 강요, 인력 빼가기 등으로 피해 입은 경우를 보상키로 하는 안이다.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박 당선인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었다.

‘물류 업계 중소기업도 챙겨 주길’

정부가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그 대상이 제조기업에 한정돼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정작 중소물류기업들은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물류기업들은 모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한 2자물류기업들의 저운임 영업에 밀려 물량 이탈을 눈 뜨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한 중소 포워더 사장은 “몇몇 곳에서 초대형 그룹들이 물류 자회사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일반기업들도 물류 자회사를 너도나도 만들려고 하는 추세”라며 “물류 자회사들이 파격적인 운임단가를 제시하니 당연히 손을 털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랴부랴 국제물류협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국제물류를 중소기업업종으로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상권 보호를 위해 2012년 제조업 군을 시작으로 서비스업군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적합업종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호대상에 서비스업의 하나인 국제물류는 제외된 것이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대상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까지 확대했지만, 물류부문에 대해서는 아직 (포함할 지) 고려 중”이라며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연구 용역 중에 있어 4월 이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의 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치는 일정에 미뤄 국제물류부문이 적합업종에 포함될 지 결정나는 건 올해를 넘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물류협회 관계자는 “신청 해당사항이 없지만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대기업 2자물류업체들의 진입을 막아보려고 했는데 반려됐다”며 “인정받는다 해도 이미 2자물류업체가 시장에 정착한 상황에서 신규진입을 막는 것으로 실효성을 볼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정정당당 물류시대는 오는가?’

올해 7월부터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가 처음으로 이뤄진다. 대기업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통해 1000억원 정도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 적용대상은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정상거래비율(30%)을 초과한 일감을 받은 수혜법인 지배주주와 그 친족(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중 3% 이상을 출자한 대주주다. 수혜법인에 일감을 몰아준 특수관계법인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에 해당되는 법인으로 비영리법인도 포함된다.

물류업계는 모기업 물량 비율을 줄이는 식으로 2자물류기업을 제재하는 정책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2자물류기업들이 모기업의 절대 물동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막대한 물량 파워를 기반으로 3자물류 시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2자물류 비중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의 주역으로 꼽히는 기업들은 저마다 사업다각화를 내세우며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동남아 물류를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삼성SDS는 올해부터 중남미지역까지 넓혀 해외 물류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물량을 주로 수송하던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현대중공업 그룹의 현대오일뱅크와 1조1천억원대의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해 대상을 범현대가(家)로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2자물류기업들의 사업다각화에 대해 물류업계는 ‘일감 몰아주기’의 다른 버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오일뱅크와 지분관계는 없더라도 범현대가의 일원인 현대오일뱅크의 물량을 수주한 걸 두고 사업다각화라고 보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2자물류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는 경제민주화 추세에 역행할 염려가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포워더보다 전문 포워더 설 자리 만들어야”

중소 포워더들은 몸집을 키워나가는 2자물류업체들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자생력 없이 큰 물류기업을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부터가 물류산업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국토해양부는 제1차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대상기업으로 범한판토스, CJ GLS 장금상선 한진 현대글로비스 현대로지스틱스 등 6개를 선정했다.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우리나라도 글로벌 포워더를 키워서 해외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혀보자는 취지였다. 국토부의 이런 지원책은 중소포워더에게 ‘황당한’ 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대상기업 중 범한판토스와 글로비스는 모기업 또는 관계사 물량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운 대표적인 케이스다.

과거 LG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범한판토스는 100여 곳의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물류 자회사로 모기업 물량을 과실로 국내 해운물류시장에서 최대 기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규모와 네트워크가 크다고 해서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육성하기에는 그 성장배경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물류업계는 지적한다.

A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국제물류업을 지원한다면 토종 물류기업을 키워줘야하는데, 규모가 큰 대기업은 지원하고 중소포워더에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대외적으로 내세울 지원책 말고 실질적으로 국제물류업계에 도움이 되는 지원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인수위가 해양수산부를 폐지 5년만에 부활키로 확정된 가운데 국제물류업계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활에 해운 주력 포워더들은 내심 ‘어떤 변화’가 있을지 따져보고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콘솔사를 포함한 중견 포워더들 대부분은 해수부 부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도 실질적으로 얻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포워더들이 정부 정책의 혜택을 얼마나 받겠느냐는 자조섞인 한숨이 배어나온다.

정부 조직 변화에 영향을 받는 건 대형물류업체들이지 중소포워더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다. 포워더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등록업무의 ‘창구’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부처 신설이 무슨 소용이냐는 뜻이다.

그동안 국제물류주선업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를 거쳐 왔다. 등록업무는 중앙정부에서 각 지자체로 이관된 지 한참이 지났다. 지자체는 신고기능만을 맡을 뿐 국제물류주선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와 지원을 맡고 있지 않다. 정부의 물류담당부서도 국내물류와 대형 물류기업 위주의 육성책만 펴고 있어 중소포워더들이 ‘비빌 언덕’은 없는 셈이다. 

국제물류협회, 능동적인 자세 필요

한편으로 포워더들은 정부보다 협회에 많은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제물류협회가 회원사들의 이권을 위해 당당히 맞서는 능동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다. 협회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회원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현안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회원사들의 의견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명한다.

몇몇 포워더들은 2자 물류업체들의 세력 확장에 위기의식을 갖고 직접 모여서 대응책을 강구하는 자리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콘솔업체, 프레이트포워더 구분 없이 중견 포워더 약 18곳이 모여 함께 2자물류업체의 시장 잠식에 대응해 나갈 방법을 강구하고, 서로 간에는 경쟁을 자제하기 위해 지난 연말에 첫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첫 모임 이후 중소포워더들의 살길을 모색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모인 십여 개의 포워더들은 참여업체를 더 늘리고 상생 방안을 강구해 협회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포워더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은 협회의 향후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 등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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