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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육상화물운송시장 선진화를 위해 빼든 정책들이 올해부터 다양한 형태로 도입됐다. 화물운송신고제와 직접운송의무비율제, 우수화물정보망 인증제가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운송사들은 이 제도가 화물운송시장에서 태풍의 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제도는 다단계 거래와 지입제로 점철된 화물운송시장의 후진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특단책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불거진 국내 화물운송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모색해왔다.
2004년에 화물운송 종합육성대책이 발표됐으며 2008년 민관정이 참여해 만든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이 세상에 나왔다. 지난 2011년 4월 개정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국회 통과와 함께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정책은 법제화를 실현했다.
영세성·다단계구조 개선이 과제
정부가 내세운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방안은 크게 수급불균형 개선과 화물차주 근로조건 제고, 다단계 운송거래 개선 등으로 요약된다.
국내 운송시장은 지난 1999년 등록제로 전면 전환한 뒤 운송업체 난립과 다단계 고착화란 문제에 직면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운송업체 중 규모기준 상위 5%가 전체 매출의 46.4%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46.1%는 전체 매출의 6.6%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물류시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장시간 노무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과당경쟁과 지입제 등으로 인해 실질 소득은 낮은 실정이다. 2011년 4분기 기준으로 컨테이너화물차주들의 월평균 순수입은 191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2.7시간에 이른다. 법정근무시간보다 5시간 가까이 많다.
다단계와 위수탁(지입)제 위주의 시장구조는 화물운송시장에서 개혁대상 1순위로 항상 지목돼 왔다. 화물연대 파업도 다단계 운송거래를 통한 화물차주들의 심각한 수익 감소가 원인이 됐다.
화물차 운송시장에서 하청구조는 물량의 변동성에 미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화물은 많지만 그 반대는 적은 문제, 물량이 월말에 집중되는 문제 등은 공차운행을 의식한 운송업체들이 일정 수준의 운송능력만 보유하고 초과물량은 하청을 통해 처리하도록 만들고 있다.
다만 운송사는 운송능력 초과부분만 협력업체에 위탁해야 하나, 전체를 일괄 위탁하면서 단순히 운송단계만 늘리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난다는 점은 큰 문제다.
현재 운송업체들이 수송하는 화물 중 화주-차주 사이에 운송업체 2곳 또는 운송업체와 주선업체가 끼는 이른바 4단계 이상의 다단계 유형은 전체의 58.5%를 차지한다. 화주-운송사-차주의 3단계 유형은 41.5%에 불과하다. 주선업체가 수송하는 화물의 경우에도 4단계 이상은 50.4%로 절반을 넘어선다.
화물운송시장이 운송사(1단계) 단위가 아닌 주선사-개별차주 또는 주선사-운송사-개별차주의 다단계 구조다 보니 대부분의 운송사는 운송업과 주선업을 겸업하고 있다.
운송사는 수탁받은 물량을 주선의 방식을 통해 다른 운송사에 일괄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단계 거래구조는 단계를 거칠 때마다 일정비율의 수수료가 발생해 다단계의 최말단에 위치하는 화물차주의 수입이 줄어드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게다가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모기업 물량을 독점하고 중간 수수료 공제 후 대형운송회사 등에 운송을 일괄 위탁하고 있다. 중소규모 제조회사의 물류자회사는 친·인척, 퇴직임원 등이 단순 주선기능만을 수행함으로써 거래단계와 비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화물운송은 화주→주선(운송)사→운송사(→협력운송사)로 복잡한 다단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화주→운송사(→협력운송사)로 축소해 화물차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위수탁(지입)제 위주의 시장구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물량확보 능력이 없고, 차량을 위수탁(지입)으로 확보하더라도 운송업이 가능해 단순히 위수탁료만 챙기는 전문 운송업체가 상당수 존재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일반화물운송기업에 소속된 차량 21만대 중 약 97%가 지입차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량 1대로도 운송업 진출이 가능해 1대 허가차량은 개별화물 6만9천대, 용달화물 8만2천대 등 전체 차량의 40%를 차지한다.
실적신고·직접운송이 화물운송 선진화 핵심
정부는 화물운송실적신고제, 직접운송의무비율제, 우수화물정보망인증제 등을 통해 이 같은 화물운송시장의 폐단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물운송실적신고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자에게 운송·주선 실적 신고와 최소운송기준 준수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화주 등과의 운송계약 실적 없이 화물차주로부터 지입료만 챙기고, 실제 운송물량 확보는 화물차주에게 전가하는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부실업체들이 실제 운송기능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화주 등과의 운송계약 실적을 국토해양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연간 시장평균운송매출액의 10%를 최소한 운송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매출 비율은 2015년 15%, 2016년 이후 20%로 확대될 예정이다.
실적신고는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www.fpis.go.kr)에 입력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화물차 운송업자는 실적이 발생한 후 40일 이내에 신고자의 상호(1대사업자의 경우 성명), 법인등록번호, 사업자등록번호, 차량현황 등 기본정보, 운송 또는 주선 의뢰자, 계약기간 또는 계약금액, 배차현황 및 위탁현황, 운송차량 등록번호, 운송개시 및 완료일, 출발지 및 도착지, 화물의 품목, 중량, 개수 등 화물정보, 운임 또는 수수료 등 운송료 정보를 신고해야 한다.
직접운송의무제는 소유대수 2대 이상인 일반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에게 일정 비율을 직접 운송토록 한 제도다. 정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다단계 거래를 2단계로 제한하고 소유대수 2대 이상인 일반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의 경우 화주와 운송계약한 물량의 50% 이상을, 운송·주선 겸업자의 경우 30% 이상을 소속차량으로 직접 운송토록 의무화 했다.
국내 대부분의 운송기업들이 주선업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시장에 적용되는 직접운송 비율은 30%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국토해양부장관이 인증한 우수화물정보망 등을 이용해 운송을 위탁하는 경우는 100% 직접 운송한 것으로 인정된다. 또 운송업체나 주선업체에게 화물운송 위탁 관리책임을 부여해 하청을 준 운송사업체가 직접 운송을 할 수 있는 지 운송 능력과 향후 운송결과 등을 확인토록 했다.
정부는 2년 동안의 시범운영기간을 거친 뒤 2015년부터 위반업체 처벌에 나설 계획이다. 화물운송사업이나 화물운송주선업 화문운송가맹사업 면허를 취소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우수화물정보망 인증제도다. 화물운송거래 정보 관리체계가 적합하고 운영의 안정성과 보안관리가 양호하며 이용실적이 적정한 화물정보망을 심사를 거쳐 우수화물정보망으로 인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단계 거래 금지로 시장 대변혁 예고
이들 세 가지 제도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련성을 맺으면서 화물운송시장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운송기업들은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로부터 수탁받은 물량을 전량 운송해야 한다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물류 시장은 물류자회사나 포워더들을 통해 대부분의 화물이 수송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한통운이나 (주)한진 등 자가 차량이나 위수탁 차량 비중이 높은 대형운송사를 제외하고 많은 중소형 운송사들이 심각한 물량이탈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중견운송사 한 관계자는 “직접운송의무 비율이 30%라 하지만 포워더한테 받는 물량은 본사 소속 자기차량이나 위수탁으로 운송해야 해 상당수의 물량은 운송제의가 들어와도 수주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글로비스나 삼성전자로지텍 등 2자물류기업들은 직접운송의무제도에 대비해 거래하는 운송기업들에게 차량리스트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의 물량을 전량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업체에만 화물을 맡기겠다는 심산이다.
운송시장 대변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글로비스는 별도로 국내 수송되는 완성차 물량을 수송하기 위한 운송업체 면허를 동시에 갖고 있어 물량 30%를 직접 운송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비스는 현재 120여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 운송사 담당자는 “이 법으로 자차와 위수탁을 많이 보유한 업체가 운송시장을 장악하고 운송기업들이 알선료를 챙기는 행태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국내 화물의 대부분이 2자물류기업이나 포워더에 의해 물류운송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포워더 물량을 실화주 물량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송실적신고제도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신고를 요구하는 내용들이 영업기밀에 속한다는 점이다. 운송사들은 화주와 체결하는 계약서에 일반적으로 기밀유지 조항이 있다는 점을 들어 실적 신고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고한 실적은 암호화된다는 정부 설명도 운송사들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류업계 임원은 “(실적 신고는) 사적인 상사계약에서 기밀유지를 위반하는 꼴이 된다”며 “정부가 운송사들의 우려사항을 깔끔하게 정리해줘야 하는데도 현재 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화물운송선진화 제도 도입을 계기로 택배업이나 컨테이너육상운송업 등에 대한 제도화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통합물류협회는 정부에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택배업과 컨테이너 육송업을 일반화물운송시장과 분리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택배업은 국민산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컨테이너육상운송업은 수송범위가 국제적이라는 점에서 각각 일반화물운송업과 같은 틀에 묶여선 안된다는 논리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택배업과 컨테이너운송업은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화물운송 선진화 제도를 영업확대의 기회로 삼는 물류기업도 눈에 띈다. 지난해 2010년 온라인화물정보망 사업을 시작한 (주)한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진은 지난해 화물운송정보망인 ‘e트럭’ 운영시스템 개발해 시범운영 중이다. 현재 e트럭을 이용하는 고객사와 차주회원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 관계자는 차주 회원은 매월 2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확보된 차량은 5천 여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차주회원은 편도 운행 후 화물검색서비스를 통해 왕복 물량 확보가 가능해 e트럭에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위치정보 등 차별화된 부가서비스로 연료 사용을 줄여 녹색물류 환경조성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다.
한진 관계자는 “섬세한 서비스 품질관리를 통해 화물운전자와 화주 모두가 동반성장 할 수 있는 물류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단순 공차중개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운송형태를 표준화해 해상운송, 항만하역, 보관물류 등 한진의 타 사업과 연계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