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원이 우편물을 배달하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전세금 5000만원을 주워 주인에게 찾아줘 훈훈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김명룡)에 따르면 엄원흠 집배원(동래우체국·44·사진)은 구랍 31일 오전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부근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5000만 원짜리 수표를 발견했다. 누군가 실수로 잃어버린 돈인 것으로 보였다.
엄 집배원은 즉시 수표 발행은행 인근 지점을 방문해 고객을 찾아달라며 5000만원을 전달했고, 은행에서는 당일 발행된 수표가 맞자 주인 A씨에게 연락해 돌려줬다.
5000만원은 A씨가 전세금 잔금으로 지불할 돈으로 갓난아기를 안고 부동산으로 가던 중 주머니에 넣다가 실수로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수표 5000만원을 잃어버려 머리가 하얘졌고 전세금 5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사도 못하고 길거리에 나 앉을 상황이었다”며 “나라면 갖고 싶은 욕심이 들었을 텐데 집배원 아저씨는 욕심 없이 당연한 듯 은행에 신고해 주인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A씨는 고마운 마음에 사례를 하려 했지만 엄 집배원이 이를 사절하자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칭찬합니다’에 글을 올리면서 사연이 알려졌다.
A씨는 우정사업본부 ‘칭찬합니다’라는 글에서 “잃어버린 5000만원을 집배원아저씨가 은행에 맡겨줘 찾게 됐다”면서 “그런 큰돈을 주우면 나 같아도 일단 욕심이 들었을 텐데, 집배원 아저씨는 주인에게 돌려줬다”라고 했다.
그는 또 “이사를 한다고 정신이 없어 이사 후 전화로 찾아뵙겠다고 했더니, 집배원 아저씨는 걱정 많이 했느냐며 추운데 갓난아기 안고 오지 말라고 하고, 또 바라는 것 전혀 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고 썼다.
그는 “아저씨는 저를 살리셨고, 네 식구를 살리셨다. 정말 감사드리린다”면서 “우체국 직원들이 친절하다고 생각 했는데, 마음까지 선해 이제 우체국을 완전 사랑할 것 같다”라며 글을 마쳤다.
이에 대해 엄 집배원은 “우편물을 배달하다 길가에 떨어져있는 수표를 발견했다”면서 “주인에게 돌려주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겸손해했다.
엄 집배원은 올해로 20년째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평소에도 업무수행에 있어 모범이 되고 동료 직원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