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0 10:08:58.0

기획/ 대륙철도 체증 대책 ‘오리무중’

만성 적체 불구 ‘체감형 해결책’ 없어 답답
中-카자흐 新환적노선 15일 첫 발차 ‘기대감 상승’

●●●최근 몇 년 사이 대륙철도와 적체는 실과 바늘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지난해 북방물류의 적체현상은 특히나 심해 운송업체와 화주 모두 몸살을 앓았다. 그렇다면 올해의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1992년 12월1일 개통 이래 중국횡단철도(TCR)의 수출입 물동량은 과거 수십만t에서 현재 1500여만t까지 증가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카자흐스탄 철도 국경에서 1억4836만t의 화물 운송이 이뤄졌다.

총 길이 1만900km의 TCR 철로는 30여개 국가 및 지역을 거치며 각 지역의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했고 동아시아-중앙아시아 간, 동아시아-유럽 간 경제무역 협력 발전에도 지대한 헌을 했다. TCR의 출발점 롄윈강에서 정저우-시안-란저우-우루무치-알라산커우에 이르는 철도노선 인접지역의 성장세는 중국 전체 평균 성장 속도의 두 배에 이른다.

이 같이 TCR은 분명히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운송수단이자 앞으로도 지속 발전이 가능한 산업 기반이다. 하지만 TCR에 대한 관심도나 투자는 중요도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도 러시아정부의 관심 밖에 있다. 물론 TSR의 전체 물동량 중 오일, 원목 등 러시아 내수운송 물량이 95%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신경 쓸 지라도 러시아철도청 입장에서 국제운송은 내수만큼 중요치 않을 것.

카자흐 공급 부족에 밀리고 중국 내수 개발에 밀리고

정상적인 스케줄로 TCR을 이용하면 롄윈강에서 모스크바와 로테르담까지 각각 26일, 30일이 소요된다. 반면 보스토치니에서 TSR을 이용하면 모스크바와 로테르담까지 각각 10일, 14일만에 도착할 수 있다.

한편 부산을 기준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데는 TCR로는 30일, TSR로는 27일이 걸린다. 다만 TCR의 경우 롄윈강이건 칭다오건 발차 대기시간이 2~3주나 된다는 변수를 간과해선 안된다.

지금도 롄윈강과 칭다오엔 각각 40피트 컨테이너(FEU)가 1500개씩 쌓여있다. 롄윈강에서 특히 적체가 심한 이유는 TCR의 출발지라는 특성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반드시 발차가 되긴 할 것’이라는 신뢰감으로 롄윈강으로의 화물 유입이 계속 이어진다고 물류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TCR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10월에 적체가 가장 심했다. 그래도 올해엔 적체가 덜한 편이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의 화차 부족으로 극심한 적체현상을 겪은 뒤 올해 들어 운송수요가 감소해 어느 정도 쌓여있던 짐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는 환적 구간에서 극심한 적체현상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철도청은 결코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를 보다 못한 중국이 지원을 해 화차가 어느 정도 제공됐고, 이로써 적체가 다소 완화될 수 있었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조차도 수송능력이 150FEU에서 200FEU로 조금 늘었을 뿐이다.

구정 이후 3월부터 5, 6월 사이에는 화주들이 TCR이 아닌 대안 루트를 사용해 TCR 물량은 꽉 막혔던 길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3분기에 들어서며 또 다시 TCR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올해에는 작년과는 달리 카자흐스탄보다 중국 내 문제로 인해 적체가 발생했다. 중국 내에서 신장성, 티벳 등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늘어났고 고속철도의 건설로 인한 구간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여객 수송에 밀려 화물 수송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또 TCR 고속철도 공사도 동서, 남북을 가로질러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수 년간은 더 지속될 예정이다.

고질적인 TCR 적체 요인, 해결 안 되나?

이 외에도 TCR을 느리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우선 국경에 위치한 TCR 정거장에서 화물의 평균 대기시간은 운송시간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환적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환적이 지체되는 이유로는 서류 및 통관 수속이 60%, 수송능력 부족 등의 요인이 40%를 차지한다고 중국 철도전문 매체인 롄윈강대륙교는 밝혔다.

카자흐스탄과의 환적지인 알라산커우의 환적 능력은 초기 350만t에서 1천만t으로 개선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동안 국경 통과물량은 매년 25% 이상씩 증가하고 있어 수급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궤(軌) 크기 차이도 문제다. TCR은 7개국을 통과하는데 이 중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중국에서는 표준궤를 사용하고, 표준궤를 사용하는 구간은 전체 연장의 51.2%를 차지한다. 나머지 중앙아시아 3개국은 광궤를 사용하는데 이는 48.8%를 차지한다. 궤폭 차이로 인해 환적은 한 번 더 이뤄져야 하니 운송속도는 저하되고 운송비용은 증가된다.

적체시간이 길어질수록 화물의 손상, 유실의 부담이 커지는 건 또 하나의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 또 어이없는 적체요인이 추가된다. 바로 중국의 연말 발차제한이다. 중국은 매년 관례처럼 연말에 발차제한을 시행하곤 한다. 연초에 정한 목표 물동량이 달성되면 발차제한을 통해 통계관리에 들어간다. 목표 물동량이 초과 달성되면 그 다음해의 목표치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TCR 새 길 뚫어 급한 불 끄지만 高운임에 화주 ‘머뭇’

중국철도컨테이너운송회사(CRCT)는 적체의 원인을 ‘하나 뿐인 길’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들이 내놓은 첫 번째 솔루션은 롄윈강-훠얼궈스(藿爾果斯)-알마티를 잇는 또 다른 TCR 길목 마련이다. 지난해 12월 초 중국 훠얼궈스와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잇는 철도가 개통됐다.

12월에 들어섰어도 철로 외 제반시설의 완비가 다소 지연돼 정식 개통은 12월15일 롄윈강에서 치러졌다. 훠얼궈스를 경유하는 롄윈강-알마티 노선의 첫 블록트레인에는 총 53FEU의 화물이 실렸다. 53FEU라도 결코 적은 수송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수개월 간의 시험운영 기간에도 다소 적체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RCT의 왕더잔(王德占) 사장은 “향후 노선이 안정되면 철도 두 블록을 더 추가해 운행할 계획이지만 정확한 시기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화주나 물류업체는 훠얼궈스-알마티 노선의 등장에 선뜻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다. 비싼 운임 때문이다. 훠얼궈스-알마티 노선이 물론 적체 해소에 도움은 되겠지만 기존 노선보다 운임이 최소 700달러(FEU 기준)는 더 높다. 업계에서는 화주들의 선택을 받기엔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편 중국철도청은 훠얼궈스-알마티 신노선 외에 또 다른 해결책으로 중국에서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물량 중 일부를 카자흐스탄이 아닌 만저우리(滿洲里)로 돌리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저우리는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북부에 위치해 러시아를 사이로 국경을 두고 있는 지역으로 하얼빈-만저우리를 잇는 빈저우철도의 종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왕더잔 사장는 “만저우리를 통한 루트는 시간과 운임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져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점이 있다”며 실현될 날은 멀었음을 시사했다.

북방철도, 원양항로의 ‘대안’으로만 영위되나

한편 TSR의 운송상황은 TCR보다는 낫다. 보스토치니항 물동량은 지난해 31만2221TEU에서 올해(11월까지) 33만2336TEU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 중 수출화물은 58%, 수입화물은 17%, 공컨테이너가 25%씩 각각 차지한다. 하지만 전체 물동량에서 TSR로 운송된 화물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최근엔 TSR에서 한국발 물량보다 중국발 물량이 많아졌고, 러시아 업체들은 페스코, 트랜스컨테이너 등 러시아 국적의 운송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한국의 물류업체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TSR의 양대 아이템인 자동차부품과 전자제품이 대부분 해상으로 운송되고 있다. 그나마 GM자동차 우즈베키스탄공장으로 나가는 자동차부품 물량이 TSR을 채우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TSR 구간에서 올해엔 물량이 많아 적체되는 경우는 드물고 적체 자체도 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량을 모으기 위한 발차 제한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TSR이 출발하려면 화물을 실은 열차 길이가 1km는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80피트 컨테이너의 경우 71개가 모여야 하고 40피트 컨테이너는 56개가 모여야 한다. 이 때 이만한 화물이 집화되지 않으면 출발 자체가 안 돼 지연이 되는 것.

현재 보스토치니발 모스크바행, 상트페테르부르크행 기준 TSR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 당 6천달러 초중반 대를 기록하고 있어 지난해 7천달러대 보다 다소 인하됐다.

TSR 운임은 해상이용비, 철도이용비, 플랫폼 이용 등 부대비로 나뉜다. 이 중 해상 및 철도 이용비는 매년 올랐지만 올해엔 수급비율에 따라 부대비용이 떨어져 전체 운임이 떨어지게 된 것. 부대비용이 전체 운임의 30% 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TSR 운임이 떨어졌음에도 화주들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건 해상운임은 이보다 1~2천달러 더 저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TSR 적체 등의 이유로 물량이 원양항로(Deep Sea)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 같은 행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TSR은 TCR이 막힐 때 급히 찾는 대안이 되거나 원양항로가 너무 느릴 때 찾는 대안이 될 뿐이다.

이 같이 TSR의 경쟁력이 TCR과 원양항로에 밀리면 운임을 깎거나 서비스 질을 향상해 화주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물량이 줄어들면 평년의 이익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운임을 올리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또 내년 1월1일이면 TSR 운임은 매해 그랬듯 7~12% 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2월이 다 지나간 이 시점에도 운임인상 예고가 없다. 러시아는 1월1일부터 8일까지 신년 휴가가 발생한다. 이들이 휴가를 다녀온 이후에나 느지막이 인상된 운임을 발표하곤 한다.

이에 대해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입찰은 10~11월에 이뤄지는데 운임 인상은 그보다 수개월 후인 1월에서야 운임을 알 수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그래도 3개월에 한 번 씩 운임 리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대안루트로 자리 잡은 것 중 하나가 ‘해상+트럭킹’ 방식이다. 한국에서 배를 이용해 이란의 반다르아바스항으로 이동 후, 다시 중앙아시아까지 트럭으로 이동하는 복합 수송노선이다. 이 루트를 이용하면 최소 약 50일이 소요된다.

해상운임이 많이 내려가 비싼 트럭운송 요금이 상쇄될 수는 있지만 정치적 이유로 인한 이란에서의 통관 문제와 이란 자체의 수송능력 한계로 매력은 크지않다.

특히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 역시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경제발전 및 인프라 구축이 한창인 곳이기 때문에 이란 자국의 물량 자체만으로도 수송능력이 벅차다”니 대안책으로서의 충분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중앙亞 교역 증대와 물류인프라 간 비대칭 해법은?

대륙 간 횡단철도의 부실한 물류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앙아시아와의 교역량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호남석유화학은 우즈베키스탄 국영석유가스회사와 합작으로 수르길 가스전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양 측은 50대50으로 합작 투자한 한국-우즈베키스탄 가스화학 LCC 합작투자회사(Uz-Kor Gas Chemical LLC)를 설립한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은 본 궤도에 올라 현재 단계는 사실상 착공한 거나 마찬가지지만 정식 착공은 내년 봄께 시행된다. 설계시공은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맡았고 생산된 석유화학 제품 유통은 삼성물산과 호남석유화학, STX 등이 맡을 예정이다.

한편 이와 비슷한 시기에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이 주도로 한 카자흐스탄 발하쉬 석탄화력 발전소 착공식이 열렸다. 이는 한국-카자흐스탄 간 경제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40억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수도 아스타나에서 680km 떨어진 발하쉬 호수 남서부 연안에 건설되는 발전소는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한국컨소시엄은 삼성엔지니어링을 발전소 EPC사업자로 선정했다.

또 러시아 북서부에 위치한 니즈니노브고로드에는 GM자동차의 생산 공장이 한창 건설 중이다. 공장 설립을 위해 한 달에 평균 1천FEU씩 물량이 공급되고 있는데 대부분은 해상루트로 운송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간혹 긴급한 화물이 있으면 TSR을 이용하는 데다 내년부터 해당 공장이 생산 가동에 돌입해 TSR을 취급하는 물류업체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국익을 창출하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대박 수주’건이지만 물류업체들의 시름은 더 크다. 당장 수르길 가스전 개발사업만 해도 물량 투입이 목전에 있지만 대안이 없어서다.

이 건설 사업으로 인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유입되는 물동량이 한 달에 1천TEU 이상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TCR, TSR 할 것 없이 전무하다. 운송업체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어쩔 도리 없이 늘어나는 물동량을 껴안을 수밖에 없다.

시공을 맡은 모 업체는 “내년 2~3월 중으로 본 공사 운송업체 선정 비딩은 이뤄질 예정이라 현재 업체 선정 중에 있다. 물자 운송은 TCR과 바닷길을 적절히 배분해 이용할 것”이라며 “다만 해상운송의 경우 이란(반다르아바스)쪽 보다는 흑해를 통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따로국밥’ 물류는 안 돼…국가 간 물류 협의 이뤄져야

무역협회 화주사무국의 연 초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수출액 중 중앙아시아로의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 정도고 중앙아시아 수출품목 중 철도편으로 운송되는 물량은 80%를 넘어서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한국과의 교류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이 일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의 관심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중앙아시아와 중국의 사회·경제적 성장을 염두에 둔다면 단순히 국가 간 교역량 증대나 각 국가 하나하나의 발전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교역을 이어줄, 발전을 나눠줄 ‘다리’ 역할을 하는 물류인프라 및 시스템의 개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잇는 물류 수단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지닌 TCR부터 살펴보면, 중국의 12.5 계획 중 국가운수발전 방법의 하나로 TCR 운송서비스의 향상을 꼽을 수 있다. 이로써 복합운송 발전과 국제운송 루트의 안정화, 노선 인접지역의 물류서비스 체계 구축이 뒤따를 수 있다.

중국의 국가발전개발위원회 종합운수연구소 왕밍 부소장은 “이 같은 발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행정구역을 초월한 일원화 된 물류 서비스 체계가 형성돼야 한다”며 “중국 내 수송 결합방식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수송능력을 제고, TCR과 노선인접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또 중국, 카자흐스탄 할 것 없이 자본을 대거 투자해 새로운 철로를 만들어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화차를 추가 발주·공급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지금도 카자흐스탄에 있는 한 공장은 TCR 적체로 부품 수입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아 아예 한 달에 열흘 꼴로 공장 가동을 ‘올 스톱’한다고 한다. 참담한 상황이다.

TCR을 이용하는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는 새로운 일을 벌여 수출입 물량을 늘리는 것에만 급급하고 그 성과에만 만족한다”며 “그 많은 물량을 소화시킬 물류 부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어 “TCR이건 TSR이건 기본적으로 타국의 인프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이 없을뿐더러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한다 해도 실행까지 이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우 안일한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일개 기업이 발 벗고 나서서 각 국의 대사관이나 철도 관련 정부 기관을 ‘쫓아다닌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특히 중국과 카자흐스탄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 부딪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는 물론 한, 두 개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줄 수 없는 입장이지만 한국의 경제 및 물류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시선으로 방법을 모색해야 함에는 틀림이 없다.

길이 막히게 돼 물량 유입이 지체되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제품들은 해외 바이어들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수출 대상 국가가 줄어드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외면받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 김보람 기자 br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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