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7 10:29:00.0

기획/ “항공운임 낮아도 너무 낮아” 항공사 울상

수송량 늘어도 운임은 바닥에서 ‘요지부동’
공급량 급증에 화주들, 마구잡이 인하요구

 

●●●올해 낮은 수송량과 운임으로 시름시름 앓던 항공업계가 3분기 성수기에도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송량은 늘었지만 운임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11월은 항공화물 수송량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시기지만 단발성 수요만 반짝 늘었을 뿐이다. 전통적인 항공수요는 감소했지만 항공사에게 해상과 철도의 운송 차질은 ‘때 아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미 서부항만(LA항, 롱비치항)의 항만노조 파업으로 해상운송이 일주일 넘게 차질을 빚게 되자 항공업계는 내심(?) 파업이 지속되길 바랐다. 파업이 길어지면 밀렸던 수출화물이 항공으로 대거 몰리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에도 미 서부항만 파업으로 해상운송을 통한 수출이 어렵게 되자 수출화물이 대거 항공으로 수송돼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던 적이 있다.

겨울로 접어들면 적설량과 강풍으로 인한 철도단선으로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발차 제한도 중앙아시아 향 항공화물의 ‘반가운 손님’이 되기도 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운임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화물수송량이 늘어도 수익이 남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해상 철도 수송에 문제가 생기면서 항공업계에 단발성 수요를 채워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수송량 증가 ‘속 빈 강정’

3분기 한국발 항공화물 수송량은 6.9% 증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의 CASS(화물정산시스템)통계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한 항공사들의 3분기 한국발 항공화물실적(직화물)은 15만5688t을 기록했다.

지역별 수송실적을 보면 한국발 중남미 노선은 수송량은 많지 않지만 전년대비 각각 16.2%, 60.1%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동노선도 17.8% 늘어난 5627t을 수송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노선도 전년대비 10.6% 늘어난 3만1465t을 수송했다.

반면, 미주 노선은 소비 회복을 보이지 못하며 전년 동기대비 14.1% 감소한 2만4514t을 기록했다. 애틀랜타와 댈러스지역의 자동차 부품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대한항공과 9월 인천-댈러스 화물노선을 취항한 아시아나항공도 수송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지역 수출수송량도 많이 줄었다. 대한항공은 2006년 취항한 인도 첸나이 화물노선을 아예 없앴다. 주 2회 운항되던 인천-첸나이 노선을 주 1회로 감편하다 10월부터는 운항을 중단했다. 인도는 브릭스 (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중에서도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꼽혔지만 기대만큼의 항공화물수요를 보이지 못했다.

동남아 수요 증가, 하노이 ‘뜨는 곳’

반면, 동남아시아 수출물량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노선은 3만4460t을 수송해 전년대비 15.9%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수출 물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시장으로 항공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베트남 하노이는 휴대폰 및 IT 물량 생산기지 설립으로 항공물량이 늘면서 항공사들이 지속적인 노선확대를 꾀하고 있는 곳이다. 하노이에는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 한국기업도 이 지역에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섬유 공장 등을 대거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취항한 주 2회 인천-하노이 화물노선을 주 4회로 증편했다. 이미 하노이에 화물노선을 취항하고 있던 대한항공도 주 5회 운항에서 1편을 더 늘려 주 6회로 화물노선을 늘렸다. 하노이 취항 항공사들이 항공화물을 꽉꽉 채워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외국항공사들의 시장 진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분기 항공화물 전체 수송량은 늘었지만 순운임매출은 오히려 수송량 증가만큼 뒷걸음질 쳤다. 항공운임에 수송량 증가가 반영되지도 못했다. 특히 유럽노선은 수송량이 10.6% 늘었지만 순운임매출은 -6.8%의 역신장을 기록해 항공사들이 수송량을 늘렸어도 수익이 줄어든 상황을 연출했다. 일본노선도 수송량은 -0.8% 로 약간 줄었는데 순운임매출이 14.7%나 감소해 운임이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A 항공사 관계자는 “수송량은 늘었지만 운임은 적정 수준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며 “운임이 가장 많이 하락한 유럽과 중동 미주 등의 장거리 노선은 화물을 실어도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9월 한국발 유럽노선 항공화물 1kg 기준 운임은 2249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2535원보다 11% 줄었으며 2010년 9월 3699원과 비교하면 40%가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중동노선도 1kg당 운임은 2694원으로 전년 동월 2817원에 비해 4.3% 하락했다.

5대 항공화물 감소…LCD 수요는 늘어

주요 항공화물인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광학기기의 3분기 수출물동량은 더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5대 항공화물의 3분기 수송량은 3만3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감소해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무선통신기기는 스마트폰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산거점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고 있어 국내에서 수출되는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부품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해외진출 확대로 전체 수출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해상운송 수출물동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며 항공 수출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폭발적인 수요를 보였던 중남미행 자동차 부품은 한 풀 꺾인 모습이지만 꾸준히 수출물량이 나오고 있다. 평판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수출물량이 급감해 올 3분기는 그 기저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자동차 부품이 줄고 LCD 물량이 다시 늘었다”며 “LCD 시장의 치킨게임에서 대만계 기업과 일본 소니, 파나소닉이 몰락하고 삼성과 LG가 버티면서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일본 샤프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으로 강등되고 대만 패널업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됨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높은 한국 패널업체들이 상대적 경쟁우위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대만 패널업체의 대규모 적자지속으로 2013년 글로벌 LCD 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 업체에 대한 패널 주문의 쏠림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 공급 늘어파이 더 작아져’

10대 항공사들의 3분기 수송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늘었다. 대한항공의 항공화물은 6만3671t을 수송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아시아나항공도 3만4474t을 수송하며 1.8%의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운임매출은 각각 3.4%, 2.9% 감소했다.

전일본공수와 일본항공은 전년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송량 증가세를 보이며 3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발 수요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계 항공사들의 한국발 수송량은 각각 30%, 18.7%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캐세이패시픽은 전년대비 2% 증가한 4729t을 수송했다. 캐세이패시픽은 10월에 주 4회 화물노선을 1편 더 증편하기로 계획했으나 시장 수요 약세로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더군다나 화물 공급이 늘면서 항공사들은 상대적인 배고픔을 체감했다. 3월부터 터키항공이 인천-이스탄불 구간에 주 1회 취항함으로써 월 250t 이상의 공급량이 늘었다. 4월에는 중동계 항공사인 카타르항공이 주 2회 화물노선을 취항해 월 700t 이상 공급이 증가했다. 5월에는 타이항공이 방콕-인천-LA 노선에 주 4회 여객 직항노선을 신설했다. 한국발 공급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화물공급을 늘리는 역할에 일조했다.

7월에는 캐세이패시픽이 한국-홍콩 구간에 데일리 5회 여객노선을 6회로 증편해 주 1회 화물기 취항에 맞먹는 공급을 늘렸다. 10월부터는 루프트한자카고가 주 3회 운항하던 인천-프랑크푸르트 화물노선을 주 7회로 늘렸다. 11월과 12월에는 2편 더 증편해 주 9회 운영에 들어갔다.

또 이달 3일부터는 영국항공이 주 6회 인천-런던 여객노선을 개설하고 운항을 시작했다. 이는 주 1회 화물기를 띄우는 공급수준이다. 1988년부터 10년간 여객노선을 운영하던 영국항공은 IMF 여파로 1998년 운항을 중단하다 14년 만에 운항을 재개했다. 

항공시장의 늘어난 화물공급은 올 초 인천공항공사의 항공시장 전망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지난 2월 인천공항공사는 올 상반기 외항사를 중심으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안정적인 항공운임을 유지하다 하반기 국적항공사를 중심으로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B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침체돼 있어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늘어났다”며 “유럽노선은 운임도 낮은데 공급이 제일 많이 늘어나 화물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성수기에도 화물을 가득 채워 보지도 못하고 1, 2월 비수기를 맞이하게 됐다. 항공사들은 화물편을 띄울 때마다 수익은커녕 큰 손실 폭을 떠안고 있는 현실에 대해 화주들이 적정한 운임을 내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화주들이 요청해 화물노선을 개설하면 그때부터 운임을 깎기 시작한다”며 “항공사들이 운임 하락을 견디다 못해 운항을 중단하고 항공운임이 오르면 그때서야 화주들은 다시 화물편을 띄워달라고 한다”며 화주들의 운임인하는 결국 항공사와 화주 모두에게 손실이라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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