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럽의 경기침체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의 소비와 아시아 역내 교역이 활성화 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아시아의 수출은 2000년 이후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아시아 역내 교역규모는 3배 이상 늘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과 소비량을 보이고 있는 중국은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면서 아시아 물류의 허브인 홍콩에서는 물류전문가들이 모여 아시아의 성장 흐름에 맞춰 물류와 해운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했다.
기자는 지난 8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물류 & 해양컨퍼런스(ALMC)를 취재하며 아시아 물류시장에 대한 전 세계적인 뜨거운 관심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첫 개최 이후 올해 두 번째로 열린 ALMC엔 전 세계 21개국의 국가에서 1300여명의 물류관계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운집해 대성황을 이뤘다.
ALMC에서는 국제물류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아시아와 그에 따른 변화의 움직임, 아시아 지역에서의 SCM(공급망관리)와 아시아 해운산업의 미래에 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컨퍼런스에 앞서 홍콩특별행정구 존 탕 재무장관은 “IMF에 따르면 내년 중국경제 성장률은 8.2%를 기록하고 아시아지역에서 수출되는 물량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아시아는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시장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시아에서 물류의 허브를 담당하고 있는 홍콩은 중국의 물동량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에 컨테이너 2400만TEU를 처리하는 등 계속 화물처리량이 늘고 있다”며 “홍콩은 자유무역항의 이점과 지리적으로 북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이을 수 있어 지속적인 물류허브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무역발전국(HKTDC) 프래드 램 사무국장은 “홍콩은 우수한 컨테이너 터미널을 갖추고 있으며 홍콩공항은 세계에서 화물을 제일 많이 처리하는 공항 톱3를 차지하는 등 물류허브라고 할 수 있다”며 “중국 중산층의 소비증가에 힘입어 물동량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국제적인 물류흐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중산층 소비 증가로 물류 패러다임 바뀐다
아시아 물류 컨퍼런스는 본 회의에서 ‘글로벌 트렌드-새로운 패러다임의 준비’를 주제로 세계 시장의 발전과 변화하는 소비성향 및 구매전략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홍콩대학의 콱첸콱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월마트 아시아의 스콧 프라이스 최고경영자(CEO), LF 로지스틱스의 조셉 피 회장, 중국 네슬레의 셰드 파카르 아메드 사장, 옴 로그(Om Log) 아시아의 리카르도 포치 회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콱첸콱 교수는 “지금 세계경제는 불확실한 변수들이 많다. 유럽의 경기 침체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제는 정치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현재 모든 소비의 68%를 중산층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향후 20년에 걸쳐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아시아에서는 중국이나 인도 중산층의 소비가 가장 크고 소비량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또한 농산품 수출물량이 중국과 아시아에서 늘고 있지만 화물의 특성상 부패하기 쉬운 농산물의 운송비용은 높다. 시장에서 화주들의 트렌드를 알고 물류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월마트 아시아의 스콧 프라이스 CEO는 아시아, 특히 중국 중산층의 소비 증가와 더불어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중산층의 비중이 매우 크고 중산층의 소비는 상승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도 중국의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고 75~80%의 중산층이 아시아에서 구매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자상거래는 물류시장 인프라의 필수 조건으로 등장했다”며 “상하이 광저우 베이징 등 중국이나 미국, 유럽의 경우 모든 것이 전자상거래를 통하고 있다. 모든 물류의 요구와 소비경향들이 물류에서 전자상거래가 지배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슬레 중국의 셰드 파카르 아메드 사장은 아시아의 경제상황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의 소비시장은 중산층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중산층의 구매성향이 높다는 점에 동조하면서도 아시아만의 소비경향에 대해 짚었다.
아메드 사장은 “아시아 소비경향은 서방국가들과 다른 경향을 갖고 있고 중국은 올림픽 이후 변화된 소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경향이 크고 그 규모를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시장도 최근에 서방에서 들어온 인프라에 따라서 여러 가지 패러다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6~2011년 사이에 아시아는 33%의 성장을 보였으며, 그 중 중국은 64%, 한국은 18%, 일본은 0%를 보였다”며 “과거에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2039년에는 소비의 제일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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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부터 말레이시아 해운연구소의 나제리 칼리드 수석연구원, 허치슨 포트 홀딩스 에릭 입 사장, OOCL 앤디 둥 사장, 컨트롤 리스크의 팀 스티어 해사보안부문 사장, 클락슨 아시아의 마틴 로웨 사장 |
초대형선 취항, 선사·하역사에 모두 이익
오후 주제별 회의에서는 중국 시장과 해양 및 항공산업, 와인물류 4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기자는 해양산업 세션의 ‘아시아 해운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한 회의에 참석했다. 본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세션 주제별 회의에도 물류관계자들이 홀을 가득 메웠다.
영국 해운중개업체인 클락슨 아시아의 마틴 로웨 사장을 좌장으로 한 ‘아시아 해운시장의 미래’ 회의에는 세계적인 항만 운영업체인 허치슨 포트 홀딩스(HPH)의 에릭 입 사장과 홍콩 컨테이너 선사인 OOCL의 앤디 둥 사장, 컨트롤 리스크의 팀 스티어 해사보안부문 사장, 말레이시아 해운 연구소의 나제리 칼리드 수석 연구원이 참석했다.
클락슨 아시아의 마틴 로웨 사장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해운시장은 붐을 이뤘지만 2009년부터의 침체를 맞으면서 선사들은 운항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췄다”며 “최근 아시아의 화주들이 아시아 역내 수출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기회로 나타났다. 현재 항만 물류는 도전을 받고 있지만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허치슨 포트 홀딩스(HPH)의 에릭 입 사장은 선사들의 선박 대형화의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에릭 입 사장은 “아시아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들은 홍콩을 기항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등장으로 홍콩의 터미널 운영사들은 선박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문제와 여러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며 “현재 초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터미널은 60%에 불과해 선사들의 초대형 선박 운영은 더 이상 터미널 운영사들에게 작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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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치슨 포트 홀딩스 에릭 입 사장 |
몇 년 전만 해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0피트 컨테이너(TEU)를 5천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을 지칭했지만, 지금은 1만개 이상을 실을 수 있는 선박을 말한다.
입 사장은 “초대형 선박의 운항은 한 번에 많은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필요하게 돼 병목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버스와 지하철에 수송능력 차이를 예로 들며 “버스에 수용할 수 있는 사람보다 지하철에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듯이 대형 컨테이너선이 투입될 때의 경제적인 이익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입 사장은 결과적으로는 대형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경비절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으며, 대형선의 투입으로 선사들은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고 터미널 운영사들은 더욱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OOCL의 앤디 둥 사장은 “현재 1만8천TEU급 선박이 건조되고 있지만, 미래를 내다보면 2만TEU급 선박을 운영하지 못할 것도 없다”며 “기술의 문제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운항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선복의 크기만 늘어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이용하면서 운항경비를 줄일 수 있고 기후변화에도 대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기선사들, 아시아 역내시장에 ‘집중’
OOCL의 앤디 둥 사장은 아시아 소비 수요 성장을 전망해 아시아 역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세계 시장 물류의 60%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광저우와 선전에 걸친 후이저우, 주강삼각주 지역이 잠재성을 갖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제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류의 아웃소싱도 중국의 제조업에 많은 공헌을 했다.
앤디 둥 사장은 “외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제조해 수출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컨테이너선들이 운항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중국 시장이나 해외시장에서 중산층의 소비가 커지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국 중산층의 성장이 아시아 역내 시장의 아주 큰 변화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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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L 앤디 둥 사장 |
이어 앤디 둥 사장은 “2009년부터 시작된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은 미미한 성장과 후퇴를 반복했으며, 공급망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모든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아시아역내 서비스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OOCL도 마찬가지다. 현재 아시아 역내 시장에는 많은 선사들이 운임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둥 사장은 선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큰 선박을 항로에 투입하기 시작했으며, 해운의 초대형 선박 운항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비는 해운업계 필수
말레이시아 해운연구소의 나제리 칼리드 수석 연구원은 최근 해운산업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며, 환경보호와 기후변화에 대한 자각으로 선사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나선 점을 가장 큰 변화라고 꼽았다.
칼리드 연구원은 해운산업의 변화에 대해 인구증가와 새로운 신흥시장의 등장이 해운산업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무역의 흐름이 아시아 역내로 바뀌고, 컨테이너선의 대형화와 인터모들(복합수송) 수송의 등장도 변화의 이유로 언급했다.
칼리드 연구원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와 여러 요인들로 해운산업이 변화를 맞았지만 물류이동의 95%를 해운에서 담당하는 만큼 변함없는 물류의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컨트롤 리스크의 팀 스티어 해사보안부문 사장은 현재 35%의 선박이 해적에 무방비 상태로 운항을 하고 있다며 해사 보안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좋은 일은 해적 납치가 줄었다는 점이지만, 많은 해운 선사들이 선박에 보안요원을 고용해야함에도 경비 때문에 안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위험관리는 배의 10% 정도만 규격에 맞는 시스템 갖추면 된다. 해적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보안요원을 고용하는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홍콩무역발전국(HKTDC) 마가렛 퐁 전무
홍콩무역발전국 마가렛 퐁 전무
“홍콩, 운수 물류업의 중심지로 개발”
아시아 물류 & 해양 컨퍼런스 개최의 배경은?
중국, 동남아,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는 주목을 받고 있는 시장이다.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의 경제성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높았다. 또한 아시아는 모든 물류와 제조업과 연관이 되면서 ALMC가 제조업체와 물류업체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제 1회 ALMC를 개최하고 나서 아시아 물류산업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올해는 물류를 이용하는 화주들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ALMC를 통해 아시아로 진출하려는 기업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팁과 물류에 대한 정보를 주고자 한다.
ALMC를 처음 개최한 지난해는 중국의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한 해였다. 중국은 가장 중요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출을 동력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자체 소비량이 높아 수입도 많이 늘었다. 12차 5개년 계획에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포함됐다. 바로 홍콩을 운수 물류업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홍콩에서 ALMC를 개최하게 됐다. 홍콩은 지리적인 이점과 자유항의 혜택을 갖고 있으며, 풍부한 물류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물류를 이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컨퍼런스를 통한 실질적인 효과는?
1회 ALMC에서는 전세계 14개 국가에서 650명의 물류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세계 많은 국가에서 참석했으며 특히 중국에서 가장 많은 참석률을 보였다. ALMC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용자에게 집중한 것이 효과가 컸던 것 같다. ALMC는 사업 파트너를 찾는 자리이며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물류업체들과 교류하며 생산적인 만남을 유지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참석자의 40% 이상이 실제로 물류업체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ALMC에서 발표를 맡은 물류 전문가들을 통해 그들의 물류 서비스에 대해 재고하고 중국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홍콩무역발전국은 언제라도 제조기업과 물류업체들의 비즈니스 매칭을 도울 것이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