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는 2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지난달 29일 오후 3시10분 운송료 9.9% 인상에 전격 합의했다. 닷새 동안의 화물연대 파업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CTCA가 제시한 운송료 인상 최종안을 놓고 벌인 찬반투표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67%는 업무복귀에 표를 던졌다.
물류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일부 화주기업들이 수출입화물을 제 때 수송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파업 기간 중 국내 수출입 기업이 물류 차질로 입은 피해 규모는 3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100곳 가까운 무역기업들이 200여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하지 못했으며 선사들도 화물 선적이 뚝 떨어져 발을 동동 굴린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 파업은 지난 2003년 5월 처음 시작된 뒤 연례행사처럼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03년 두 차례의 화물차주 파업으로 사상초유의 물류대란이 불거졌으며 2006년 12월과 2008년 6월에도 일주일간의 파업으로 수출입 기업들이 곤욕을 치렀다. 화물연대는 2009년엔 박종태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해마다 일어나는 물류파업으로 국내 항만이나 물류산업의 신인도가 추락했음은 물론이다.
파업으로 얻은 건 운송료 인상뿐
이번 파업으로 화물연대가 얻은 실익은 크지 않다. 운송료 9.9% 인상 합의가 전부다. 파업을 시작하면서 내걸었던 5가지의 요구사항인 ▲표준운임제 법제화 ▲화물운송관련 법 제도 전면 재개정 ▲노동기본권 보장 ▲산재보험 전면 적용 ▲운송료 30% 인상 중 한 가지만을 겨우 챙긴 것이다.
핵심 쟁점사항인 표준운임제 도입도 정부의 완강한 태도에 밀려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교섭을 진행한 국토해양부는 표준운임제 법제화 등 화물연대의 쟁점 요구사항은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화물 운송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나머지 안건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해 계속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화물연대를 설득했다. 정치권에서 표준운임제 도입에 관심을 가졌다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화물연대는 운임 인상에서도 당초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을 목표했다가 한 자릿수 인상에 만족해야 했다. 화물연대는 30% 인상을 내건 만큼 최소 15% 수준에서 합의하길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파업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운송료 두 자릿수 인상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경유가격이 2008년 1분기에서 올해 1분기 사이 27% 인상됐으나 부산-수도권 왕복운임은 72만5200원에서 77만5000원으로 7% 인상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지입차주들의 운임은 3% 감소했으며 순수입은 11%나 줄었다.
화물연대는 같은 기간 7개 대형운송사의 영업이익은 57%나 급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개 운송사는 국보 인터지스 동방 CJ대한통운 세방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등이다. 물류기업의 영업이익 성장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악용해 화물차주의 운임을 떨어뜨린 결과라는 주장이다. 화물연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화물노동자 운임의 20%가 아무런 운송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 중간 알선업체에 넘어가고 있다”며 운임인상의 정당성을 확보코자 했다.
화물연대 주장에 대해 운송사들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잘라 말한다. 대형 운송사들의 사업분야가 한두 개가 아닌데 영업이익 성장을 컨테이너 운송부문에서 화물연대 운임을 착폭한 결과로 규정짓는 건 억측이란 설명이다.
한 운송사 임원은 “화물연대에서 대형운송사 영업이익이 50% 이상 늘어났다고 하는데, 실상 컨테이너 육상운송업은 대부분 큰 흑자를 못낸다”며 “오히려 경쟁이 심한 컨테이너수송만을 놓고 볼 때 90% 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화물연대 주장을 반박했다.
이틀간 이어진 협상에서 화물연대는 두 자릿수 인상을 주장한 반면 운송사들은 두 자릿수 인상은 절대로 안된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 혼전이 이어졌다. 6월28일 있었던 1차 협상은 화물연대가 30% 인상안을 제시한 반면 CTCA측은 4~5%로 맞서 결렬됐다. 2차 협상에선 화물연대는 23%로 인상률을 낮췄으며 CTCA는 6%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은 두 자릿수에 가장 가까운 9.9% 수준에서 파업을 접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화물연대는 운송사에 공문을 보내 운송료 인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전남지부는 지난 9일 각 운송사에 “8월1일 이후 왕복을 포함한 모든 운송료에 9.9% 인상률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화물연대는 공문에서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는 업체는 면밀하고 지속적인 실사를 통해 엄정 대처하겠다”며 운송사의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했다.
국토부, 신고운임 9% 인상 수리
운송사들은 운송료 인상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당장 신고운임 내용을 손질 중이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KTA)는 지난 10일 신고운임 9% 인상안을 국토부로부터 인가받았다. 컨테이너 운송료가 인상된 건 지난 2011년에 이어 1년 만이다.
보통 2~3년 주기로 운송료가 인상돼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화물연대와의 합의사항을 반영키 위한 긴급 인상이다. CTCA 관계자는 “화물연대와 합의한 인상률 9.9%를 지키기 위해 이번에 신고운임 인상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0.9%의 인상분은 육상운송사가 자체 흡수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운송사도 1%에 가까운 인상분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고통분담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인상된 운송요율은 8월1일부터 시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강북-부산북항간 왕복 운송료는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으로 122만8천원에서 133만8천원으로 10만원 인상된다. 일반적으로 시장 육송운임은 신고요율의 20~30%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 25%가량 할인해 화주측에 부과된다는 게 정설이다. 결국 실제 화주가 운송사에 지급하는 서울강북-부산북항간 운임은 92만1천원에서 100만3500원으로 8만원가량 오르게 된다.
운송사들은 화주들이 운송료 인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화주들이 운송료를 인상해 줘야 운송사가 화물차주측에 오른 운임을 지급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화주측에 넘어간 셈이다. 운송사들은 삼성이나 LG 현대글로비스 등 대형화주들이 첫 단추를 꿰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대형화주들이 운임인상에 나설 경우 중소화주들도 잇따라 동참하리란 관측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화주가 정부에 운임 지불에 협조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될 진 모르겠다”며 “화물연대가 운임 징수에 직접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해 화주가 운임 인상에 소극적일 경우 화물연대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 |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표준운임제, 직접강제냐 간접강제냐 대립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서 전면에 내세운 표준운임제 도입은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업무 복귀를 선언하며 밝힌 것처럼 표준운임제 법제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 화물운송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과제를 의원입법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화물연대는 최저운임 성격의 표준운임제 법제화에 대해선 강제력 있는 제도 도입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표준운임제는 ‘간접 강제’가 핵심이다. 표준운임을 내지 않는 업체에게 법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는 대신 업체 공개 등의 방법으로 운임 준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표준운임제가 시행되더라도 직접 강제 조항이 없는 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때마침 파업 기간 중 민주통합당이 강제력을 띠는 표준운임제, 도로법 개정을 통한 과적 근절,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표준위수탁계약서 법제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혀 화물연대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의 표준운임제를 시행을 촉구했다. 화물연대의 의원입법 전략이 성사될 수 있는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표준운임제(중재안)와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표준운임제의 차이점을 보면 이렇다.
우선 표준운임의 정의를 정부안은 2가지로 나눠서 제시했다. 이른바 운송업체가 받는 ‘표준운송운임’과 화물차주가 받는 ‘표준위탁운임’이다. 표준운송운임은 현행 신고운임을 기초로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안을 두고 기업의 수익 폭이 시장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을 화물차주가 받는 최저운임으로 해줄 것을 처음부터 주장해왔다.
표준운임의 산정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차가 크다. 정부는 화물운송표준운임실무협의회에서 대표적인 운송사업자의 운송원가에 기초해 산정토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화물연대는 운송원가에 포함될 항목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운송원가 이상의 금액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정부는 표준운임을 신고제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생각인 반면 화물연대는 국토부 장관이 고시해 주길 바라고 있다.
표준운임 적용대상의 경우 정부는 내년에 컨테이너에 대해 먼저 도입한 뒤 2014년 철강, 2015년 BCT(시멘트수송차량) 및 석유화학제품 등으로 점차 늘려가겠다는 계획이지만 화물연대측은 품목별, 구간별로 표준운임을 정해 바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가장 핵심이 되고 있는 표준운임제 실효성 확보방안의 경우 ‘간접강제’와 ‘직접강제’로 확연히 갈린다. 정부는 ‘간접강제’ 방식으로 방향을 정했다. 위반업체 명단을 공표하고 화물차 증차나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인센티브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복안이다. 또 상설조직으로 화물운송표준운임신고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센터는 화주와 운송업체간 운임계약을 열람하고 차주에게 통보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화주-운송업체-화물차주 간 표준운임 준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토록 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을 받지 못했을 경우 차액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며 위반업체는 최저임금에 준하는 형사처벌 장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표준운임제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 조항을 넣자는 주장이다. 운송사측도 원칙적으로는 표준운임제 도입을 반대하면서도 만약 도입될 경우 ‘직접강제’ 장치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직접강제도 실효성이 있을 진 의문스럽다. 화물연대가 신고를 하면 운송사는 화주로부터 못 받아서 못줬다고 할 텐데 이를 다 효과적으로 들여다보고 잡아낼 수 있겠느냐”며 “운수사업자가 35만명이 될텐데 이들이 주장하는 미준수 사항을 다 들여다 보려면 1만명의 공무원이 충원돼도 안된다. 현재 지자체 담당공무원은 1명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 도입도 안된 상태에서 직접강제를 하자고 하면 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간접강제로 해보고 개선이 안된다면 직접강제 방법을 검토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의원입법으로 표준운임제 도입이 추진될 경우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정부의 입장과 ‘직접강제’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운송사 ‘샌드위치 신세’ 울상
한편 이번 파업으로 운송사들은 정부와 화주, 화물연대의 사이에 끼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운송사들은 정부가 화물연대의 목소리를 반영해 도입하는 여러 정책들이 운송사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다음에도 화물연대 파업이 일어난다면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볼멘 소리가 CTCA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직접 운송 의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다단계 거래구조와 지입제 개선을 위한 조치로 직접운송 의무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다단계 거래를 2단계로 제한하고 운송사가 50%의 화물을 직접 운송토록 했다. 이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며 2015년부터는 위반업체 처벌이 이뤄진다. 위반한 업체는 화물운송사업이나 화물운송주선업 화문운송가맹사업 면허가 취소된다.
운송사들은 이를 두고 50% 이상을 회사 소속 차량으로 직접 운송케 하는 것은 기업들의 무리한 투자를 초래해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와 같이 차량의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직접 운송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회사 인수밖에 없다. 한 운송사 관계자는 “컨테이너 육송사업이 회사를 인수하면서까지 해야할 만큼 이점이 크지 않다”며 “최근 경기 위축으로 시장 상황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투자를 강요하는 정책으로 운송업계가 큰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물량이 많은 화주의 경우 여러 운송사가 물량과 차량 규모를 따져가며 물류계약을 맺어야 하는 혼란이 뒤따른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 제도가 3자물류와 종합물류를 지향하는 현재의 물류시장 흐름에 전면 배치되는 셈이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직접운송 의무화라는 족쇄로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운송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녹색물류다 에너지사용량 신고제다 하면서 잇따라 물류정책을 도입하는데 정부의 물류정책 파트너가 화물연대인지 운송사인지 묻고싶다. 밤샘 협상을 벌여 화물연대와 타결을 지었음에도 (정부에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는 말로 정부의 운송사 홀대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