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8 13:54:03.0

기획/운임인상·2자물류 득세에 내몰린 포워딩업계 ‘갈 곳 없다’

상반기 수익성 곤두박질…도산 우려
콘솔사, 부대 운임이라도 받자…CFS 수수료 적용

●●●지난해 해운시장 불황은 선사에 적자를 안겨줬지만 물류기업엔 해상운임하락으로 수익을 내는 길을 터줬다.

올해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원양항로 취항 선사들은 연초부터 대대적인 기본운임인상(GRI)을 강행하며 운임수준을 지난해에 비해 2~3배 이상 끌어올렸다. 유럽항로 운임은 현재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600~1700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5월 초엔 2천달러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중남미항로는 지난해 12월부터 잇따른 GRI가 성공을 거두면서 가장 큰 운임 인상 폭을 보였다. 남미 서안 해상운임은 TEU당 3천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다.

해상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2분기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은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컨테이너선 시장의 상승세를 예견하지 못했던 물류업체들은 선사들의 운임인상 러시에 ‘속수무책’이었다. 

선사들의 운임인상에 대해 포워딩업계는 공감은 하지만 매달 공지되는 이례적인 운임인상은 당해 낼 수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부분의 토종 포워더들은 선사에 비해 적자 규모가 크지 않지만 몸집도 작아 외부 충격에 앓는 소리를 더 크게 낼 수밖에 없다. 특히 선사들이 인상한 운임을 화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은 포워더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한 물류업체 영업담당자는 “운임인상에 대한 화주들의 공감대 부족으로 일부 인상분을 물류업체가 끌어안고 왔는데, 몇 달째 지속되다 보니 채산성 악화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선사들은 인상된 운임을 공지와 함께 포워더에게 바로바로 적용하고 있지만 포워더는 그렇지 못하다. 오른 운임을 화주에게 통보하면 경쟁업체로 옮겨 가겠다는 ‘엄포’가 곧바로 날아 온다. 화주들과 운임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물류업체들의 고충도 더욱 늘고 있다. 포워더들은 화주들과 대화가 안되면 다시 선사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대형 포워더들은 그나마 선사들과 GRI나 성수기할증료(PSS)  도입 폭을 놓고 협상을 벌여 일부 할인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현실적인 운임수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하소연한다. 중소 포워더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선사들과의 협상은 꿈도 꾸지 못한다. 화주를 설득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 한다.

>>운송계약 맺은 업체 ‘최대 고비’

화주와 분기별, 연간 수송계약을 맺는 업체들은 타격이 더 크다. 소위 ‘자고 일어나면 올라있는’ 해상운임에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화주와 수송계약을 맺은 포워더들은 인상 폭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입찰 계약에 운임 인상분은 적용하지 않겠다고 명시해 놔 화주에게 운임인상에 관한 얘기를 꺼낼 수도 없는 현실이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해상운임인상분을 놓고 선사와 화주 양쪽과 모두 협상을 하지만 운임인상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며 “상반기까지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계약한 수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견실한 업체들은 사정이 좀 낫다. 어느 정도 마진 폭을 확보하고 있는 까닭이다. 반면 일단 물량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형화주 수송입찰에 최저운임을 내걸어 따낸 포워더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 대형 포워더 관계자는 “낮은 단가로 운송계약을 한 업체들 중 성수기가 지나고 난 뒤 규모를 축소하거나 문을 닫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라며 “해상운임은 선불로 내고 화주로부터는 후불로 받는 결제구조 상 은행대출을 받아 운임을 내는 업체들은 최대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력이 탄탄하지 못한 포워더는 은행대출을 받아 선사에 미리 해상운임을 내고 물량 수송을 끝낸  후 화주에게 대금을 받는 식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해상운임이 대폭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액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최소 2~3달은 기본적으로 미수금을 안고 가야 하는 포워딩업계 생리상 화주가 운송 대가를 평소보다 미룰 경우 부도 위기에 내몰리는 것이다.

최근의 시장 분위기는 과거 ‘발해물류’ 부도를 떠올리게 한다. 발해물류는 2년 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낮은 운임으로 입찰에 참여해 회사 규모를 늘려오다 갑작스런 수익 악화로 부도를 맞았다. 당시 프레이트포워더 중 업계 10위권 규모였던 발해물류가 무너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었다. 지금 상황이 2년 전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포워딩 업계의 중론이다.

>>콘솔업체 CFS 수수료 도입 팔 걷었다

프레이트포워더를 상대하는 화물혼재(콘솔리데이션) 기업들은 더욱 고달프다. 소량혼재화물(LCL)을 모아 컨테이너 한 대를 채우려니 FCL(만재화물)보다 해상운임 인상분을 적용하기가 더욱 어렵다. 운임인상분을 화주(프레이트포워더)들에게 적용하는데 시일이 걸리는데다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은 오른 운임의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CL화물을 40피트 컨테이너(FEU) 한 대에 50CBM가량 적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상운임이 1천달러 인상될 경우 콘솔업체들은 CBM당 20달러의 운임을 올려받아야 채산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10달러도 겨우 인상하는 실정이라고 콘솔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콘솔업체 임원은 “요즘은 해상운임 인상 폭이 워낙 크다 보니 물량확보에만 열을 올릴 수가 없다”며 “컨테이너를 짜는 족족 손해를 보니 영업하러 돌아다닐 마음도 안 든다”고 푸념했다.

콘솔단가 인상은 더 어렵다는 점이 콘솔업체들의 큰 고민이다. 콘솔업체들의 경쟁이 심하다보니 운임을 한 푼이라도 올리려고 액션을 취할 경우 화주들은 곧바로 화물을 다른 업체로 틀어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운송료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콘솔업체들은 채산 확보 전략을 다소 수정했다. ‘부대운임 제값 받기’다. 콘솔업체들은 6월부터 LCL 수출입화물에 대해 CFS (컨테이너작업장)수수료를 모두 적용키로 했다. 콘솔업체들은 북미/중미 10,165원, 한일 6천원, 유럽/호주 5500원, 한중 6500원 등 전 항로에서 CFS 수수료를 받고 있다.

그동안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거래처에 일부만 받거나 아예 받지 않던 CFS 수수료였다.

콘솔업체들은 해상운임이 대폭 오르자 이를 조금이라도 보전키 위해 도입을 강행했다. A 콘솔업체 관계자는 “어느 한 업체에서 받자고 나선 것이 아니라 모두 해상운임 인상에 대응해 부대운임이라도 정상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에 동조하고 있었다”며 “시차를 두고 업체별로 적용하면 물량 쏠림이 생기기 때문에 동시에 받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당연히 받는 것으로 인식됐던 THC(터미널조작료), 서류발급비(DF), CFS 수수료 등 부대운임은 콘솔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시나브로 폐지되거나 축소됐다. 그러다 2년 전 서류발급비를 다시 도입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이번에 CFS 수수료를 적용키로 한 것.  그전까지 콘솔업체들은 CFS에서 작업한 비용을 화주에게 청구하지 않았다. 출혈경쟁의 부산물이었다.
최근 들어 서류발급비가 다시 흐지부지되고 있어 CFS 수수료 ‘제값 받기’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들리지만 업계는 강력하게 징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콘솔업체의 고객사인 프레이트포워더들도 이 같은 결정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이미 화주에게는 CFS 수수료를 받아왔던 터라 콘솔업체가 이를 받는다고 해도 비용이 추가로 나가지 않는 까닭이다. 동종업계로서 콘솔업체들의 수익 개선 노력에 공감한다는 속내도 담겨 있는 듯 보인다.

>>2자물류기업 문어발식 확장에 포워더들 ‘엎친데 덮친격’

올해의 ‘대대적인’ 운임인상이 선사들의 대폭적인 수익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선사들은 대기업 2자물류업체들에겐 운송계약(SC)시 운임인상 카드를 제대로 꺼내들지 못했다. 우리나라 물류시장에서 2자물류기업은 선사 수송물동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막강한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번 선사들의 운임회복을 두고 ‘절름발이 성공’에 비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중소 물류업체 관계자는 “선사들이 수출물량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몇 달간 지속적인 운임을 인상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며 “중소 물류업체에게만 대폭 인상한 운임을 받을 것이 아니라 2자물류업체와의 계약에서 운임을 높여 수익성 개선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기존 포워더들은 2자물류업체들에게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물량파워를 앞세워 운임할인을 받다 보니 그 피해를 고스란히 기존 포워더들이 받고 있다.

선사들은 2자물류기업들에 할인해준 폭만큼을 보전하기 위해 중소 포워더들에겐 더욱 엄격한 운임인상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2자물류기업들이 운임경쟁력을 무기로 3자 물류 시장까지 침범하는 통에 중소형 포워더들은 생존권까지 위협 받고 있는 처지다.
 
B 대형 포워더는 “자동차 부품 화주는 글로비스에 뺏긴데다, 범한판토스의 저가 운임 입찰로 3~4년간 거래해왔던 화주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2자물류업체들은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선사운임을 확보해 3자물류를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명 ‘캡장사’를 하면서 자생력 있는 포워더가 힘을 잃고 있다. ‘캡장사’란 FCL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한 포워더가 선사로부터 물량을 내세워 낮은 운임을 받은 뒤 다시 다른 포워더에 하청을 주는 운송방식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포워더들 간에 각 지역마다 운임 강세를 보이는 포워더에게 캡을 씌우고 있다.

특히 계열사 물량으로 경쟁력 있는 운임을 받은 2자 물류업체들은 캡장사로 국제물류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그만큼 전통 포워더의 설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C 대형 포워더는 관계자는 “2자물류업체는 몇몇 대형 포워더와 일부 지역에 대해 캡장사를 하고 있다”며 “중소 포워더를 상대로 거래하게 되면 시장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소 포워더는 관계자는 “포워더의 자생력이 없어지는 것보다 현재 더 저렴하게 선사 운임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2자물류업체와 거래할 방법이 없나 수소문 중”이라고 말했다.

포워더들은 2자물류업체의 횡포를 협회에서 나서서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국제물류협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유통 물류분야 신청 공고가 나오면 국제물류주선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의 역할분담을 유도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유통 물류분야에 대한 적합업종 추가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지만 신청 일정에 대해서 확정된 것은 없다”며 “현재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만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물량 감소도 물류업계에 먹구름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선사들의 운임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데 더해 유럽과 미주 경기 침체로 국내 중소화주들의 수출선이 끊기고 있다”며 “국제물류시장도 수출물량이 줄어 들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수출물량이 발이 묶였다. 며칠째 수출화물이 부산항으로 반입되지 못하고 공장이나 창고에 쌓여있고, 수입화물이 차량이 없어 컨테이너 부두 야적장에 보관되고 있다. 화주들은 출고를 지연하거나 자체 운송수단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나 선적지연으로 인해 거래가 중단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7~8월 비수기를 대비해 물량을 평소보다 더 유치해야 함에도 수출물량이 감소한데다 운송 차질로 지연되면서 물류업체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

유럽항로의 운임이 주춤한 영향으로 해상운임이 이대로 내려가길 바랄 뿐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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